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분쟁조정제도’ 의미와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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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이천수는 두 번이나 임의탈퇴를 당해 K리그 복귀에 애를 먹었다. 강수일도 두 번 임의탈퇴 신분이 돼 한동안 축구를 할 수 없었다. K리그에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팀과 마찰을 일으킨 선수에게 임의탈퇴라는 조치를 취했다. 임의탈퇴를 당한 선수는 K리그에서 뛸 수 없었으며 이는 곧 선수 생명의 종결과도 이어졌다. 

임의탈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퇴출하는 제도로만 쓰였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임의탈퇴는 선수와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구단 측의 좋은 핑계였고 무기였다. 프로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구단은 선수를 평가하며 그에 맞는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선수는 전문 직종이고 프로이기에 자신의 가치만큼 몸값을 올릴 수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와 같은 이해관계가 어긋나면 늘 구단이 ‘갑’ 역할을 했다. 선수 측은 구단 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나 연봉 삭감을 당해낼 수 없었다.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도 없었고 선수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사실상 K리그에서 사라진 ‘임의탈퇴’

최근 들어 구단의 ‘슈퍼 갑질’과 ‘일방통행식’ 계약해지가 사라지고 있다. 2017년 K리그에 도입된 ‘분쟁조정제도’ 때문이다. ‘분쟁조정제도’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선수와 구단 간 분쟁으로 등록마감일까지 등록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 대해 선수나 구단이 연맹에 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다. 이전까지는 구단과 선수 사이가 틀어지면 선수가 임의탈퇴를 당하거나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연맹은 지난 해에 세 건, 올 해도 세 건을 분쟁조정을 통해 해결했다.

과거에는 임의탈퇴 처분을 받아 선수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잦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축구계에서 ‘임의탈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16년 6월 수원FC 소속 이승렬이 K리그에서는 마지막 임의탈퇴 선수다. 이 임의탈퇴 역시 해당 선수가 조정위원회 참석을 거부하면서 진행된 사례였다. 연맹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구단과 선수 간의 연봉조정 후 등록 또는 구단이 선수에게 합의금 지급 후 계약 해지 등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 하에 최대한 선수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조정 사례에 의하면 A 구단 B 선수는 전년도 기본급으로 받았던 4,000만 원을 그대로 요구했으나 구단 측은 2,800만 원을 제시했다. 선수와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자 연맹 조정위원회 측의 도움을 요청했다. 연맹 조정위원회는 구단이 선수에게 기본급 3,600만 원을 지급하고 구단 내규에 따른 옵션을 발효하도록 결정했다. 한편 C 구단에서 전년도 기본급으로 1억 원을 받았던 D 선수는 구단 측에 9,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구단이 제시한 금액은 3,600만 원에 불과했다. 조정위원회 측은 구단 측이 선수에게 계약 해지 합의금 8,000만 원을 지급하고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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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기관에 명시되어 있는 분쟁조정 구조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관 제59조를 통해 회원협회와 리그를 향해 “분쟁조정기구를 설립하고 해당 내용을 정관에 포함해야 한다. 조정이 어렵다면 FIFA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해결하라”라고 명시하며 “이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제를 부과할 것이다. 이의신청 또한 법원이 아닌 중재 기관으로 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명시된 정관도 기본적으로는 FIFA 정관을 따른다. FIFA는 “분쟁은 협회 또는 연맹의 규정하에 인정되는 독립적이고 적법하게 설립된 중재 기구 또는 CAS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라고 명시했으며 민사 소송 금지를 언급하고 있다. 

FIFA 회원협회로 있는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도 FIFA와 AFC의 정관을 지키기 위해 해당 조항을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관 제81조에 “협회는 분쟁을 조정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두며 그 구성과 기능,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은 별도 규정으로 정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협회 측은 국제적 분쟁의 경우 FIFA와 CAS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명시했다.

연맹 측은 FIFA, AFC 규정에 근거해 이와 같은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연맹 측은 정관 제60조 <분쟁 해결> 규정을 통해 “회원과 그 소속 선수와 임직원이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합리적인 조정을 위해 연맹 정관과 규정에 따른 분쟁조정절차에 의한다”라며 근거 규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선수 등록과 미계약 FA 선수에 대한 분쟁 발생 시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FIFA와 AFC 등 상위기관에서 명시한 내용은 권고가 아닌 의무다. 상위기관의 규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K리그와 구단, 선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협회와 연맹 측은 이들의 의무사항을 받아들이고 근거 조항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연맹 측은 분쟁조정의 세부 규정에 관해 조정위원회의 관할 범위와 구성, 진행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적극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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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을 위한 K리그의 노력

연맹 측은 조정위원회 세칙을 통해 관할 범위를 설명했다. 세칙 제 2조에 따르면 구단과 선수. 구단과 구단 산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 구단과 구단 간에 발생한 연봉과 이적료, 선수 등록과 더불어 도핑 문제까지 K리그 규정과 관련한 모든 분쟁을 관할 범위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조정위원회는 사안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한 위치에 있는 조정위원들을 위촉하기 위해 비상근 기구로 운영하고 있으나 조정위원에 반드시 법률전문가 혹은 변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맹 측이 밝힌 조정위원회 진행 절차에 의하면 분쟁 당사자 혹은 대리인을 통해 조정 신청서를 먼저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7일 이내로 상대방에게 통지하도록 되어있다. 제출 후 10일 이내에 회의가 개최되며 당사자 쌍방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진술 청취 자리를 마련한다. 분쟁조정 결정 내용에 대한 이의신청 또한 분쟁 조정위원회를 통해 가능하다.

연맹 측은 분쟁조정 사례를 공개하며 “연맹은 구단 편을 들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단과 선수가 각각 주장하는 금액 사이에서 구단과 선수 양 측의 귀책사유를 고려한다”라고 전했다. 연맹 측이 밝힌 귀책사유에는 구단이 선수의 훈련 참여를 배제하거나 선수가 훈련에 불참할 경우, 구단이 계약 기간 동안 급여를 체불하는 등의 사유가 포함된다. 일방적으로 구단 편만 들거나 일방적으로 선수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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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측,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

연맹 측은 선수 권익을 강조하며 분쟁조정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연맹 측은 “분쟁조정위원회는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선수에게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는 점을 선수들이 반드시 인지했으면 한다”라고 전하면서 “분쟁조정위원회는 선수와 구단 간 이해가 상충되는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축구계 내부 인사와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외부 법률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오히려 법원보다도 합리적이고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연맹 측이 선수 권익을 강조하는 이유는 FIFA나 AFC 등 상위기관에서 명시하는 정관에 의해 관계자들의 분쟁이 민사 소송으로 불거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맹 측은 “상대적 약자인 선수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고 전하면서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에 최대한 선수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K리그로서도 선수가 뛰지 못하는 리그 환경을 반길 리 없다. 과거 ‘슈퍼 갑질’로 인식됐던 임의탈퇴는 연맹의 분쟁조정제도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법적 분쟁도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다. K리그는 선수를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분쟁조정위원회 구성에 현역 또는 은퇴선수 위원의 참석까지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선수 권익을 바탕으로 한 분쟁조정 제도는 K리그의 선수 보호 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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