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진짜 ‘피라미드 FC’가 등장한 이유는?

피라미드 FC, 이집트
인구 183만 명 베니수에프를 연고로 하는 피라미드 FC가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가 떠오르고 ‘피라미드’ 하면 ‘이집트’가 떠오른다. 피라미드 형태의 건축물은 세계 곳곳에서 관찰됐지만 이집트가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탓에 피라미드는 절로 이집트를 연상시키는 건축물로 여겨진다. 2017-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소속의 모하메드 살라가 활약할 때마다 “리버풀 홈 경기장 안 필드 옆에 피라미드를 세워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자주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집트 프리미어리그에 진짜 ‘피라미드 FC’라는 이름을 가진 팀이 등장했다. 사실 이 팀은 2008년 창단 후 ‘알라시우티 FC’라는 이름을 10년간 활용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백만장자 투르키 알 셰이크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얼마 전 ‘피라미드 FC’로 구단 이름이 바뀌었다. 팀의 구단주로서 충분한 재정 지원을 약속한 알 셰이크 구단주는 “피라미드 FC가 이집트와 아프리카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며 큰소리쳤다. 등장부터 눈길이 가는 피라미드 FC는 과연 어떤 팀일까.

투르키 알 셰이크, 사우디아라비아
투르키 알 셰이크는 최근 축구계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주요 인물이다 ⓒ 투르키 알 셰이크 트위터

사우디 백만장자와 만년 하위권 팀의 만남
창단 후 10년의 세월 동안 대부분 하부 리그에 속해있던 알라시우티 FC를 피라미드 FC로 바꿔버린 주인공은 사우디 백만장자 투르키 알 셰이크다. 그는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축구계의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스포츠 당국(GSA) 회장직을 맡고 있다. 아랍 축구협회와 사우디 올림픽 위원회, 이슬람 스포츠 연맹에도 주요 인사로 참여 중이다. 그는 긴 시간 스포츠에, 그 중에서도 축구에 유독 많은 애정을 드러냈다.

놀랄만한 업적도 남겼다. 알 셰이크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사상 최초로 여성의 축구장 출입을 허용한 인물이다. 게다가 스페인 라 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우디 선수들의 유럽 주요 리그 진출 기회를 열었다. 파트너십의 영향으로 2018 이탈리아 슈퍼컵은 이듬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개최가 확정됐다. 또한 독일 축구 레전드 올리버 칸을 사우디아라비아의 골키퍼 아카데미로 불러들여 대형 골키퍼 육성에도 나섰다. 그는 아낌없는 재정 지원으로 사우디와 아랍 축구 발전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카타르 ‘beIN SPORTS’ 채널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독점하고 있는 것에 관해 쓴 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예멘, 바레인, 이집트, 리비아, 몰디브는 2017년 6월 카타르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조직을 지원해 안보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따라서 카타르의 ‘beIN SPORTS’ 채널이 중계를 독점하는 것에 대한 사우디와 일부 아랍 국가의 반감은 상당하다.

그런 이유로 월드컵 중계권이 없는 ‘BeoutQ’ 채널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을 해적 방송으로 중계하다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공식 경고를 받기도 했다. FIFA가 공식 중계권이 있는 카타르의 ‘beIN SPORTS’ 채널 시청을 장려하자 알 셰이크는 “FIFA는 사우디 사람과 아랍 국가의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우디와 아랍 국가의 사람들은 알 셰이크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할 말을 한 그의 태도가 용감하다”며 그를 옹호하는 여론이 뒤따랐다.

그는 작년 말부터 이집트 축구와 연을 맺기 시작했다. 평소 이집트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인 알 아흘리의 팬이라고 밝힌 그는 그토록 꿈꾸던 알 아흘리의 명예 회장직으로 임명된 후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낌없는 투자로 공격수 살라 모센과의 계약이 성사되도록 도왔고 추후 경기장 신축을 위해 필요한 금액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명예 회장직을 맡은 지 5개월 만에 알 아흘리 구단 수뇌부와의 계속된 다툼을 견디지 못하고 직위를 내려놨다.

명예 회장 직위는 자신의 입맛대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알 셰이크가 의견을 낼 때마다 수뇌부의 반대가 이어졌다. 자신이 직접 입맛대로 운영할 수 있는 구단을 원했던 그는 미련 없이 알 아흘리를 떠나 하위권 팀 알라시우티 FC를 자신이 인수할 팀으로 정했다. 그는 알라시우티 FC의 구단주가 된 후 팀 이름을 ‘피라미드 FC’로 바꿔 이집트와 아프리카 축구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로 작정했다.

