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더러운 ‘인맥 축구’가 우리를 멍들게 하고 있다. 감독의 인맥과 학연, 지연을 이용해 대표팀 선수를 뽑고 연세대 라인이 협회를 장악해 실력도 없는 연세대 출신 선수들이 특혜를 입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어제(16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20명의 선수를 선발하면서 와일드카드로 황의조를 뽑았다. 황의조는 연세대 출신으로 협회와 학연으로 연결돼 있고 김학범 감독과는 성남FC 시절 함께 해 지도자와의 인맥도 있다. 황희조인지, 황의조인지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선수가 더러운 인맥으로 신성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나. 이건 실력도 없는 황의조의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해 협회와 김학범 감독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틀림 없다.

암, 이강인과 백승호를 뽑았어야지. 물론 이강인이 뛰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강인은 유럽파 아닌가. 더러운 협회와 김학범 감독이 일부러 인맥이 없는 이강인과 백승호를 배제한 게 분명하다. 이강인 소속팀에서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아시안게임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고? 내 알 바 아니다. 이강인은 황의조처럼 연세대도 나오지 않고 김학범 감독과 성남에서 선수 생활도 하지 않아 이 더러운 인맥 축구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 축구는 썩었다. 석현준도 아니고 한 번 들어본 적도 없는 황희조인지, 황의조인지를 인맥으로 대표팀에 꽂아 넣을 정도라면 썩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J리그에서 7골로 득점 랭킹 공동 3위? 그런 거 모른다. 아 몰랑. 인맥 축구다.

제가 아무나 막 뽑아봤습니다

한국 축구계, 더 나아가 전세계 축구가 인맥 축구로 부패할 만큼 부패했다. 오늘은 한국 축구가 얼마나 학연과 지연, 인맥으로 얽혀 있는지 그 추잡한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그러기 위해 한 가지 과학적인 검증 방식을 도입했다. 무작위로 스무 명의 축구선수를 선정한 뒤 제비뽑기 방식으로 5명을 뽑기로 했다. 가상 와일드카드다. 그리고는 김학범 감독이나 협회와의 관계를 따져 보기로 했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더러운 인맥으로 얽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대단히 과학적인 방법이다. 요즘 활약이 좋거나 자주 거론되는 선수 위주로 스무 명을 선정해 프린트로 뽑고 아주 과학적인 각도를 분석해 가위로 오린 다음 공정하게 5명을 뽑았다. 만약 이 5명의 선수들이 대표팀 와일드카드로 뽑혔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지를 상상해 보자. 김학범 감독이 이 선수들을 직접 뽑았다고 가정해 보니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금부터 놀랍고도 무시무시한 결과를 공개한다.

처음 뽑힌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충격적인 일이다.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을 뽑다니…. 김학범 감독은 명지대 출신이다. 그런데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 역시 명지대에서 축구를 했다. 세상에나…. 김학범 감독이 학연으로 얽힌 동창의 아들을 대표팀에 뽑았다. 심지어 손웅정 씨가 대학교 4학년일 때 김학범 감독은 대학교 1학년으로 함께 학교를 다녔다. 같은 대학교 선배 축구인의 아들이라고 그를 와일드카드로 뽑은 건 한국 축구의 더러운 학연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더 소름 돋는 사실을 발견했다. 손웅정 씨가 1989년 일화천마에서 뛴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일화천마는 어떤 팀인가. 이후 김학범 감독이 코치는 물론 감독으로 이끌었던 팀이다. ‘소오름’ 돋는다. 김학범 감독과 손흥민이 이런 식으로 연결돼 있다니…. 한국 축구 큰일 났다. 학연에 같은 팀 출신으로 엮였고 여기에 혈연까지 동원됐다.

