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다시 활을 쏠 수 있을까.

11일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인천유나이티드와 강원FC의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돌고 돌아 다시 파검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남준재는 이날 선수 보호 차원에서 제외된 문선민을 대신해 왼쪽 윙어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준재는 연세대 재학시절부터 연고전마다 득점을 기록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2010년 인천에 1순위로 지목되면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남준재는 신인임에도 프로 첫 시즌에 28경기에 출전했고 3골과 5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남준재와 인천의 첫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남준재는 인천을 떠나 전남드래곤즈와 제주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번갈아 입었다. 적응이 힘들었던 탓일까. 남준재는 전남과 제주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렸고 경기 출장 수도 데뷔 시즌에 비해 반도 못 채웠다. 남준재는 전남과 제주에 있었던 3년 동안 리그 12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진했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남준재는 2012년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남준재는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었다. 이적 첫해 22경기에 출전해 8골과 1개의 도움을 올릴 정도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이듬해 32경기에 출전하며 인천의 강력한 공격 옵션으로 떠올랐고 2014년 개막전에는 득점까지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봉길 감독이 이천수를 선호하면서 남준재에게 주어졌던 기회는 17경기로 줄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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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조차 손에 쥘 수 없었던 시간

2014시즌을 마무리한 인천은 남준재를 잡지 않았다. FA로 풀린 남준재를 선택한 건 성남FC였다. 남준재는 그에게 기회를 준 성남을 위해 30경기를 뛰고 4골과 4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16시즌 군 복무를 위해 안산경찰청으로 입대하면서 그의 황금기가 주춤하게 된다.

전남과 제주 생활을 제외하면 항상 20경기 이상은 뛰던 선수였다. 그러나 경찰 신분으로 있었던 남준재는 입대 첫해 17경기, 경찰청이 아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뒤에는 14경기만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본인에게는 길고 길었던 복무 기간이 끝난 뒤 다시 성남으로 돌아온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아산무궁화를 상대하는 플레이오프 딱 한 경기뿐이었다.

승격에 실패한 성남은 박경훈 감독 대신 남기일 감독을 선임하며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문제는 남기일 감독의 전술 구성에 그의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지급 급여와 관련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성남의 2차 전지훈련에는 참여했지만 시즌 개막 후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남준재가 없는 성남은 무패 행진을 달리며 K리그2의 정상을 달리고 있었다.

남준재는 뛰고 싶었다. 에이전트도 없었던 그는 뛸 수 있는 팀을 백방으로 찾았다. 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던 구단은 고향과 같았던 인천이었다. 인천으로서도 송시우가 떠난 공격진의 빈자리를 남준재가 채워주길 원했다. 인천은 6월 12일 남준재의 합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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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레골라스, 다시 날다

그리고 남준재는 11일 오랜 공백 기간을 깨고 인천축구전용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 번째로 인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그는 그동안 뛰지 못했던 시간을 뒤집듯 운동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뛸 수 없었던 한을 모두 풀어내는 듯 보였다. 그리고 전반 이른 시간 아길라르의 선제골을 도우며 부활을 알렸다. 비록 이날 골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특유의 레골라스 세리머니는 펼치지 못했지만 6개월 넘게 뛰지 못했던 선수임을 고려하면 이날 남준재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날 인천은 남준재의 활약에도 강원FC와 3-3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승점 3점을 놓쳤다. 안데르센 감독은 팀의 실점에 실망한 모습이었다. 남준재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아쉽고 마음이 좋지 않다. 선배로서 선수들을 추스르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팬들 등원에 보답해드려야 하는 데 좀 더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추슬러서 승리로 보답하겠다"라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시간 인천을 떠나있었던 남준재는 인천 특유의 팀 성향을 논했다. 그는 "인천이라는 팀은 골을 많이 넣지는 못하지만 골을 넣으면 지키면서 끈끈한 모습으로 승점을 따는 게 매력이었다. 그렇게 인천이 버텼는데 지금 인천의 모습은 답답한 게 사실이다. 지금 제가 봤을 땐 나태해진 거 같고 운동장에서 간절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될 거 같다"라며 인천의 분발을 촉구했다.

남준재는 경기에 뛰지 못했던 6개월간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라면 경쟁을 해야 하고 운동장에서 빛을 발하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다. 그러나 제 개인 욕심보다 인천이 빨리 상승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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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하나다. 활동량이 많고 빠른 속도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혀야 하는 위치이기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한 마음이 앞섰다. 그는 "이대로 은퇴하기 싫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힘든 시간을 꿈 참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들의 함성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남준재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팬들의 함성을 다시 듣고 싶어서 참고 여기까지 왔다. 다음 경기는 생각하지 말고 오늘 경기만 생각했다. 여기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라고 전했다. 세 번째 인천을 위해 뛰게된 그는 "다시 돌아와서 기쁘게 생각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설레기도 했고 기대도 됐다. 팬들의 응원이 너무 듣고 싶었고 많이 기뻤다"라고 덧붙였다.

남준재는 간절함을 이야기했다. 그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긴 시간은 그대로 그의 간절함으로 남았다. 그는 이날 강원을 상대로 그의 간절함을 모두 쏟아냈다. 그러나 인천은 이날 직선적이고 빠른 공격에도 실점을 막지 못하며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남준재의 간절함이 인천을 다시 깨울 수 있을까. 세 번째로 인천의 유니폼을 입은 레골라스는 다시 활 시위를 당길 수 있을까.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