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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김학범 감독이 축구회관에서 아시안게임 명단을 발표하던 16일 오전 10시. 선수들은 보통 오전 시간에는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다. FC서울 소속으로 뛰는 황현수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라면 낮잠을 잤겠지만 그날만큼은 잘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명단이 발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광주FC의 나상호는 명단 발표를 앞두고 "오늘 밤은 잠을 못 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명단에 뽑힐 만한 유력한 선수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황현수도 마찬가지다. 그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명단 발표 소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황현수의 전략(?)은 나상호와는 조금 달랐다.

황현수는 "저는 밤에는 잘 잤어요. 다음날 빨리 일어나서 확인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황현수는 "원래는 그 시간이 낮잠 자는 시간인데 명단 발표 때문에 잠도 안 자고 포털 사이트만 계속 새로 고침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당당하게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수비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황현수는 "명단 발표 후에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도 연락도 오고 축하해주셨어요.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네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자 마음이 놓인 모양이었다.

그 어떤 선수라도 대표팀 승선에 욕심이 나는 법이다. 그중에서도 황현수의 동기 부여는 남달랐다. 단순히 병역 혜택이 걸려있는 대회라서가 아니었다. 황현수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렸던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를 기억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나 준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만나 1-4로 대패를 당했고 3-4위전에서는 카타르에 0-1로 패배하면서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황현수는 서울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꼭 필요한 선수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황현수는 "그때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좀 안일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그때 잘 안됐던 게 오히려 더 득이 된 거 같아요. 정신적으로 무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경기에서의 부진이 오히려 그에게 독한 마음을 품게 했다.

그는 대표팀 소집 경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여기서는 백 포를 서는데 대표팀에서는 백 스리를 써야 하니까 개인적으로 연구도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코치님들도 잘 말씀해주세요. 연구하고 숙지해야죠"라면서도 "저번에 소집했을 때도 완전히 3-5-2 포메이션으로 연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했어요. 지금 뽑힌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라면서 발표된 대표팀의 포메이션에도 적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이 뽑힌 대표팀 동료 수비수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김)민재와 발을 빨리 맞춰보고 싶어요. (조)유민이는 저번 소집 때 같이 맞춰봐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수비는 조직력이 가장 중요해요. 발을 오래 맞춰보지는 않은 친구들이지만 기본에 충실하면 잘할 거예요"라며 동료들과의 호흡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명단 발표 후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이 뽑힌 이유에 대해서는 "동남아 팀들은 뒷공간을 많이 파더라고요. 제가 빨라서 발탁하시지 않았을까요?"라고 해석했다. 그는 "저번에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습도는 한국과 비슷한 거 같아요. 이 날씨에 햇빛만 조금? 더운 건 어디나 같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날씨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서울을 이끄는 이을용 대행은 황현수의 장점으로 스피드와 일대일 경합, 탄력을 꼽았다. 빠른 발을 이용해 뒷공간을 커버하고 세트피스에서 강점을 나타낼 수 있는 선수다. 황현수도 본인의 장점을 알고 있다. 팬들이 향후 그의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자 황현수는 "저한테는 극찬이죠. 그렇게 되도록 발전해야죠"라고 전하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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