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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오는 8월 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남자 축구 20인의 명단이 발표됐다.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김학범 감독의 와일드카드는 당초 예상대로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였다. 이외에도 김민재, 황희찬 등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이 김학범 감독의 선택을 받아 인도네시아로 향하게 됐다.

과정이 어떻든 선수 선발은 감독의 전권이다.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팀의 전술적 방향과 선수들의 스타일을 고려해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다. 논란이 많았던 황의조 발탁 역시 김학범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전술에 포함된 것뿐이다. 더욱이 황의조는 J리그에서 컵대회 포함 22경기 12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경기력을 기대해볼만 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더운 나라로 소문난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뿐만 아니라 이틀에 한 경기씩 치러야 하는 살인 일정이 예고되어 있다. 그리고 조 추첨이 다시 이뤄졌을 때 만약 한국이 ‘죽음의 조’에 포함된다면 우승까지 가는 길이 매우 험난해진다. 그렇기에 ‘병역혜택’이 걸린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경기 감각과 올 시즌 K리그에서 보여준 활약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

아시안게임은 월드컵과 다르게 20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대회다. 필드 플레이어는 골키퍼 두 명을 제외하고 18명에 불과하다. 완전 로테이션을 시키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에 현재 경기 감각이 절정으로 올라온 선수들을 중심으로 뽑아야 한다. 분명 공격진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역사상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손흥민, 황희찬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고 광주FC의 나상호 역시 올 시즌 K리그2에서 9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포지션에서는 의문 부호가 생긴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 당장 뽑혀도 손색이 없을 선수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발탁된 선수들이 결코 인도네시아로 갈 자격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꾸준히 소속팀에서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던 선수들의 탈락이 아쉽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한승규, 김현욱의 탈락 (미드필더)

한승규와 김현욱을 대신해 미드필더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김건웅, 이승모 등이다. 물론 발탁된 선수들이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탈락한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과연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승모는 전반기에 포항 스틸러스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최근 광주FC로 임대를 간 후에야 두 경기에서 교체로 나와 뛰었다. 그리고 김건웅은 지난 2~3월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세 경기에 출전한 기록이 전부다.

선수는 뛰지 못하면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꾸준한 훈련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량의 100%를 발휘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한승규, 김현욱 두 선수의 탈락이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리그에서 득점까지 기록하면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 현대의 한승규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소속의 한승규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본선에 참가해 6경기 모두 나섰고 6월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됐던 전지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특히 현지에서 치른 인도네시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며 적응력을 높였다. 한승규는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14경기 출전하면서 1득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15일 펼쳐졌던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퍼스트터치를 통해 득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물론 단 한 경기만을 두고 발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승규는 아시안게임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황인범과 함께 중앙에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지만 김학범 감독은 끝내 한승규를 발탁하지 않았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12경기 출전하며 3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현욱의 탈락 역시 아쉽다. 김현욱은 키가 162cm에 불과한 단신 선수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작은 신장으로 인해 항상 의문 부호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후 자신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시켰다. 적극성이 뛰어나고 스피드가 빨라 상대 수비의 빈틈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그가 2선에서 보여주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연령별 대표팀 시절 3선에서도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수비 가담 능력도 나쁘지 않은 선수다. 경기 내내 끈질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김현욱은 수비 때문에 고심이 많았던 김학범 감독에게 분명 좋은 카드였을 것이다.

울산 현대의 한승규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학범 감독 : “가장 자신 있는 건 백 포” (수비수)

김학범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장 자신 있는 건 백 포이지만 현재 선수 구성을 본다면 쉽지 않아 백 쓰리를 기본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학범 감독은 3-5-2를 기반으로 한 예상 포메이션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했다. 김학범 감독의 발언처럼 한국 축구는 현재 측면 수비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영표, 차두리 이후 마땅한 자원이 나오지 않고 있어 측면 수비수 기용 문제는 각급 대표팀 감독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학범 감독은 U-23 연령대에 윙백 자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진현을 멀티적인 자원으로 보고 좌측 윙백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멀티적인’ 자원일 뿐이지 윙백은 그의 주 포지션이 아니다. 금메달이 걸린 대회에서 이러한 도박을 감행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백 포라고 했지만 선수 구성의 문제로 인해 백 쓰리를 기반으로 선수를 선발했다고 했다. 하지만 백 포로 따졌을 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좌측 풀백에는 독일 2부 리그 소속 MSV 뒤스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서영재가 있었고 우측 풀백에는 FC 장크트 파울리에서 뛰고 있는 박이영이 있었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 2군에서 주전으로 뛰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서영재는 쌓아온 경험들을 토대로 지난 5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 처음으로 합류하면서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서영재는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오버래핑과 적극적인 수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대표팀 측면의 안정성을 높여줄 자원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탈락의 쓴잔을 마시게 됐다.

김학범 감독은 우측 수비수 자원으로 이시영을 발탁했다. 이시영은 올 시즌 성남FC 소속으로 4경기에 출전한 기록이 전부다.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측 풀백으로 박이영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물론 박이영은 1994년생으로 만 24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와일드카드 한 장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박이영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우측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난 12월 새 감독이 부임한 이후 1군 주전멤버로 입지를 굳혔고 팀의 리그 잔류를 확정짓는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투쟁적으로 끈질기게 상대를 압박하면서 과감한 오버래핑을 통해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장점인 박이영은 향후 성인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풀백 자원으로 꼽힐 정도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울산 현대의 한승규 ⓒ 한국프로축구연맹

아쉽지만 응원을

김학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었지만 발탁되지 못한 선수들이 있고 출전하지 못했지만 발탁된 선수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팬들은 황의조의 발탁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확실하게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 예상했던 선수들의 탈락을 두고 의문 부호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명단은 발표됐다. 김학범 감독은 그 누구보다 많이 선수들을 살펴보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분명히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이 존재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이다. 하지만 이미 명단이 발표된 마당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응원을 하는 것밖에 없다. 비판을 하는 쪽은 우리지만 동시에 응원을 보내야 하는 쪽도 우리다. 이제 김학범 감독과 발탁된 선수들을 믿고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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