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에게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았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포항=곽힘찬 기자] 포항 스틸러스는 지금 홈 6경기 무승에 세 경기 무득점이라는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어느새 리그 9위까지 추락했고 최하위권에 처져있던 팀들이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 이렇게 힘든 포항의 상황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마저도 한숨을 내쉬게 하고 있다.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포항 스틸러스와 강원FC의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광석은 이날 무승부가 못내 아쉬운 듯한 표정이었다.

김광석은 “팀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어서 선수단 모두가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고 오늘 경기를 꼭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고 경기 소감을 밝히며 허탈하게 웃었다. 팀 내에서 많은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베테랑이 바라본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김광석은 “지금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많이 이탈했기 때문에 조직력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김광석은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몫보다 더 많이 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이것이 조직력 문제로 이어졌고 팀의 연속적인 부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토로했다.

김광석은 자신이 베테랑 선수인 만큼 자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 밖에 없다. 나와 뛰는 선수들 대부분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선수들이다. 내가 비록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하더라도 말이라도 많이 해서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고 밝힌 김광석은 “내가 무너지면 다른 선수들도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포항은 이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고 강원의 골문을 쉼 없이 두들겼지만 끝내 득점을 터뜨리지 못했다. 김광석은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고 올라가야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하위권에서 머무르게 되면 팬들이 실망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가 목표한 것이 무너지기 때문에 그것이 제일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포항의 다음 상대는 대구FC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날 대구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원정에서 2-1로 격파하며 2연승을 달리고 있다. 김광석은 “반드시 승리해야한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내가 중심이 되어 수비진을 안정적으로 만들겠다. 그래야 최전방의 김승대와 레오가말류 또한 어느 정도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

포항이 K리그 명문 구단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은퇴를 앞둔 포항의 ‘안방마님’ 김광석이 있다.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왔던 김광석도 지금 포항이 직면한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내가 무너지면 다른 선수들도 무너진다”고 말한 것처럼 김광석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emrechan1@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