김학범 감독과 손흥민의 관계에 이런 학연과 지연이 얽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뒤 두 번째 제비뽑기를 했다. 이번에는 김학범 감독과 전혀 연관이 없는 깨끗한 선수가 뽑히길 바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뽑은 두 번째 선수는 충격적이게도 한의권이었다. 올 시즌 K리그2 아산무궁화에서 펄펄 난 뒤 제대 후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그는 실력파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제비뽑기에서 한의권의 이름을 확인한 뒤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김학범 감독이 강원도 강릉시에서 나고 자랐는데 한의권도 강원도 강릉시 출신이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웠다. 한의권은 강릉시 문성고에서 축구를 한 강릉 사람이다. 강릉시 출신이라는 강점을 인정 받아 강원FC 감독까지 했던 김학범 감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물론 둘이 한 번이라도 말을 섞어봤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학연과 지연 빼고 축구해 볼까?

김학범 감독의 선택이라고 상상하고 뽑은 두 번째 선수도 철저한 지연으로 얽혀 있었다. 만약 이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면 김학범 감독은 탈탈 털려야 한다. <같은 고향 강릉 출신 선수 뽑은 김학범, 인맥 축구 논란> 김학범 감독은 앞으로 한의권이 아무리 잘해도 뽑으면 안 된다. 이 더러운 인맥 축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의 두 번째 가상 선택도 우리 포청천 같은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정의로운 유튜브 채널 여러분들에게 욕 먹기 딱 좋았다. 세상에 시대가 어느 땐데 이렇게 같은 강릉 출신이라고 감독이 선수를 뽑는가. 두 번째 뽑은 종이도 찢어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한국 축구가 학연과 지연에 멍들어 있어서야 되겠나. 포털사이트에서 협회를 욕하고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는 네티즌 형님들이 보기 전에 몰래 종이를 숨겼다.

이쯤 되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제비를 뽑았다. 이번에는 정말 김학범 감독이나 협회와 아무 관련도 없고 실력 있는 선수의 이름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세 번째 선수로 황의조가 나왔다. 그는 연세대 라인이 장악한 협회에서 가장 밀어주는 연세대 출신 선수였다. 거기에 황의조는 성남FC에서 김학범 감독의 지도까지 받은 선수다. 지긋지긋한 인맥 축구 논란의 끝판왕이었다. 눈가에 조금씩 눈물이 고였다. ‘한국 축구가 이렇게 썩었다니…’ J리그에서 득점 랭킹 3위밖에 못하는 선수를 연대 출신이라는 이유와 감독이 친하다는 이유로 와일드카드로 뽑아야 한다는 건 엄청난 충격이었다. 한국 축구가 인맥으로 망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눈가에는 눈물이 조금씩 더 고이기 시작했다.

현실을 부정하고 네 번째 제비를 뽑았다. 맙소사. 박지성이 나왔다. 김학범 감독과 같은 대학 출신으로 축구계에는 몇 없어 더 똘똘 뭉친다는 그 명지대 출신 박지성의 이름을 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김학범 감독이 그럴 리 없어. 박지성이 그럴 리 없어’라고 부정해 봤지만 그렇다고 이 둘의 출신 대학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미 현역에서 은퇴까지 한 박지성을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가상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한국 축구가 이 정도로 멍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 연세대 출신이나 고려대 출신으로 협회가 밀어주는 선수가 아니면 이렇게 김학범 감독과 고향이나 학교로 연관이 있는 선수들만 줄줄이 뽑히는 것일까.

인맥 축구 논란 없는 깨끗한 선수 찾기?

