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는 연세대 재학 도중 물의를 일으켜 팀에서 퇴출된 뒤 돌고 돌아 다시 K리그로 올 수 있었다. ⓒ 수원 삼성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마치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축구 대표팀이 연세대 파벌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전 부회장을 비롯해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김민우와 장현수 등이 모두 연세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일부에서는 협회가 연세대 라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일부 축구 명문대 출신이 우대 받았던 시절은 있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하지만 협회의 연대 라인 커네셕은 지금도 마치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오늘은 이 허위사실에 대해 바로 잡고자 한다. 쌍팔년도 동네 복덕방도 아니고 협회가 이런 식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특히나 ‘연대 라인’으로 지목된 김민우에 관한 진실을 소개하려 한다.

무단으로 날아간 네덜란드, 그 결과는?

언남고를 졸업한 김민우는 2009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다. 김민우는 유소년 시절부터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06년에는 U-17 대표를 지냈고 연세대 입학 직후인 2009년에는 U-20 대표팀에 뽑혀 청소년 월드컵에도 나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합류한 김민우는 이 대회에서 독일전 동점골을 뽑아낸 등 맹활약했다. 청소년 월드컵 한국 선수 최다골 타이 기록(세 골)을 뽑아내는 등 팀의 8강을 이끌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참고로 당시 대표팀에 연세대 소속 선수는 단 둘 뿐이었다. 김민우와 골키퍼 김다솔 만이 연세대 소속이었다. 김영권(전주대)과 홍정호(조선대), 오재석(경희대), 김보경(홍익대), 박희성(고려대) 등 다양한 대학교 소속 선수들이 포진했다.

당시에도 연세대라는 이유로 협회에서 누군가를 전폭적으로 밀어준 정황은 전혀 없다. 당시 청소년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고려대 출신이다. 2009년 대학교 1학년이던 김민우는 모든 프로팀에서 눈독을 들이던 선수였다. 당시에는 K리그에 입성하려면 반드시 드래프트 제도를 거쳐야 했는데 2009년 11월 드래프트 마감 때까지도 김민우는 드래프트 신청서를 넣지 않았다. 김민우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던 K리그 스카우트들도 김민우가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으니 영입할 도리가 없었다. 다들 ‘김민우가 아직은 프로의 뜻이 없고 연세대에서 더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09년 11월 24일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김민우가 네덜란드로 날아가 PSV 에인트호벤 입단 테스트를 이미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소속팀 연세대에서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우 측에서 무단으로 진행한 일이었다. 연세대 신재흠 감독은 “며칠 전에도 민우와 통화했는데 입단 테스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김민우의 아버지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김민우의 아버지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들이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외신 보도 이후에야 아들의 네덜란드행을 알게 됐다. 김민우의 은사인 언남고 정종선 감독 역시 에이전트와 통화한 이후 이 사실을 알았다. 김민우와 에이전트만이 극비리에 진행한 입단 테스트였다.

사간 도스의 10번이자 주장이었던 김민우. ⓒ사간 도스

연대 퇴출된 김민우, 갈 곳을 잃다

이제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한 김민우가 학교의 허락도 없이 해외로 나가자 연세대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연세대는 11월 초부터 휴가를 받은 상태였다. 김민우는 이 휴가 기간 동안 무단으로 네덜란드로 향한 것이었다. 김민우는 네덜란드 뿐 아니라 러시아와 J리그 등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은 상황이었다. 연세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단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한 건 김민우의 명백한 잘못이 맞다. 해외 진출에 성공할 경우 김민우는 대학을 자퇴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연세대 측에서 테스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건 도의적으로 김민우에게 책임이 있다. 신재흠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고 했다. 김민우는 대학 생활을 건 도박을 했다. 당시 일과 관련해서는 김민우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옆에서 바람을 넣고 있는 사람’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많았다.

김민우는 사흘 간의 입단 테스트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네덜란드로 날아간 시간과 돌아온 시간을 합치면 일주일 남짓 걸렸다. PSV 에인트호벤 측에서는 “합격 여부는 추후 통보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귀국하고 나흘 뒤 PSV 에인트호벤은 “김민우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기술적인 측면을 온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모험을 감행했던 김민우는 PSV 에인트호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민우는 연세대에서도 퇴출 통보를 받았다. 학교 측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한 그에게 신재흠 감독은 “학교를 떠나라”고 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청소년 월드컵에서 찬사를 받았던 그는 해외 진출에도 실패했고 학교에서도 퇴출 되는 큰 위기를 맞았다. 김민우는 그렇게 연세대학교 1학년을 마친 뒤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는 이후 파주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을 이어 나갔다. 당시 허정무 성인대표팀 감독은 남아공과 스페인 전지훈련에 나설 35명의 예비 명단을 꾸릴 때였다. 김민우 또래인 김보경과 구자철, 이승렬 등이 모두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지훈련에 유럽파가 합류할 수 없던 상황이라 국내파 위주로 대표팀을 선발할 때였고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김민우도 성인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김민우를 뽑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민우의 합류도 고려했지만 학교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해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김민우에 대한 질문이 없었지만 먼저 김민우를 언급하며 이같은 이유를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연세대 출신이다. 그렇지만 파문을 일으킨 연세대 출신 선수를 결국 뽑지 않았다.

