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후 응원단에 예를 표하는 개성고 선수단. 사진ⓒ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목동야구장=김현희 기자]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장마철 이후에도 본격적인 레이스가 진행되는 가운데 '제73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8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청룡기 선수권)' 대회 역시 계속됐다. 시즌 왕중왕을 가리는 마지막 대회 4일째 32강전 경기에서 장충고, 제물포고, 소래고, 개성고가 각각 승리하며 16강이 겨루는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당초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서울고와 대전고가 32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던 하루이기도 했다.

제1경기 : 서울 장충고등학교 2-1 충북 청주고등학교

1회전에서 까다로운 상대였던 충암고에 완승한 장충고가 32강전에서도 청주고에 신승하며 16강에 올랐다. 장충고는 0-0으로 맞선 3회 말 공격서 4번 이영운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냈다. 4회 말 공격에서도 9번 이제웅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점수는 내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청주고 역시 6회 초 반격서 3번 오운용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추격을 시작했으나 이후 상대 에이스 송명기에게 7~9회 연속 삼자 범퇴를 당하면서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이 날 경기에서 양 팀은 희생타로만 점수를 내는 진귀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마운드에서는 사이드암 김준영이 선발로 나서며, 5이닝 5피안타 1실점하면서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에이스 송명기도 4이닝 노히트로 팀 승리를 지켰다.

팀 동료 이후석과 함께 한 장충고 에이스 송명기. 사진ⓒ스포츠니어스

제2경기 :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4-1 서울고등학교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당초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서울고가 황금사자기 1회전 탈락에 이어 청룡기 선수권 32강전에서도 발목이 잡히면서 우승의 꿈을 대통령배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물포고가 서울고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공략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제물포고는 팽팽한 0의 행진 속에서 3회 말 김동혁과 이병헌의 적시타로 2점을 선취, 기선을 제압한 데 이어 4회에도 또 다시 김동혁이 3루 주자를 불러 들이는 스퀴즈번트를 성공시켰다. 이후 박민형이 2사 이후 우전 적시타로 또 다시 3루 주자를 불러 들이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서울고는 7회 초 반격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만회, 영패를 면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마운드에서는 제물포고 선발로 나선 형관우가 6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제3경기 : 경기 소래고등학교 12-8 경기 안산공업고등학교

같은 경기지역 라이벌전으로 진행된 소래고와 안산공고의 경기에서 소래고가 웃으며 16강행을 확정했다. 지역 라이벌전답게 양 팀 합쳐 20점이 나오는 화끈한 타력전이 전개되기도 했다. 기선 제압은 안산공고의 방망이에서부터 시작됐다. 안산공고는 2회 말 공격서 우익수로도 출전한 전용주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여재성, 추은호가 역시 주자들을 불러 들이면서 단숨에 3점을 추가했다. 그러나 소래고도 4회에 상대 실책에 편승하여 두 점을 추격한 데 이어 5회에도 3번 이주형의 2타점 주자 일소 2루타를 바탕으로 또 다시 두 점을 추가했다.

4-4로 맞선 6회 초 소래고 공격에서는 이주형의 희생플라이와 김창윤의 적시타 등을 묶어 3득점에 성공했으나, 안산공고 역시 곧바로 이어진 6회 말 반격서 타자 일순하며 대거 4득점, 재역전을 일궈냈다. 이대로 갈 경우, 안산공고의 대역전승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7회 초 공격에 나선 소래고가 2번 박상목의 적시타와 상대 송구 에러 등을 묶어 다시 3득점, 재역전에 성공했다. 9회 초 공격에서도 5번 김윤수의 2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으며 길고 긴 3시간 11분의 승부를 마무리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이지강, 구원 김현수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오진혁이 3이닝 2피안타 무실점투를 선보이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제4경기 : 부산 개성고등학교 9-4 대전고등학교

대회 3일 째 경기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당초 또 다른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대전고마저 개성고에 발목을 잡히며, 대통령배를 기약해야 했다. 개성고는 1회 초 공격서 3번 주성원의 적시타로 포문을 열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2회 초 공격에서도 이정헌과 한재환의 연속 적시타로 두 점을 추가, 상대 선발 이재환을 끌어 내리는 데 성공했다. 대전고 역시 2회 말 공격에 들어서자마자 7번 신동규의 2타점 2루타와 9번 유선우의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수비에서 에이스 홍민기가 난조를 보인 것이 결정타가 됐다.

