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목동야구장=김현희 기자]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장마철 이후에도 본격적인 레이스가 진행되는 가운데, '제73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8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청룡기 선수권)' 대회 역시 계속됐다. 시즌 왕중왕을 가리는 마지막 대회 5일째 32강전 경기에서 세광고, 제주고, 경남고, 성남고가 각각 승리하며 16강이 겨루는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제1경기 : 충북 세광고등학교 9-5 서울 휘문고등학교

지난해 김형준(NC), 강동우(동강대) 등을 앞세우고도 정작 전국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세광고가 선수권대회에서 오랜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1회 초 휘문고에 선취점을 허용했던 세광고는 곧바로 이어진 1회 말 반격서 2사 이후 5번 국대건이 두 명의 주자를 불러 들이는 2루타를 기록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휘문고는 이어진 3회 초 반격서 5번 박성준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8번 윤석원의 중전 적시타, 9번 서민규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대로 가면, 휘문고가 승리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세광고는 5회 말 공격서 4번 심기정이 동점 2루타를 만들어낸데 이어 5번 국대건이 또 다시 경기를 뒤집은 역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여기에 8번 고명준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6회 말 공격에서도 4번 심기정의 3루타에 이은 5번 국대건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쐐기점을 내며 승리를 자축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박계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3학년생 조현호가 5와 1/3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32강전에서 팀 타선을 이끈 세광고 3루수 국대건. 사진ⓒ스포츠니어스

제2경기 : 제주고등학교 9-6 순천 효천고등학교

제주고가 효천고에 진땀승하며, 어렵게 16강에 올랐다. 제주고는 1회 초 수비서 2사 이후 6번 임준섭에게 밀어내기 몸에맞는 볼을 허용하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그러나 2회 말 1사 만루서 9번 김현준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3회 말 무사 1, 2루서 4번 이도현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 3루타를 만들어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제주고는 6번 이정민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시작으로 7번 김규민도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면서 점수 차이를 벌렸다.

5회에 한 점씩 주고 받은 양 팀은 6회 초에 효천고가 무사 1루서 8번 위성호의 3루타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7회 말에 정우빈과 이정민의 적시타로 점수 차이를 더욱 벌리면서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했다. 효천고는 8회 초 2사 이후 김민수-서동욱이 3타점을 합작하며 추격을 개시했지만 경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마운드에서는 전천후 김진섭의 활약이 빛났다. 투수와 2루수, 좌익수를 오가며 종횡무진했던 김진섭은 팀의 두 번째, 다섯 번째 투수로 연속 등판하여 4이닝 무실점을 기록,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한편, 이 날 경기에는 심판의 눈에 보이는 오심이 발생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상황은 1회 초 효천고 공격 때 무사 1루에서 나왔다. 여기에서 2번 최명경의 번트 때 1루 주자가 3루로 뛰었으나, 3루심이 포스 아웃 상황으로 착각하여 3루로 뛰던 주자보다 포구가 빨랐다고 판단하여 아웃 처리한 것이다. 태그가 이루어져야 아웃 선언이 됨을 놓쳤던 셈이다. 서창기 감독도 해당 상황에 대한 어필을 진행했으나, 결국 판정에 승복하고 주자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야 했다.

32강전에서 팀 타선을 이끈 세광고 3루수 국대건. 사진ⓒ스포츠니어스

제3경기 : 부산 경남고등학교 7-0 대구 경북고등학교(7회 콜드)

부산과 대구 지역에서 '경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양 교의 맞대결에서 경남고가 7회 콜드게임 승리했다. 결과는 콜드게임이었지만, 경기 중반까지 양 팀 모두 승패를 알 수 없는 팽팽한 투수전을 진행하여 야구명문다운 맞대결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5회까지 0-0을 유지한 양 교의 균형은 6회 경남고 공격 때 깨어졌다. 무사 2, 3루서 4번 노시환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포문을 연 경남고는 계속된 2사 2, 3루에서 8번 전의산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쐐기를 박았다. 7회에는 2사 이후 또 다시 노시환이 적시타를 기록한 데 이어 고영우, 이주형도 연달아 적시타로 주자를 불러들이며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경북고는 5회 종료 이후 6회부터 에이스 원태인(삼성 1차 지명)을 올렸으나, 원태인의 볼이 전체적으로 높게 형성되면서 실점을 피할 수 없었다. 마운드에서는 경남의 3학년 우완 이준호가 5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이면서 32강전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경북고 선발 오상민도 6회 교체될 때까지 5이닝 무실점 7탈삼진 역투를 선보이면서 제 이름값을 다했다.

