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인간 투석기’ 델랍 버금 가는 무명의 대학 선수


송호대 나준영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선수다. ⓒ나준영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제2의 로리 델랍’은 많다. 스로인을 꽤 길게 하는 선수들에게는 늘 ‘제2의 로리 델랍’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크로스 못지 않은 긴 스로인을 장착한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롱 스로인으로 새 역사를 쓴 델랍은 롱 스로인의 대명사 같은 선수가 됐다. 스로인은 발로 하는 종목에서 손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전술이어서 그런지 더 독특한 맛이 있다. 한국에는 현영민이 있었고 김성환이 있었다. 김진수도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이 선수들의 실제 플레이를 보고 감탄한 적도 많다. 하지만 롱 스로인을 실제로 많이 봤다고 자부하는 나도 이 선수를 보고는 믿을 수 없어 내 눈을 의심했다.

유명한 선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관중이 들어찬 곳도 아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대학 무대에서 한 무명 선수가 손으로 축구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수 많은 ‘제2의 로리 델랍’을 봐 왔지만 이 선수라면 적어도 스로인에서만큼은 델랍 못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경기 내내 손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하프라인 바로 아래에서도 골문을 향해 공을 던졌고 그의 스로인은 위협적인 공격의 시작이 됐다. 송호대 나준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담하건대 이보다 더 긴 스로인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이 선수를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다.

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1998년생 나준영이다. 인천 만수중학교와 충남 신평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해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송호대학교에 입학했다. 올해 2학년인데 현재는 팀의 주장이자 중앙 수비를 맡고 있다.

당신의 어마어마한 스로인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던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나.
스로인을 꽤 한다는 선수들은 아마 20m~25m 정도 던질 거다. 그런데 ‘인간 투석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의 로리 델랍이 38m에서 40m 정도 던진다고 알고 있다.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롱 스로인으로 잘 알려진 김성환 선수는 30여m를 던진다고 들었다. 나는 친구들과 재미 삼아 한 번 거리를 재 본 적이 있는데 35m는 넘기고 40m는 좀 안 되더라. 한 38m 정도는 던질 수 있다.

20m쯤 던지는 선수를 보며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정말 당신의 스로인은 엄청나다. 노력에 의한 결과인가.
중학교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한 뒤 한 번 던져봤는데 공이 굉장히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들보다 공이 멀리 나가는 걸 보고 ‘아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더 길게 던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콕 집어 연습을 한 건 아니고 한 번씩 스로인으로 유명한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보기는 했다. 델랍의 영상도 찾아봤고 한국에서 스로인으로 유명한 현영민이나 김진수 선배의 영상도 검색해 봤다. 그래서 그 선수들이 던지는 폼과 방식을 따라해 봤는데 내 방식이 더 편하더라. 그래서 요즘에는 나만의 방법으로 혼자 연습하고 있다.

딱히 잘 던지는 비결이 있나.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대신 남들은 경기 전에 다리를 푸는데 나는 그 시간에 허리와 어깨 스트레칭도 많이 한다. 허리와 어깨가 가벼우면 그날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아간다. 경기가 끝나면 다른 선수들은 허벅지와 종아리 등에만 아이싱을 하는데 나는 어깨에도 얼음 찜질을 한다. 골키퍼도 아닌데 어깨에 아이싱을 하는 선수는 나 말고 별로 본 적이 없다. 얼음 찜질을 하지 않으면 다음 날 근육통이 생기더라. 나름대로 이렇게 어깨와 허리를 관리하고 있다.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스로인을 봤다. 이런 스로인이라면 크로스가 부럽지 않다.
중학교 때 한 대회 8강에서 완주중학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경기에서 내 롱 스로인이 상대 선수 발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돼 우리가 짜릿하게 승리한 기억이 난다. 연습경기에서도 스로인으로 골도 넣어봤다. 내가 던진 공이 수비수를 맞고 골키퍼 키를 넘겨 골로 인정됐다. 손으로 던져 넣은 거라 세리머니를 하기에는 좀 쑥스러웠는데 사실 나도 놀라기는 많이 놀랐다.

송호대 나준영
송호대 나준영은 보는 이들의 입이 쩍 벌어질만한 롱 스로인 능력을 지녔다. ⓒ나준영 제공

스로인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델랍이나 현영민과 비교하면 어떤가. 솔직하게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 달라.
글쎄. 우리 학교에 광양제철고 출신 김병호라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가 전남에서 현영민 선배와 함께 운동도 했었는데 내 스로인을 보고는 ‘네가 더 긴 것 같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래서 더 내 스로인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델랍이 나보다 더 길게, 위협적으로 던지는 것 같은데 현영민 선배는 한 번 도전해 볼만한 것 같다. 한 번 롱 스로인 대결을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분이 은퇴하고 해설을 하셔서 대결할 기회가 없어진 것 같아 아쉽다.

