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민의 스웨덴 진출, 숨은 조력자 있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인천=홍인택 기자] “너 내 얘기 많이 해야 해”

11일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6라운드를 앞두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선수 대기실 앞 복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자리에는 문선민이 있었다. 문선민은 부상 보호 배려 차원으로 이날 명단에서 제외됐다. 운동복 대신 말끔한 캐쥬얼 스타일의 옷을 입은 문선민은 김병지 해설위원과 함께 온라인 영상 콘텐츠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었다. 김병지 위원과 문선민은 월드컵 뒷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선민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인사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문선민과 악수를 하며 “너 내 얘기 많이 해야 해. 내가 너 해외 보내줬잖아”라고 말했다. 그 사람의 정체는 강원FC의 송경섭 감독이었다.

문선민이 나이키 ‘더 찬스’를 통해 해외로 나간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다. 문선민은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기회를 받고 스웨덴으로 향했다. 스웨덴 외스테르순드라는 시골 마을이었다. 스웨덴 3부리그에서 뛰었던 한 소년은 스웨덴에서 5년 동안 생존했고 인천유나이티드로 날아온 지 2년 만에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을 가슴에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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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찬스’에서 디렉팅을 맡았던 송경섭 감독

문선민의 스웨덴 진출을 도왔던 사람이 바로 강원 송경섭 감독이었다. 송경섭 감독은 “내가 협회에 있을 때 나이키에서 디렉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었다. 지도자도 섭외하고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마지막 선별 과정에서 세 명을 뽑았다. 그중에 문선민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송경섭 감독은 이어 “어린 선수들 테스트를 오래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린 선수들을 오래 보다 보니 나름의 혜안은 있었던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송 감독은 이날 문선민이 명단에서 제외될 거로 예상했고 그 결과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문선민은 지난 전북현대전에서 전반 45분만을 뛰고 교체됐다. 안데르센 감독은 “햄스트링 부상이 우려되어 선수 보호 차원에서 뺐다”라고 설명했다.

송경섭 감독은 “문선민을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애정 어린 따끔한 조언이 이어졌다. “문선민은 경기 준비 과정이 치밀하지 못한 편이다. 몸이 재산인데. 자기도 인정하더라. 월드컵까지 치르면서 그동안 데미지가 있었을 것이다. 준비 과정이 성숙해져야 한다. 자기는 괜찮다고 생각했을 거다”라면서 스승의 모습을 보여줬다.

송 감독은 이어 “문선민이 참 빠른 대신 가슴이 작다. 담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작년에 영입하려고 했는데 안 온다더라”라면서 옛 제자를 향해 조금은 섭섭한 마음을 전했다.

외스테르순드
외스테르순드는 스웨덴에서도 북쪽으로 한참 가야하는 작은 마을이다. ⓒ스포츠니어스

문선민 본인도 몰랐던 진정한 ‘숨은’ 조력자

문선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송경섭 감독이 진정한 ‘숨은’ 조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선민은 송경섭 감독에 대해 “청소년 대표 때 코치로 인연을 맺었다. ‘더 찬스’에서도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는 몰랐다”라고 전했다.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의 권유도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권유해 주셨다”라고 전했다. 문선민은 “송 감독님은 정말 숨은 조력자가 맞으시다”라고 덧붙였다.

송경섭 감독은 소년 문선민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문선민은 청소년 대표 시절 당시 송경섭 코치에게 들었던 조언을 기억하고 있었다. 송 코치는 문선민에게 “너는 빠르니까 속도를 살려서 플레이하면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 문선민은 그의 속도를 살려서 월드컵까지 진출했고 지난 전북전에서도 두 골을 기록했다.

송경섭 감독이 말했던 “경기 준비의 치밀함이 부족하다”는 조언을 전하자 문선민은 “새로운 감독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월드컵 가기 전에도 햄스트링에 느낌이 있었다. 월드컵을 다녀와서 휴식이 어려웠고 긴장이 조금 풀렸던 것 같다”라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문선민은 “축구하는 사람들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면서 “송경섭 감독님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로 생각했다. 오늘은 상대 팀 감독으로 만나서 느낌이 새롭다”라고 덧붙였다. 문선민은 숨은 조력자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지만 송경섭 감독이 그를 발견한 셈이다. 문선민은 그렇게 스웨덴으로 날아갔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인천 유니폼을 입고 그의 스피드와 활동량으로 상대 팀을 위협했다. 월드컵을 다녀온 뒤에는 전북을 상대로 또 두 골을 기록하며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송경섭 감독은 흐뭇한 표정으로 옛 제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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