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국은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책임감을 다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최근 수원FC에 입단한 조병국은 K리그에서도 최고참 축에 속한다. 1981년생인 그는 만37세로 이젠 선수보다 코치가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올 시즌 경남FC에서 주전을 꿰차지 못한 그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은퇴가 아닌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바로 K리그2 수원FC 이적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조병국은 이적 후 첫 경기였던 대전전에서 활약하며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더니 1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광주FC전에서도 선발 출장했다.

광주FC전에서 전반 1분 만에 나상호에게 선취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수비진을 잘 정비해 남은 시간을 실점 없이 잘 마쳤다. 수원FC는 그 사이 한 골을 보태며 광주FC와 1-1 무승부를 기록, 네 경기 연속 무패(3승 1무) 기록을 이어 나갔다. 조병국이 가세한 이후 수원FC는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이날 조병국은 후반 33분 경미한 부상으로 교체됐지만 다음 경기 출장에도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37세의 조병국은 경남에서 반 시즌 동안 벤치를 지켜야 했던 설움을 풀어내고 있다. 아직 그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광주전이 끝난 뒤 만난 조병국의 표정은 밝았다. 무엇보다도 부상이 크지 않은 탓이었다. 그는 “지난 첫 경기 대전전 때부터 종아리 근육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면서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예방 차원에서 교체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조병국은 그러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수비진에서 그렇게 교체를 해버리면 공격적인 선수 교체 카드 한 장을 잃는다”면서 “후반 막판 (이)재안이가 근육 경련이 일어났는데 내가 교체 카드를 한 장 허비해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하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이 부분은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37세의 노장 수비수가 “고쳐 나가겠다”고 말한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올 시즌 경남에서 기회를 잃은 뒤 수원FC를 택하게 된 터라 더더욱 그랬다. 그는 “수원FC에서 나를 원했고 나도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팀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다. 늘 준비하고 있었고 수원FC에서 나에게 기회를 줬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경남에서 8경기에 나서며 팀의 고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는 올 시즌 경남이 K리그1으로 승격한 뒤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수비 안정화가 필요했던 수원FC로서도 그가 필요했다.

조병국은 수원FC 이적 후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프로축구연맹

조병국은 2002년 수원삼성에서 데뷔했다. 그가 뛰던 당시 수원삼성에는 고종수와 데니스, 산드로, 이기형, 나드손이 선수로 뛰고 있을 때였다. 그만큼 조병국은 ‘오래된 선수’다. 이제는 추억이 된 이름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을 정도로 노장이다. 그는 김대의 감독을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조병국은 “김대의 감독과 수원삼성에서 같이 선수로 뛰었다”면서 “그때 김대의 감독은 고참이었고 나는 신예였다. 김대의 감독으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내가 ‘형’이라면서 잘 따랐다. 지금도 때로는 형처럼 지내고 경기장에서는 감독과 선수로 잘 지낸다”고 웃었다.

김대의 감독과 현역 시절 추억을 함께 쌓았던 그는 세월의 흐름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 그와 함께 수비진을 구축하게 된 조유민과는 무려 15살 차이가 난다. U-23 대표팀에도 줄곧 승선한 조유민은 1996년생의 신인이다. 수비 파트너의 나이 차이가 15살이나 난다는 건 이채로운 일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조병국이 더 신기한 일이 있다는 듯 말을 꺼냈다. 조병국은 “우리 아들이 2005년생인데 아들하고 유민이 나이 차이가 9살에 불과하다”고 웃었다. 그는 “처음에 유민이를 만났을 때 유민이로부터 호칭을 형이라고 해야 하는지 삼촌이라고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조병국은 수원FC 이적 후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프로축구연맹

조병국은 “결국에는 호칭을 형으로 정리했다”면서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유민이가 내가 부탁하는 부분을 잘 받아주고 따라준다. 때론 나에게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서로서로 잘 맞춰가고 있다. 워낙 활동량이 많은 친구라 내가 편하게 경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의 감독과도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조병국은 아들과 9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비 파트너를 이끌고 있다. 조병국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수원FC 감독과 가장 어린 선수가 교감하는 중이다. 조병국은 “생활할 때는 워낙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유민이와 같이 할 일이 별로 없다”면서도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축구 이야기는 서로 잘 통한다”고 덧붙였다.

조병국은 이제 은퇴를 생각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그는 베테랑으로서의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선수들에 비해서는 체력이나 활동량이 부족하다”면서도 “다른 부분에서는 내가 나은 점도 있다. 나도 어릴 때는 어디로 뛰어야할지 몰라서 쓸 데 없이 많이 뛰기도 했는데 지금은 적게 뛰면서도 효율적인 움직임이 어떤 건지 터득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수원FC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는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하다. 조병국은 “수원FC가 전반기 때는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면서 “지금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순위는 낮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됐으니 내가 구심점 역할을 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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