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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대구=곽힘찬 기자] 포항 스틸러스에는 팀을 먹여 살리는 두 ‘강 씨’가 있다. 한 명은 강현무, 또 다른 한 명은 강상우다.

강상우는 1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강력한 중거리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부진에 빠졌던 포항을 구해냈다. 강상우는 “오랜만에 승리해서 너무나 기쁘고 승리한 것에 대해서 하나님께 먼저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팀이 이기는데 있어서 내가 도움이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최근 포항은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었다. 3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고 있었고 후반기 시즌 시작 이후 승리가 없었다. 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항은 강상우의 득점 덕분에 후반기 첫 승리를 신고할 수 있었다. 강상우는 “경기에 나서기 전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뛸 때 절실한 마음으로 뛰자고 했고, 하나의 팀으로 뛰어보자고 다 같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강상우는 수비수다. 득점과 어느 정도 거리가 먼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강상우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상우는 “내가 수비수지만 매 경기 슈팅을 한 두 개씩 시도한다. 지난 강원전에서 슈팅을 시도했을 때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 대구와의 경기에서도 기회가 오면 슈팅을 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날 시도한 슈팅이 골키퍼 조현우에게 막히는 줄 알았다는 강상우는 “슈팅을 때리는 순간 잘 맞았다고 느꼈지만 조현우가 반응을 하는 것을 보고 막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손에 맞고 들어갔다”고 웃었다. 아직까지 자신의 득점 상황이 신기하다는 강상우의 반응은 유쾌했다.

강상우는 최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포항 선수 중 한 명이지만 아직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왼쪽 풀백인데 왼발잡이가 아니다”는 강상우는 “포항이 크로스가 좋지 않다는 말이 많다. 그래서 크로스를 올리는 능력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또 내가 힘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서 외인 선수들과 경합하는 상황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피지컬을 키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와중 갑자기 강상우가 팀 동료 강현무에 대한 말을 꺼냈다. 강현무는 아쉽게 2018 팔렘방-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며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강현무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강상우는 “(강)현무는 나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다. 현무가 아시안게임 명단에서 탈락하고 난 후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말을 현무에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포항은 강상우의 천금 같은 결승골뿐만 아니라 강현무의 눈부신 선방쇼가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강상우는 “오늘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현무의 공이 크다. 거기에 내가 득점을 기록하면서 현무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현무한테 힘이 될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현무에게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상우는 인터뷰를 마치기 직전에 “현무가 아시안게임 탈락 소식을 들은 후 매우 힘들어했다. 웃고는 있는데 눈은 웃지 않았다. 그것을 보니 내가 더 슬퍼졌다. 그래도 오늘 경기에서 다행히 승리하면서 현무도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리지 않았을까싶다. 현무는 분명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강현무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강상우가 강현무를 생각하는 마음은 무척 애틋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함께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포항의 반등을 예고하는 듯 했다. 그동안 부진에 빠져있던 포항이었지만 항상 팀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한 선수들 덕에 포항도 이제 부활의 기지개를 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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