어디 협회나 김학범 감독과 아무 관련이 없는 아주 깨끗한 인물은 어디 없을까. 그런 선수가 저기 어디 제주도 옆 섬 마을 추자도에서 혼자 공을 차고 있을지 모른다. 아, 추자도 출신 지동원도 전남드래곤즈 시절 고려대 출신에 협회 라인인 정해성 감독의 지도를 받았었다. 지동원을 뽑았다가는 고려대 인맥이 있는 지도자가 힘을 썼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다. 추자도 출신까지 연줄과 관련해 깨끗하지 않으니 어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인적도 없는 무인도에서 축구하는 재능 있는 선수를 찾아보자. 김학범 감독이 가상 와일드카드를 선발하며 박지성을 뽑자 눈물을 멈추질 않았다. 아무리 가상 와일드카드였지만 김학범 감독에게 실망감이 멈추질 않았다. 명지대 출신을 편애하는 김학범 감독은 적폐 아닌가. 이런 더러운 인맥 축구는 뿌리 뽑아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종이를 집어 들었다. 정말 조금의 의심도 없는 깨끗한 인물이 나오길 바랐다. 그런데 다섯 번째 이름을 펴 보고는 오열하고 말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는 스페인 국가대표 디에고 코스타였다. 김학범 감독은 2015년 12월 스페인으로 개인 연수를 떠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인연을 맺었다. 김학범 감독은 당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만나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선수 구성 때문에 점유율 축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뛰는 축구를 한다”는 말을 인상 깊게 들었다. 이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시메오네 옆에 있던 선수가 바로 디에고 코스타다. 김학범 감독이 가상 와일드카드로 디에고 코스타를 뽑은 건 시메오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김학범 감독이 지인의 제자를 뽑았다는 사실에 대단히 실망했다. 오열을 하자 사진을 찍던 조성룡 기자가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 더러운 인맥 축구를 제발 끊어야 한다. 학연도 끊고 지연도 끊고 혈연도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좁은 축구판에 있는 모든 인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워낙 좁은 축구계에서 학교와 지역, 지인의 연결고리를 제거하고 투명한 선수 선발을 해보자. 어디 우도에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메시 못지 않은 선수가 있을 것이다. 파주시 대성동 통일촌 마을에서 지뢰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호날두처럼 공 차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찾아보자. 이 지긋지긋한 인맥 축구를 끊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 다 그 스승 밑에서 배운 그 제자들이고 축구 좀 잘하면 고려대, 연세대에 가는 이 좁은 축구계에서 인맥 논란은 누구한테 걸어도 다 걸린다. 디에고 코스타가 와일드카드로 와도 트집 잡으면 다 트집을 잡을 수 있다. 있지도 않은 인맥을 따지며 연세대 출신 장현수가 월드컵에 무임승차 했다는 주장은 지금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함부로 인맥 축구 프레임 씌우지 말자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아무한테나 막 인맥 축구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자는 거다. 나도 김학범 감독의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에 의문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활약도와 컨디션에 따른 의문이다. 세상이 어느 시댄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감독 경력에 심한 상처를 입는데 누가 인맥 하나 믿고 선수를 뽑나. 더군다나 최근 성인 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 김학범 감독은 철저한 비주류 출신이다. 신태용 감독은 영남대를 나왔고 김학범 감독은 명지대 출신이다. 비주류 출신 감독도 엮으면 엮는 대로 다 인맥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데 조금 더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연세대나 고려대 출신이 대표팀 감독에 앉는다면 있지도 않은 인맥 축구가 더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것 같아 걱정된다. 신태용 감독이나 김학범 감독은 지금 인맥 축구를 할 만큼 편한 자리에 있지 않다.

선수 선발에 문제를 제기하려거든 유치하게 인맥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온당한 비판을 해야 한다. 그 지겨운 연세대 인맥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히딩크 감독이 자기가 잘 아는 박지성을 PSV 에인트호벤으로 데리고 간 건 인맥 축구인가 아닌가. 그리고 올 시즌 K리그에서 활약이 좋았는데도 김학범 감독이 뽑지 않은 황기욱과 한승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참고로 이 두 선수들도 연세대를 나왔고 올 시즌 활약이 좋았는데도 김학범 감독이 엔틀에서 제외했다. 무슨 황의조 한 명 뽑은 게 대단한 인맥인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자. 유치한 비난이 아닌 온당한 비판을 하자. 인맥 축구 프레임을 씌우는 게 진짜 인맥 축구 못지 않은 위험한 행위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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