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가짜 뉴스'에 속지 말자. 그들은 이 뉴스가 진실이 아니어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유튜브 영상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나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뉴스를 통해서만 접한다. 늘 그렇듯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뉴스를 찾아본다. 우리 회사 기자들이 SNS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SNS로 뉴스를 접하는 건 아직도 어색하다. 선동과 왜곡, 조작만 늘어 놓는 유사 언론의 끝판왕 ‘인사이트’를 차단해 버리니 그냥 SNS는 누군가의 의견이나 음식 사진 정도를 보는 걸로만 쓰고 있다. 서로 “내가 더 행복해”라고 외치는 듯한 SNS는 그냥 알아서 적당한 수준으로 걸러서 판단한다. 뭐 나도 현실은 시궁창인데 SNS로 허세를 부린 적이 많아서 잘 안다.

그런데 나도 아재가 됐나보다. 왕년에는 ‘버디버디’를 누구보다도 잘 써먹으며 여자들에게 작업을 걸던 나도 이제는 10대들이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잘 몰랐다. 얼마 전 10대를 비롯한 젊은 층에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듯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접속해 영상을 접하는 모습을 보고는 놀랐다. 여전히 텍스트와 사진에 익숙한 나에게 동영상이라는 건 프루나 시절 확장자명을 바꾸면 나오는 흐뭇한 영상 정도였기 때문이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 사이트보다 유튜브에 먼저 들어가 검색해 보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다. 나는 이렇게 아재가 됐다. 나는 유튜브보다는 네이버 지식인이 더 편하다.

왜곡 영상 판 치는 유튜브, 심각하다

내가 아재가 됐다는 것보다 더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확인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도 않는 인터넷 동영상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사실 확인을 거친 언론처럼 행동한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동영상의 조회수는 수십만 건이고 이를 구독하는 이들도 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이 아닌 걸 그럴싸하게 사실인 것처럼 왜곡하고 선동하는 계정이 너무나도 많고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고 세기 때문이다. 내가 몰랐던 세상에서 조작과 왜곡은 무시무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끔직한 수준이다.

찾아보니 한국 축구와 관련해 제작된 왜곡 영상이 대단히 많더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준의 왜곡도 그대로 방치된 채 수십만 명이 감상하고 반응을 남기고 있었다. 유튜브 세상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마치 연세대 라인을 중용하며 인맥 축구를 하고 있다는 걸 사실처럼 왜곡해 전하고 있었다. 아주 자극적으로 대중을 선동하기 좋은 주제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부진해 비난 받은 장현수가 연세대 출신이라는 걸 강조하며 그가 실력도 없는데 학연으로 대표팀에 뽑혔다는 황당한 주장을 담은 영상이었다.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왜곡이 버젓이 영상으로 제작돼 마치 대단한 진실인양 올라와 있었다.

황당한 수준의 영상이지만 이를 사실로 믿고 있을 이들이 있어 한마디 하자면 장현수는 홍명보 감독 시절은 물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중용 받던 선수였다. 애초에 연세대 인맥 자체로 대표팀에 들어가는 건 이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명보 감독은 고려대 출신이고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사람이다. 신태용 감독은 영남대를 나왔다. 축구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축구협회 고위직 임원이 연세대 출신이라고 대표팀에 있는 연세대 출신 선수를 무슨 대단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표팀에는 연세대를 나온 장현수 외에도 동국대와 선문대, 단국대, 건국대, 전주대 등 다양한 학교를 나온 선수들이 있다. 물론 왜곡이 필요한 동영상에서는 이런 사실은 쏙 뺀다.

소설을 너무 심하게 썼다. ⓒ유튜브 영상 캡처

‘믿고 싶은’ 이들과 ‘믿게 하려는’ 이들

이뿐 아니다. 여러 계정을 살펴보고는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있지도 않았던 히딩크 감독 재부임설의 진실이 이미 여러 매체의 취재를 통해 보도됐지만 일부 유튜브 영상에서는 이 사실도 믿지 않는다. 다짜고짜,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협회가 히딩크 감독의 아주 감사한 제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주장은 너무나도 어이 없다. 협회가 인맥과 혈연을 모두 타파한 히딩크 감독이 돌아오면 밥그릇을 빼앗기기 때문에 한국에 희생하고 싶은 히딩크 감독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출처는 물론 없다. 여기저기 음모론을 모으고 거기에 뭔가 비장한 음악을 깔고 자막을 덧붙여 진실처럼 포장한다. 이걸 믿느니 차라리 달 착륙이 거짓말이었다는 음모론을 믿는 편이 낫다.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는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해설위원이다. 유튜브 세상에서 히딩크 감독은 무조건 정의다. 그가 하지 않았던 말들도 마치 그가 했던 것처럼 따옴표를 쳐 가져 온다. 출처는 당연히 아무도 모른다. 소설에 가까운 카툰을 그대로 옮겨와 히딩크 감독이 2002년 당시 ‘악의 무리’인 협회에 맞서 싸운 영화 같은 이야기를 더한다. 박지성 해설위원이 중계 도중 했던 말 몇 마디를 편집해 ‘참다 참다 못해 박지성이 협회와 정면 충돌했다’고 MSG를 팍팍 친 영상을 만들어댄다. 해설위원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쓴소리를 마치 정의의 박지성 해설위원과 ‘악의 무리’ 협회의 갈등처럼 왜곡한다. 박지성 해설위원이 협회에서 유스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히딩크는 우리 편, 박지성도 우리 편, 협회는 나쁜 놈이다.

