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의 스페인과 활동량의 러시아

이스코, 골로빈, 러시아월드컵
이스코와 골로빈, 두 에이스의 활약이 중요하다 ⓒ 스페인, 러시아 축구 협회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개최국 러시아의 돌풍이 16강에서도 이어질까?

조별예선 최종전 우루과이전에서 0-3으로 패해 A조 2위에 머문 러시아는 1승 2무의 성적으로 B조 1위에 오른 스페인을 상대한다. 두 팀의 16강 경기는 7월 1일 일요일 한국 시각 23시에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앞선 우루과이전 대패로 경기장을 가득 채운 자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러시아는 전력상 우위에 있는 스페인을 잡고 흐름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스페인
조별예선 성적 : B조 1위 – 1승 2무, 6득 5실
조별예선 경기 결과 : 포르투갈 3-3 스페인 / 이란 0-1 스페인 / 스페인 2-2 모로코
조별예선 최다 득점자 : 디에고 코스타 – 3골
감독 : 페르난도 이에로

러시아
조별예선 성적 : A조 2위 – 2승 1패, 8득 4실
조별예선 경기 결과 : 러시아 5-0 사우디아라비아 / 러시아 3-1 이집트 / 우루과이 3-0 러시아
조별예선 최다 득점자 : 데니스 체리셰프 – 3골
감독 :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스페인의 자신감, 내세울 만한 기록들
스페인과 러시아의 객관적인 전력 차는 상당하다. 게다가 스페인은 유로 2016 16강 이탈리아전 패배 후 A매치 23경기 동안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그들은 최근 2년 동안 A매치 23경기에서 15승 8무를 기록했다. 최근 A매치 기록이 뒤숭숭했던 러시아와 달리 스페인은 꾸준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러시아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6승 4무 2패로 크게 앞선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와 맞붙은 경기는 6경기였는데 여기서 스페인이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록이 말해주듯 스페인은 매우 강하다.

러시아, 러시아월드컵
스페인전을 앞둔 러시아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이 방문했다 ⓒ 러시아 축구 협회 페이스북

유로 2008에서의 대패를 기억하는 러시아
1991년 소련 해체 후 러시아 축구 대표팀의 전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러시아는 긴 시간 메이저 대회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동안 ‘러시아’라는 이름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본 대회는 10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했던 유로 2008이 유일했다. 당시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깨트리며 제대로 흐름을 탄 러시아는 8강에서 네덜란드를 3-1로 격파하는 등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스페인에 힘도 못 쓰고 0-3으로 무너져 그들의 축제가 너무 일찍 끝나고 말았다.

이번 월드컵 명단에 차출된 러시아 선수 중 10년 전 유로 2008을 경험한 선수는 세 명이다.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프와 센터백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이제는 풀백이 된 유리 지르코프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당시 유로 2008 4강에 오른 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기회였는지 잘 알고 있다. 긴 시간 기다린 끝에 ‘러시아’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메이저대회 토너먼트에 올랐다. 10년 전 자신들의 돌풍을 저지한 스페인을 상대로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각오로 덤벼야 한다.

스페인의 무기 : 패스와 점유율
티키타카의 아이콘답게 스페인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32개의 월드컵 참가국 중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다. 스페인은 총 2,294회의 패스를 시도해 이 중 2,089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패스 시도 횟수 2위 국가와 비교해도 무려 300회 정도나 많다. 스페인의 또 다른 무기는 점유율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12년 동안 치른 메이저 대회 33경기에서 스페인이 점유율 50%를 넘기지 못한 경기는 1경기에 불과하다. 패스와 점유율로 대표되는 스페인 축구의 굉장함은 기록이 말해준다. 스페인은 패스와 점유율을 토대로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하려 들 것이다.

러시아의 무기 : 활동량과 제공권
이와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무기는 활동량과 제공권에 있다. 얼핏 보기에도 조별예선 세 경기 내내 러시아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뛴다는 인상을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받았다.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331km를 누빈 러시아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활동량을 기록했다.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공중볼을 67번이나 따낸 러시아는 대회에서 가장 빛나는 제공권을 자랑했다. 공중볼을 따낸 횟수가 2위 국가보다 23회나 많은 기록이다. 최전방 아르템 주바의 공헌이 컸다. 그는 22번의 공중볼을 따내 대회 최고의 제공권 능력을 가진 선수로 도약했다.

데 헤아, 스페인, 러시아월드컵
ⓒ 스페인 축구 협회 페이스북

더 나은 활약이 필요한 스페인 선수
러시아전을 앞둔 스페인은 준비 기간 내내 어떤 골키퍼를 기용할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스페인에는 확고한 No. 1 다비드 데 헤아가 있다. 그러나 조별리그 세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데 헤아는 선방 장면이 단 한 번에 그쳤다. 세 팀에게 6번의 유효 슈팅을 허용해 5실점을 내줬다. 조별리그 내내 스페인 언론의 많은 질타를 받은 데 헤아가 16강전에 그대로 나설지 관심이 증폭됐다. 이에 대해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은 “러시아전도 데 헤아가 나선다”라며 그의 선발 출전을 확정했다.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 중 부상을 당한 다니 카르바할은 자칫 월드컵 대표팀에서 낙마할 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에 성공해 조별예선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출전한 경기에서 그의 활약은 좋지 못했다. 아직 경기 감각이 회복되지 않아 공수에서의 영향력이 평소답지 못했다. 스페인에는 모든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백업 나초 페르난데스가 있다. 이에로 감독이 토너먼트의 중요성을 생각해 카르바할 대신 나초 카드를 꺼낼지도 관심이 쏠린다.

골로빈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A조 조별예선 2차전을 마치고 일찍 16강 진출을 확정한 러시아는 3차전 우루과이전에서 세 자리에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오른쪽 풀백 마리오 페르난데스, 왼쪽 풀백 유리 지르코프,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골로빈이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이들을 대체한 백업 자원들이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행히 스페인전엔 주전 선수들을 모두 출격시킬 전망이다.

특히 알렉산드르 골로빈의 복귀가 반갑다. 골로빈 없는 러시아는 중원 장악부터 공격 전개까지 큰 차이가 드러났다. 그만큼 러시아 대표팀 전력의 큰 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토너먼트에서도 골로빈의 발끝에서 극적인 활약이 나와야 한다. 매 경기 12km가량을 소화할 정도로 많이 뛰는 스타일인 골로빈은 3차전 우루과이전에서 휴식을 취한 덕에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골로빈을 비롯해 마리오 페르난데스, 지르코프가 다시 함께하는 러시아는 스페인을 상대로도 자신들의 경기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

메이저 대회 성적도, 객관적인 전력도, 심지어 상대 전적과 최근 흐름까지 모두 스페인이 앞선다. 하지만 공은 둥근 법이다.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모인 7만여 러시아 관중들의 앞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경기는 패스와 점유율을 앞세운 스페인이 긴 시간 흐름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허리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맞서야 한다. 긴 시간 실점 없이 스페인의 패스 플레이를 말리게끔 유도한다면 러시아에도 한 두 번의 거대한 기회가 분명 찾아올 것이다.

stron1934@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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