사간 도스의 10번이자 주장이었던 김민우. ⓒ사간 도스

J2리그 거쳐 대표팀 입성까지

김민우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이미 K리그에는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지 못해 다시 도전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했고 유럽 진출도 어려워졌다. 소속팀도 없어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J2리그였다. 이제 막 주목을 받던 어린 선수가 갈 길이 막혀 일본 2부리그로 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본인의 잘못 여부를 떠나 유망주의 J2리그행은 씁쓸했다. 김민우는 2010년 1월 J2리그 사간도스와 3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좌절을 한 번 맛본 김민우는 일본으로 건너가 펄펄 날기 시작했다. 사간 도스의 1부리그 승격 주역이 되기도 한 그는 무려 6년 동안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김민우는 사간 도스에서 6시즌 동안 213경기에 출장해 31골을 기록했다. 김민우는 2016년 사간 도스에서 주장을 맡기도 했다. J리그에서 홍명보, 정우영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주장을 맡은 선수가 됐다.

2010년 8월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한 그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선임 이후 첫 골을 넣는 등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굳혔다. 그가 군대 문제 때문에 2017년 수원삼성으로 이적하게 되자 사간 도스에서는 군 문제가 해결되는 2020년까지 김민우가 달고 있던 등 번호를 결번으로 남겨두기로 할 정도로 전폭적인 애정을 보냈다. 그의 등 번호는 다른 번호도 아니라 축구에서 가장 상징적인 ‘10번’이다. 사간 도스에서는 2020년까지 그 누구도 10번을 달 수 없다. 김민우는 지난 시즌 수원삼성에서 뛴 뒤 올해부터 상주상무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김민우가 최근 보여준 경기력이 다소 부진했을지 몰라도 그를 인맥에 얽힌 선수라고 폄하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다. 김민우는 이미 K리그와 J리그에서 보여준 게 많다. 더군다나 같은 포지션의 김진수(전북현대)가 부상을 당하면서 그는 당연히 대표팀에 뽑힐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선수를 무슨 학연에 얽매인 선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연세대에서 퇴출 당하며 미운 털이 박힌 김민우가 어떻게 연세대 후광 효과를 입을 수 있을까. 그가 연세대 라인이라 대표팀에 합류했다는 억지주장을 더 이상 믿어서는 안 된다. 이런 허위사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퍼지는 게 안타깝다. 이번 월드컵에 부상으로 나가지 못한 김민재도 연세대 출신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해외 진출 과정에서 연세대와 갈등을 빚다가 결국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렇게 갈 곳이 없어진 그는 6개월 간 내셔널리그에 있다가 전북현대에 입성한 뒤 성인 대표팀에도 뽑혔다. 만약 김민재가 부상 없이 월드컵에 승선했다면 이 역시도 ‘연대 라인’이라고 싸잡아 비난할 수 있었을까. 연세대가 자퇴 선수까지 학연으로 뒷받침 해줄 만큼 한가하거나 대단히 온정이 넘치는 곳은 아니다.

사간 도스의 10번이자 주장이었던 김민우. ⓒ사간 도스

김민우와 연세대는 아무 잘못이 없다

더군다나 신태용 감독은 연세대 출신도 아니다. 그는 축구 변방이라면 변방인 영남대를 나왔다. 비주류 중에 비주류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연세대 커넥션이 있단 말인가.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더 꼬집고 싶은 게 있다. 연세대 출신인 김호곤 부회장과 장현수, 김민우가 무슨 대단한 ‘연대 라인’으로 얽혀 있고 김호곤 부회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줄 아는 이들이 많은데 김호곤 부회장은 지난 4월부로 협회에서 나왔다. 지금은 그냥 손주 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호곤 전 부회장은 지금 협회에서 영향력도 없고 신태용 감독은 연세대 출신도 아니다. 김민우는 연세대를 쫓겨나듯이 떠났고 장현수도 연세대 시절 FC도쿄에 진출하며 연세대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여기 어느 부분에서 협회와 대표팀, 그리고 연세대의 커넥션을 연결할 수 있단 말인가.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23명 중 연세대 출신은 김민우와 장현수, 정승현 등 단 세 명 뿐이다. 단국대 2명(윤영선, 홍철), 전주대 2명(구자철, 김영권), 중앙대 2명(이용, 김신욱), 건국대 1명(주세종), 경희대 1명(정우영), 고려대 1명(이재성), 선문대 1명(조현우), 숭실대 1명(박주호) 등으로 출신교는 다양하다. 지금까지 대학 축구를 연세대와 고려대가 양분했다는 점을 따져 보면 23명 중 연세대 출신이 세 명에 불과하고 고려대 출신은 한 명뿐이라는 게 오히려 더 놀랍다. 협회 임원진 35명 중 연세대 출신은 네 명 뿐인데 이들 중 축구인 출신은 전한진 사무총장 한 명이고 나머지는 행정가, 의사, 회계사다. 연세대 출신이 협회와 대표팀을 장악하고 몰상식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에 속으면 안 된다. 아무리 협회에 문제가 많고 비판할 일이 많아도 이런 없었던 일을 사실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김민우에게는 10년 전 이 논란이 아픈 과거다. 당시 사건만 따지고 보면 김민우의 잘못이 컸고 학교에서 퇴출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 대가로 더 어려운 길을 가야만 했다. 이 정도면 시간도 흘렀고 충분히 반성했으리라 생각된다. 10년이나 된 일을 굳이 꺼내고 싶진 않았다. 이제는 그저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표팀에 있지도 않은 파벌을 논하며 김민우가 무슨 대단한 연세대 배경을 등에 업은 것처럼 몰고 가는 일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굳이 10년 전 일을 다시 칼럼으로 꺼냈다. 차라리 연대에서 미운 털이 박혀 대표팀에 뽑힐 선수가 뽑히지 못했다면 그게 오히려 더 비판받아야 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을 듣거나 본 적은 없다. 협회의 연세대 파벌 논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것도 좋지만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정의라고 부르짖는 건 정의를 묵살하는 것보다도 더 잔인한 일이다. 연세대 파벌 논란의 진실이 꼭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김민우와 연세대는 아무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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