3회 초 공격에 나선 개성고는 만루 상황에서 7번 김태현이 주자 일소 3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투수 와일드 피치로 추가점을 냈다. 기대를 모았던 대전고 좌완 에이스 홍민기가 3회 들어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이후 양 팀은 몇 차례 공방전 끝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최세창에 이어 등판한 손민규가 4와 2/3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이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팀 동료 이후석과 함께 한 장충고 에이스 송명기. 사진ⓒ스포츠니어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장충고 투수 김준영-송명기 듀오 : 장충고가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것은 타선의 힘을 뒷받침해 주는 마운드의 높이가 낮지 않다는 데에 있다. 청주고와의 32강전도 마찬가지. 에이스 송명기를 효과적으로 쓰는 용병술 속에서 선발로 나선 김준영이 제 몫을 다 했다. 둘은 9이닝을 나눠 던지면서 청주고 타선에 5피안타 1실점만 허용했다. 특히, 사사구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투구 숫자도 효과적으로 가져가면서 16강전 이후 경기도 수월하게 풀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패턴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1회전에서도 장충고는 또 다른 에이스 김현수의 역투 속에 송명기가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1승을 챙긴 경험이 있다.

제물포고 투수 형관우 : 말 그대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그것도 강력한 우승 후보 서울고를 상대로 말이다. 형관우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서울고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6이닝 3피안타 1실점, 4탈삼진 역투를 선보이며 깜짝 승리를 기록했다. 그 동안 주말리그에서 선발로 등판한 경기가 드물었음을 감안해 본다면 이 날 호투가 이용주 감독에게는 상당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선발 등판 경험은 드물지만, 그동안 형관우는 꽤 많은 경기에 보직을 가리지 않는 마당쇠로 등장하면서 42와 1/3이닝을 소화했다. 서울고전 승리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하게 된 형관우는 175cm, 75kg으로 다소 작은 체격 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날 승리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관우운장' 못지않은 기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소래고 외야수 박상목-내야수 김윤수 듀오 : 12개의 안타 중에서 두 이가 7개를 합작했다. 이러한 안타 행진이 없었다면, 안산공고에 대역전을 허용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선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출장한 박상목은 6번 타석에 들어서면서 5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4안타를 처음 기록한 이로 남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또한, 4득점을 올리면서 선발 타자들 가운게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결승타점의 주인공인 김윤수도 마찬가지. 김윤수는 선발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나서면서 6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마기막 9회 기록한 도루실패만 아니었다면 더 완벽해질 수 있었지만, 그것이 김윤수의 가치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개성고 포수 주성원 : 타점은 하나밖에 없었지만, 팀의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 6타수 3안타를 기록하면서 팀 타선을 이끌기도 했 다. 군더더기 없는 스윙을 지니고 있어 지난해 월드 파워 쇼케이스 국내 대회에도 초대를 받았지만, 당시 무릎 부상으로 불참했던 기억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주성원은 "원래 내 스윙은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호쾌하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휘둘러 보았는데, 결과가 좋았다."라며, 부드러운 스윙폼을 갖게 된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올해는 주성원 외에도 마산용마고 김현우 등 빼어난 포수들이 많이 등장했다. 당연히 라이벌에 대해 신경이 쓰일 법했지만, 정작 주성원은 "아니다. 라이벌에 대한 걱정을 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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