현역 중에는 김성환을 비롯해 김진수, 심상민, 서보민 등의 스로인이 유명하다. 그들과 경쟁한다면 어떨까.
물론 발재간이나 다른 능력은 내가 더 분발해야 한다. 그 훌륭한 선수들과 비교되는 것 자체로도 영광이다. 하지만 적어도 스로인에서만큼은 내가 더 길다고 생각한다. 공을 던질 때 공에 힘도 더 있다고 자부한다. 내가 스로인하는 걸 본 친구들은 “네가 그 어떤 선수들의 스로인보다도 위협적이야”라고 이야기해주지만 그건 아마 다른 선수들이 던지는 걸 보지 못하고 내가 던지는 것만 실제로 봐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언젠가 내가 더 큰 무대에 올라가 한 번 제대로 경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앞으로 더 길고 위협적으로 던질 수 있을까.
늘 위협적인 스로인을 더 연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른 선수들도 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지만 나는 허리와 어깨 근력 운동을 더 많이 한다. 우리 하성준 감독님도 나에게 데드 리프트를 비롯해 팔 굽혀펴기 등 근력 운동을 더 많이 주문한다. 우리 팀이 내 스로인으로 시작하는 전술도 생겼다. 더 열심히 던질 생각인데 연습 때는 많이 던지면 근육이 뭉칠까봐 훈련이 끝나면 마무리를 할 때 한 10개 정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U리그 현장에서 보니 당신이 롱 스로인을 할 때마다 많지는 않지만 관중석에 있는 이들의 감탄사가 들려오더라.
나도 듣고 있다. 내가 공을 잡고 터치라인 쪽에서 공을 던지려고 하면 관중석에 앉은 분들과 상대팀 벤치에 앉은 선수들이 수군거린다. 그리고 한 30m를 날아가는 스로인을 본 뒤 감탄하는 소리가 등 뒤로 들린다. 나만 할 수 있는 장기라고 생각해 자부심이 있다. 한 번 그렇게 던지면 경기 도중 스로인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기대를 하더라.

하지만 의외인 건 당신이 중앙 수비수라는 점이다. 스로인은 주로 풀백이 하는데 중앙 수비수가 롱 스로인을 하는 건 의외다.
원래 내 포지션은 풀백이다. 오른쪽과 왼쪽 다 본다. 하지만 우리 팀에 중앙 수비 자원이 없다. 부상을 당한 선수도 있고 원래 중앙 수비수이면서 주장을 했던 형은 갑작스럽게 운동을 그만두게 됐다. 그러다보니 내가 주장도 맡게 됐고 중앙 수비수로 ‘땜빵’을 하게 됐다. 원래 중학교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하면서 잠깐 중앙 수비를 맡았었는데 감독님께서 그걸 아시고는 나에게 다시 한 번 중앙 수비를 맡기셨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내내 측면 수비수를 하다가 4년 만에 다시 중앙 수비를 맡게 됐다.

180cm로 중앙 수비수치고는 작은 키가 의외이긴 했다. 그런 뒷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
내 장기를 보여주려면 그래도 측면에 있는 게 더 좋긴 하다. 하지만 팀이 어려우니까 지금은 중앙 수비수를 해야 한다. 조금 더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측면에서 플레이하고 싶다. 측면에서 나에 대해 더 보여주고 싶다.

중앙 수비수로 뛰면서 롱 스로인을 전담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최후방에서 수비를 하다가 스로인 기회가 생기면 터치라인까지 가 공을 던지고 역습이 벌어지면 다시 수비로 재빠르게 복귀해야 한다. 원래 풀백이었을 때는 한 쪽 측면에서만 스로인을 하면 됐는데 이제는 양 쪽에서 다 공을 던져야 하고 수비 부담도 늘 안고 있다. 그런데 내가 스로인을 하러 올라가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 자리를 커버해 주고 나는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에 설 수 있도록 감독님이 전술적으로 잘 이끌어 주신다. 후방이 안전하게 커버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스로인을 하고 있다.

(송호대 하성준 감독은 나준영에 대해 “힘도 있고 오른발과 왼발을 다 잘 쓰는 선수다. 1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설 정도로 능력이 있다. 정말 괜찮은 아이라 잘 만들어서 프로도 한 번 보내볼까 생각 중이다. 하지만 1학년 때보다는 열정이 떨어진 것 같아 많이 혼내고 있다. 가지고 있는 건 좋은데 아직 몸이 좀 뻣뻣하다. 매일 혼나는데도 잘 안 고쳐진다”고 웃었다.)

