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축구 국가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시끌시끌하다. 김학범 감독의 선수 선발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특히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향해서는 '인맥축구'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김 감독이 과거 성남FC를 지휘했을 때 황의조 역시 그의 밑에서 뛰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 감독이 와일드카드를 한 장 쓰면서 황의조를 뽑았다는 것이다.

먼저 사람들이 말하는 '인맥축구'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가장 쉽게 내릴 수 있는 정의는 '실력이 부족한 선수가 감독과의 인맥을 활용해 오를 수 없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황의조는 인맥축구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충분히 뽑힐 만한 자원이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황의조가 뭐 어때서?

"황의조가 보여준 게 있어?"

많다. 황의조는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뛰면서 많은 것을 보여줬다. 축구는 기록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스포츠라고 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포지션이 있다. 공격수, 특히 최전방 공격수다. 최전방 공격수의 임무는 골이다. 아무리 뛰어나도 골이 없다면 가치는 떨어진다. 단순히 개인 기량이 아닌 컨디션, 골 감각 등 전체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공격수는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다.

올 시즌 황의조는 J리그에서 7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3위에 올라있다. YMC 르방컵(J리그컵)까지 확장하면 12골이다. 특히 6월 9일 YMC 르방컵 주빌로 이와타 원정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확실한 득점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골 감각이 물오른 황의조를 점찍은 것이다.

사실 황의조는 성남에서도 잘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현재 K리그1과 K리그2를 통틀어 황의조의 기록에 대적할 만한 선수는 딱 두 명 있다.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과 한의권(수원삼성)이다. 하지만 문선민은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K리그2의 '사기 유닛'이었던 한의권은 불과 얼마 전 전역했다. 유럽파 중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석현준을 뽑아야 한다고?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는 부상 복귀 이후 13경기 1골에 그쳤다. 다시 컨디션을 끌어 올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지금 당장 대한민국 최전방 공격수 자원 중에서 '골 냄새'를 잘 맡는 선수를 꼽는다면 황의조다. 물론 호사가들은 J리그의 수준에 대해 논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문하고 싶다. 언제부터 한국 축구가 J리그 득점 4위 공격수에게 "보여준 게 없다"라고 말 할 정도로 강했는가? 그래도 못믿겠다면 지금 당장 유튜브에 들어가 '황의조 J리그'라고 검색해보자.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줄줄이 나온다. 황의조는 충분히 보여줬다. 단지 우리가 보지 않았을 뿐.

"와일드카드 한 장을 또 공격수에 썼어?"

김 감독은 썼다. 그리고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과 대비되는 선택을 했다. 신 감독은 수비수를 대거 엔트리에 포함시켜서 논란이 일었다. 반면 김 감독은 공격수의 비중을 늘렸다. 와일드카드 세 장 중 두 장을 공격수 보강에 썼다. 이것은 김 감독이 공언한 대로 우승을 노리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세계 대회와 아시안컵, 아시안게임과 같은 아시아 대회는 분명 다르다. 전자의 대한민국은 약체다. '골을 먹어서' 진다. 반면 후자는 강호에 속한다. 아무리 최근 대한민국 축구가 형편없다 하더라도 아시아에서는 16강 그 이상을 보장하는 팀이다. 아시아 대회에서 한국은 골을 먹어서 진다는 것보다 '골을 넣지 못해' 지는 경우가 많았다. 골 못넣어서 당황하다가 역습 한 방에 지고, 연장전까지 득점이 안터져서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대한민국 축구의 아시아 대회 역사를 돌이켜보면 빈번했다.

사실 황의조는 성남에서도 잘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앞서 말했지만 황의조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골을 잘 넣을 수 있는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월드컵에서는 만일을 대비해 수비수를 보강했다면 아시안게임에서는 만일을 대비해 공격수를 보강해야 한다. 공격수 두 명을 와일드카드로 쓴 것도, 황의조를 발탁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일은 아니다. 김 감독이 '공격'을 외치는 마당에 잘 하는 공격수는 데려다 써야 한다.

"차라리 유럽파를 더 중용하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다. 아시안 게임의 중요성을 아는 아시아 국가와 달리 유럽에서는 아시안 게임의 중요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 게다가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 상에도 아시안 게임은 차출 협조 의무가 없다. 소속팀이 차출을 거부하면 그 선수는 아시안 게임에 나갈 수 없다. 유럽파 선수들의 아킬레스 건이 바로 이것이다.

현재 승선이 확정된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은 아직 소속팀과 정확히 차출 일정이 협의되지 않았다. 만일 유럽파 선수들이 토너먼트부터 합류한다면 대표팀의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간다. 황의조가 없을 경우 나상호(광주FC) 혼자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승우가 국내에 남아 아시안게임 일정을 소화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김 감독의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헬라스 베로나가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백승호, 이강인 제외의 아쉬움도 이런 측면에서 봐야한다. 기본적으로 유럽파는 소속 구단과 차출을 놓고 협상해야 한다. 최상의 컨디션을 갖고 있더라도 이런 걸림돌이 발생한다. 그런데 두 선수 모두 부상 여파나 체력적인 문제 등이 겹친다. 김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필드 플레이어 카드는 고작 18명이다. 이 둘을 뽑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골 냄새를 잘 맡는 '미필' 최전방 공격수 중에 소속팀이 차출에 협조적인 선수를 찾아야 한다. 결국 남는 선수는 황의조다. 단순한 조별예선 용이 아니다. 만일 유럽파가 뒤늦게 합류한다면 황의조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유럽파가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동안 황의조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 감독은 조별예선 만을 위해 황의조를 뽑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황의조가 뭐 어때서?"

황의조의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을 '완벽한 선택'이라거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아직 아시안게임은 시작도 안했고 축구라는 스포츠, 특히 한국에서 축구는 결과로 말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황의조가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할 가능성은 결코 0이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황의조의 발탁이 나쁜 선택, 또는 말도 안되는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황의조는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맥축구'라는 말을 들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자신이 성장한 도시의 한 시의원이 비아냥거려도 될 정도의 실력 또한 아니다. 벌써부터 황의조에게 던져지는 돌은 그에게 가혹하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황의조는 이제 조국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2연패 도전에 함께한다. 이제는 김 감독과 황의조가 증명해야 한다. 황의조 선발을 향한 비아냥과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들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아시안게임을 향할 때 조금이나마 그들의 어깨에 짊어진 짐을 덜어주고 싶다. 다시 한 번 외쳐본다. "황의조가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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