알라시우티 FC, 이집트
단순히 지역팀을 응원하던 팬들은 하루 아침에 아프리카에서 가장 돈 많은 팀의 지지자가 됐다 ⓒ 알라시우티 페이스북

‘지출만 400억’ 백만장자의 손길은 달랐다
알 셰이크는 피라미드 FC의 구단주가 된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아 선수 영입에 366억을 투자했다. 그중 브라질 선수 네 명을 영입하는 데만 222억을 지출했다. 기록도 경신했다. 파우메이라스에서 뛰던 브라질 선수 케노를 영입할 때 이적료 130억을 지출했는데 이는 아프리카 축구 역사상 최다 이적료 지출 기록으로 남았다. 해마다 이집트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아무리 많아도 이적료를 7~80억가량 쓰는 데 그쳤다. 그러나 피라미드 FC는 벌써 400억 가까이 지출한 상태다.

자말렉 SC의 핵심 수비수이자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WBA에 반년간 임대된 알리 가브르, 이집트 2선의 미래로 평가받는 모하메드 멕디의 영입도 과감히 성사됐다. 지난 시즌까지 알 아흘리의 감독을 맡아 두 차례 이집트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함께했던 호삼 엘-바드리 감독은 연봉 32억을 받고 피라미드 FC의 회장으로 임명됐다. 감독은 파우메이라스 수석코치와 보타포고 감독 경력이 있는 브라질의 알베르토 발렌팀을 선임했고 멕시코의 2006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지도자 리카르도 라 볼페가 팀의 고문을 맡았다.

원래 피라미드 FC의 전신인 알라시우티 시절에는 재정이 매우 열악한 탓에 대부분의 선수와 이적료 없는 자유계약으로 단기 계약을 맺었다. 그러다 보니 팀에 오래 머무르는 선수가 없어 해마다 선수단 변동 폭이 매우 컸다. 이번 시즌도 선수단 변동 규모는 예년 시즌만큼 상당하다. 그러나 수준급의 선수가 새로 충원돼 예년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피라미드 FC는 14명의 기존 선수를 내보내고 18명의 스타 선수를 새로 수혈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피라미드 FC 유니폼, 이집트
피라미드 FC의 2018-19 시즌 홈 유니폼 ⓒ 피라미드 FC 페이스북

알 셰이크의 진짜 야망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의 이러한 투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는 과거 수차례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피라미드 FC를 향한 투자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이집트 알 아흘리의 명예 회장이었지만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민이기도 했던 그는 사우디와 함께 월드컵 A조에 편성된 이집트의 전력 약화를 위해 “모하메드 살라가 월드컵에 못 나왔으면 좋겠다”고 발언하다 구설에 올랐다. 두 달 후 살라가 실제로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이집트 내에서 알 셰이크를 향한 비난은 매우 커졌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국 러시아에 0-5로 대패를 당하자 사우디 스포츠 당국 회장인 알 셰이크는 직접 선수들을 질타하는 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그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5%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선수 개개인을 비판했고 적나라하게 꾸짖었다. 사우디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한 상태이긴 했지만 사우디 스포츠 당국 회장이 대회 중에 한 말치고는 너무 경솔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급기야 일부 언론은 “알 셰이크가 일부 선수에게 징계를 줄 수 있다”며 보도했지만 다행히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체페린, UEFA
알 셰이크에게 SNS로 비난 당한 UEFA 회장 체페린 ⓒ 위키피디아

얼마 전에는 FIFA와 UEFA를 신랄하게 비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FIFA 전 회장 제프 블라터와 UEFA 전 회장 미셸 플라티니의 비리 혐의를 비난했고 현재 UEFA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알렉산데르 체페린을 향해 ‘많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 부르며 그의 위선적인 태도를 비꼬았다. 그러면서도 “체페린이 나와 만나기를 희망했지만 난 위선적인 사람을 싫어해 이를 거부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UEFA 측은 “체페린 회장은 알 셰이크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가 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무엇보다 사우디 축구와 아랍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집트 국민들은 이미 그들의 영웅 모하메드 살라를 향한 경솔한 발언 때문에 알 셰이크를 향한 신뢰를 잃었다. 게다가 그의 가벼운 입이 축구계 전역에 극심한 파장과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피라미드 FC를 인수한 후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를 아니꼽게 보는 시선이 계속 따라다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대부분 시간을 이집트 하부리그에서 지낸 ‘알라시우티 FC’는 이제 ‘피라미드 FC’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알 셰이크 구단주도 피라미드 FC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이제 막 표출한 상태다. 그가 어떤 야망을 갖고 피라미드 FC와 이집트 축구에 뛰어들었는지, 장기적으로 구단을 어떻게 꾸려갈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과감하게 뛰어든 그의 도전에 어떤 내막이 있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일이다.

그래서 더 피라미드 FC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히 팀의 이름과 엠블럼이 신기하고 그들이 지출하는 금액이 상당해서라기보다 그들이 아프리카 축구에 어떤 새 바람을 일으킬지가 매우 궁금하다. 게다가 축구계에 계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투르키 알 셰이크의 다음 행보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2018-19 시즌엔 새로 출발하는 피라미드 FC를 보며 변화하는 아프리카 축구의 태동과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투르키 알 셰이크의 발걸음을 주목해보는 것이 어떨까.

stron1934@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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