송호대 나준영
중앙 수비수 치고는 크지 않은 그는 저돌적인 움직임과 파이팅으로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중계 화면 캡처

자신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기장에서는 동료들에게 말이 많은 편이다. 스스로 팀을 리드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수비적인 부분이나 상대와의 일대일 상황에서는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역할은 아직 부족하다. 김진수 선배를 보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특히나 크로스와 공격적인 침투 때의 움직임을 많이 배우려 한다. 나는 아직 발로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손으로 하는 게 더 편하다. 축구선수가 손으로 하는 것만 잘하면 안 되지 않나.

당신이 뛰는 송호대는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학교라고 알려져 있다. 당신에게도 그런 팀인가.
그렇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그래도 주전으로 경기를 다 소화했는데 갈 대학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원하는 대학에 찾아갔지만 나는 다른 학교를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뚜렷한 성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러주는 곳이 없어 축구를 포기하려고도 했고 아니면 고등학교에서 1년 더 운동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친구들은 다 대학에 갈 때 나는 그러고 있었다. 그런데 중학교 때 나를 지도했던 코치님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송호대 하성준 감독님을 소개해 주셨다. 송호대는 갈 곳 없는 선수들을 모아 운동을 대단히 많이 시키는 학교로 유명했다. 은사님께서 “거기에서 한 2년만 죽어봐. 그러면 진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추천해 주셨다.

송호대 선수들은 늘 절실해 보인다.
하성준 감독님을 처음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입학하게 됐다. 다들 나처럼 절실한 친구들이 모인 학교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더 갈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축구를 그만둘 상황에 놓였다가 마지막으로 생긴 기회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다.

정말 송호대는 그렇게 훈련이 힘든가. 소문으로는 많이 들었다. 별명도 ‘송호부대’다.
운동량이 어마어마하다. 하루에 세 번씩 훈련을 한다. 새벽에 훈련을 하고 오전에 학교 수업을 다 듣고 오후에 운동을 한다. 그리고 야간에 다시 한 번 모여 또 훈련을 한다. 이렇게 하루에 세 번씩 하는데 대회를 앞두고는 이 시간의 대부분이 체력 훈련이다. 우리는 다른 팀에 비해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아 이 부족한 걸 결국 더 많이 뛰는 걸로 채워야 한다. 그래서 체력을 늘 중시한다. 정말 힘들긴 한데 그래도 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버티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이라는 건 어떤 걸까.
우리 학교가 이제 막 4년제가 됐다. 그런데 4학년까지 채우는 선수들보다는 중간에 편입을 하거나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2학년인데 원래 처음 입학할 때도 2년을 계획하고 있었다. 올해에는 대회가 딱 두 개 남았다. 전남 영광에서 이제 막 개막한 1,2학년대학축구연맹전과 곧 있을 추계대학연맹전이 올해 남은 마지막 두 대회다. 이 대회에서 잘해 스카우트 눈에 들어 프로에 가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송호대에서 1년을 더 할지 편입을 준비할지 고민 중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먼 미래를 내다 봤을 때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축구선수가 된다면(나준영은 스스로 이렇게 표현했다) 정말 스로인으로 인정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 현영민이나 김진수처럼 스로인을 무기로 한 선수가 되고 싶다. 우스갯소리지만 ‘현영민이 스로인 하나로 대표팀에 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론 그 선배님은 스로인 뿐 아니라 다른 능력도 뛰어나 대표팀에 간 것이지만 그런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만큼 스로인에 대단한 강점을 지녔다. 나도 내 장점을 살려 그런 이미지를 축구팬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축구선수라면 늘 그렇듯 태극마크도 달아보고 싶은데 그게 꼭 안 된다고 하더라도 축구계에서 오래 오래 버티고 싶다.

칭찬에 인색한 송호대 하성준 감독도 나준영의 롱 스로인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성준 감독은 “어우, 뭐 준영이가 던지기는 전국 1등”이라면서 “걔가 마음 먹고 던지면 하프라인에서 골대까지도 던진다”고 웃었다. 현영민과 김성환, 김진수 등과의 비교를 부탁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말도 마요. 던지는 건 준영이가 제일 낫죠. 그냥 멀리만 날아가는 게 아니라 거의 킥하고 비슷하게 꽂혀요. 스로인이 기가 막히다는 건 스카우트들도 다 잘 알아요. 장점이 많은 선수인데 더 잘 다듬어져서 꼭 프로에 갔으면 좋겠어요.”

축구에는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잘 달려야 하고 공도 잘 차야 한다. 신체 조건도 중요하고 정신적으로도 무장이 돼 있어야 한다. 멀리, 정확하게, 위협적으로 공을 던지는 건 이런 여러 요소 중 아주 작은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수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 지금은 비록 팀의 어려운 사정 때문에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위치에서 희생하고 있지만 그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공을 가장 잘 던지는 축구선수 나준영은 과연 더 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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