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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월드컵이 끝났다. 방송 3사의 중계도 함께 끝났다. 조별예선을 비롯한 월드컵 기간 어떤 채널을 볼 것인가도 이슈가 됐었다. 대중 사이에서 해설위원들을 향한 논평이 이루어졌다. 해설위원들을 향한 호불호를 나타내며 누군가는 어떤 채널을 믿고 봤고 누군가는 어떤 채널을 믿고 걸렀다.

월드컵 기간과 함께 중계 경쟁도 끝났으니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스포츠 중계를 할 수 있는 건 SBS와 배성재뿐이다. MBC와 KBS는 스포츠 중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시청률 경쟁에서 해설위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KBS와 MBC는 자신들이 지상파라는 사실을 의식해야 한다.

해설위원은 전문인이다. 전문인들의 생각도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설위원들은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자신의 주관으로 해석하고 대중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3사에서 해설을 맡은 위원들은 그들의 생각을 나름대로 잘 정리했고 대중에게 잘 전달했다. 월드컵 동안 3사의 해설위원들을 향한 논란도 있었으나 논란과 상관없이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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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캐스터다. 3사의 메인 중계만 따져본다면 스포츠 중계를 한 곳은 SBS와 배성재밖에 없었다. SBS를 제외한 타사의 캐스터들은 스포츠 중계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예능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축구는 스포츠고 스포츠는 지금 일어나는 장면을 먼저 알려줘야 한다. 해설위원과 축구를 보며 만담을 나누고 진행 욕심을 보인다면 공중파 중계의 의미가 없다. 차라리 아프리카TV의 감스트 채널을 보거나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보는 편이 낫다.

배성재가 중계하는 방식이 스포츠 캐스터의 역할이다. 축구라는 시각적 현상을 그가 어떻게 말로 풀어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배성재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크로아티아 골키퍼 수바시치가 골킥을 길게 찼습니다. 은존지의 헤딩, 그러나 떨어지는 공을 모드리치가 잡습니다. 모드리치, 라키티치에게 패스합니다. 다시 모드리치에게. 왼쪽에 있는 페르시치에게 패스. 페르시치 파바르를 제치고 돌파합니다. 페르시치 왼발 낮게 크로~스! 하지만 만주키치의 머리까지는 닿지 못합니다. 움티티가 헤더로 걷어냅니다. 그러나 공은 다시 모드리치에게. 모드리치 다시 라키티치에게, 라키티치, 뒤쪽에 있는 브로조비치에게 패스합니다. 오른쪽 보는데요? 오른쪽 쇄도하는 브르살리코, 브로조비치가 브르살리코를 봅니다. 브르살리코, 리카 헤르난데즈를 제치고 오른발로 크로스! 헤딩~ 골대를 벗어납니다! 아쉬워하는 만주키치!"

방송 3사 메인 중계를 모두 챙겨본 팬들이라면 배성재 캐스터의 음성지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받아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배성재만이 공을 가진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 선수가 어떤 발로 어떻게 공을 움직이는지 전달할 수 있다. 빠른 패스로 공이 돌아가는 시간에 다른 캐스터들은 팀의 기록을 이야기하고 징크스를 이야기하다가 슛 장면이 나오면 슛을 외친다. 감탄, 혹은 탄성만 지른다. 그리고 다시 해설위원과 만담을 나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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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는 라디오를 하듯이 해야 한다. 아무리 전달 매체가 라디오에서 TV로 발전하고 TV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발전해도 스포츠 중계는 기본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지상파의 메인 캐스터라면 이를 더 인지하고 있었어야 했다. 지상파의 수신 대상은 마니아층이 아니다. 일반 대중과 소외계층을 생각하는 방송을 해야 한다. KBS와 MBC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그들의 중계가 시각장애인들에게도 편안하게 전달됐는지 말이다.

꼭 시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TV나 온라인, 모바일로 시청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화면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농담 따먹기나 기록 얘기만 듣다가 어느 순간 "어 왔는데요. 슛~ 골~ 골이 터집니다"라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이럴 거면 그냥 다음 날 아침 축구를 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편이 편하다. 물론 생중계를 녹화중계처럼 들으니 감동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생중계할 때 '누가 골을 넣었나 보다'정도만 알고 있다가 다음날 친한 사람들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듣게 된다면 그만큼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 없을 것 같다.

월드컵이 끝났다. 방송 3사의 중계도 함께 끝났다. 월드컵 동안 해설위원을 향한 평은 가득했지만 캐스터를 향한 평가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배성재를 능가하지는 못할지라도 배성재처럼 하려는 캐스터도 없었다. MBC와 KBS는 시청률을 보며 즐거워했다. 정작 실제로 '시'청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어떤 편의를 제공했는가. 모두가 즐기는 월드컵이라고 하지 않았나. 월드컵을 탐험한다고 하지 않았나. 다시 뜨거워지려면 아시안 게임과 아시안 컵에는 어떤 캐스터가 나와야 할까. 누구를 메인으로 세워야 할까. 그들 스스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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