32강전에서 팀 타선을 이끈 세광고 3루수 국대건. 사진ⓒ스포츠니어스

제4경기 : 서울 성남고등학교 12-4 경기 신흥고등학교(7회 콜드)

투-타에서 한 수 위 실력을 선보인 성남고가 신흥고의 추격을 따돌리고 16강에 올랐다. 성남고는 2회 초 2사 2루에서 8번 유승연의 중전 적시타로 포문을 열었다. 3회 초 공격에서는 상대 투수 견제 에러와 4번 최해찬의 중전 적시타 등을 묶어 대거 3득점, 점수 차이를 벌렷다. 4회 초 1사 만루 찬스에서는 또 다시 최해찬이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면서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사실상 여기에서 경기가 끝난 셈이었다.

성남고는 5회 초 공격서 2사 이후 2번 유관후가 2타점 3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투수 폭투로 한 점을 더 추가하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7회에는 만루 상황에서 밀어내기 볼넷 2개로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반면 신흥고는 3회 말 무사 만루라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지만, 2번 김정인이 유격수 병살타를 기록하면서 한 점 득점에만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5회에 스퀴즈번트와 밀어내기, 만루 상황서 땅볼로 3점을 추가,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운드에서는 성남고가 자랑하는 에이스 트리오, 손동현-강민성-장지수 트리오가 모두 등판하여 신흥고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2와 2/3이닝을 소화한 강민성에게 승리 투수가 주어졌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세광고 3루수 국대건 : 혼자 4타점을 기록하면서 세광고가 오랜만에 전국 16강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냈다. 휘문고전 성적은 5타석 4타수 3안타 4타점.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되면서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 날 경기에서도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선보였다. 본인도 3안타를 치면서 팀 승리를 이끌게 되어 기쁘다는 표현을 숨기지 않았을 정도다. 본 포지션은 3루수이나 포수로도 투입될 만큼 다재다능함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국대건은 "황금사자기 첫 경기를 포수로 출장했는데 오랜만에 포수마스크를 써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본 포지션인 3루수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라며 내야 포지션에 대한 애착을 밝히기도 했다.

제주고 포수 이도현-2학년 김진섭 듀오 : 사실상 두 선수가 제주고의 16강행을 이끌었다. 선발 포수 겸 4번 타자로 출장한 이도현은 1-1로 맞선 3회 말 공격서 경기를 리드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하면서 제 몫을 다했다. 성적은 5타석 4타수 1안타 2타점. 경기 직후 이도현은 "주말리그에 잘 맞지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잘 맞은 타구가 나와 다행이었다. 안방마님으로서 팀의 8강행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16강행 진출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도현도 이도현이었지만, 이 날 경기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이는 2학년 김진섭이었다. 선발 김군철이 1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자 마운드에 올라 3과 1/3이닝을 소화했고 이후에는 2루수로 자리를 옮겨 공격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병살타 유도 이후에 자리를 좌익수로 옮겨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61개 투구숫자를 기록하여 18일 경기에는 등판하지 못한다. 그러나 김진섭은 "팀이 승리한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야수로도 경기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16강전에서는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을 응원하겠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경남고 내야수 노시환 : 상대 투수로 만나는 경북고 원태인은 향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한솥밥을 먹게 될 동료이기도 했다. 향후 태극마크를 달고 만나게 될 동료와의 맞대결에서 노시환이 결승타를 치면서 팀을 청룡기 16강에 올려놨다. 6회 무사 2, 3루서 좌전 적시타를 기록한 데 이어 7회에도 2사 이후 적시타를 기록하며 혼자 3타점을 올렸다. 1학년 때부터 한동희(롯데)와 함께 4번을 번갈아치던 기량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었다. 이에 대해 노시환은 경기 직후 "(원)태인이의 볼이 너무 좋았다.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황금사자기 4강에서 광주일고에 패하여 결승 진출이 실패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이기도 했다. "통산 10번째 청룡기 우승이 목표다."라는 데서 노시환의 투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성남고 내야수 최해찬 :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의 위용이 살아있었다. 최해찬은 선발 4번 지명타자로 출장하여 경기의 리드를 잡는 결정적인 적시타를 두 개 때려냈다. 교체될 때까지의 성적은 3타석 2타수 2안타 3타점. 이미 중학 시절,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던 유망주답게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에 대해 무덤덤한 듯한 모습. 2학년 4번 타자로 경기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본선 무대가 다가오다보니, 조금씩 부담감이 다가오는 사실이다."라고 얘기했지만, 그러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당시 우승 멤버들 중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