말도 안 되는 사실을 막 갖다 붙여 아무 영상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걱정인 건 이런 영상들의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이런 동영상의 조회수가 20~30만에서 많게는 100여만 회에 이른다. 요즘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기사도 이 정도의 클릭수가 나오질 않는데 이미 유튜브 동영상의 영향력은 포털 사이트 기사를 넘어섰다. 장현수가 실력도 없는데 학연 하나로 대표팀에 갔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동조하고 조롱하는 댓글은 3천여 개가 달렸다. 그 누구도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자기들끼리 없던 사실을 만들어내 배포하고 그걸 진짜라고 ‘믿고 싶은’ 이들이 동조하며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고 있었다.

진실이 아닌 것도 진실이 되는 세상

이렇게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며 출처도 불분명한 영상을 마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수준의 탐사 보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선동과 왜곡, 날조된 영상이 수십 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걸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나 아직 판단력이 흐린 어린 친구들은 이 영상이 진실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분노만 키우는 꼴이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는 그래도 ‘기레기’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독자들의 견제를 받는 시스템이라도 있지 악의적인 유튜브 영상은 그 어떤 필터도 없다. ‘아니면 말고’식의 음모론만 넘쳐난다. 그래도 ‘기레기’들은 사실 관계가 틀리거나 주장이 동의 받지 못하면 욕 먹고 책임이라도 지지 언론 윤리도 없는 이들이 이 영상에 책임을 질 리 만무하다.

왜곡된 동영상의 제목만 봐도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들의 오타와 틀린 맞춤법, 띄어쓰기도 그대로 전달한다. ‘【충격】 월드컵 선수선발 중 정말 어이가 없었던 한국축구협회... feat.갓딩크의 사이다’, ‘축구협회 난리났다! 박지성 과 정면 충돌! 위기의 한국축구 구하려면 협회 깨부서야~’, ‘장현수는 신의 철밥통인가? 박지성과 안정환이 빡친 이유’, ‘축구협회가 히디크를 꺼리는 진짜 이유!! - 인맥, 혈연 모든 걸 타파한 히딩크’, ‘축구협회가 히딩크 복귀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 .feat 파벌 밥그릇’, ‘장현수를 짜를수 없는이유?, 한국축구의 흑막 연대라인의 실체!’ 제목만 봐도 기가 찰 정도로 선동이 심하다. 차라리 이런 열정으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는 게 한국 축구에는 더 큰 도움이 된다.

한국 축구가 갈 길이 정말 멀고 개혁해야 할 부분도 많고 문제점도 많지만 허구한 날 있지도 않았던 히딩크 감독의 말이랍시고 사실 확인도 안 되는 말을 믿고 장현수가 인맥으로 대표팀에 발탁됐고 박지성이 ‘참참못’을 시전했다는 헛소리가 유포되는 걸 이대로 보고 있어야 할까. 이거 아니어도 협회는 비판할 게 참 많다. 부디 왜곡과 선동에 휘말려 조회수 장사에 속지 마시라. 정말 한국 축구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고 미래가 걱정된다면 <스포츠니어스>를 구독하시라. 페이스북에 ‘좋아요’도 누르고 편하게 클릭하면 된다. 우리 열정적인 기자들이 현장에 가 직접 선수와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전한… 아니다. 광고는 그만하겠다.

소설을 너무 심하게 썼다. ⓒ유튜브 영상 캡처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심지어 이 왜곡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이들은 ‘대한축구협회’라는 정확한 명칭도 모르고 ‘한국축구협회’를 비롯해 있지도 않은 단체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만큼 축구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고 취재도 없다. 대부분의 계정이 온갖 잡다한 이슈를 자극적으로 가져다 쓰는 ‘무근본 계정’이다. 물론 영상이나 사진에 대한 저작권도 없이 막 가져다 쓰는 불법 행위다. 이들은 종합편성채널도 구입하지 못해 못 쓰는 월드컵 영상을 막 가져다 쓴다. 자기들이 저지르는 불법이 훨씬 더 심하면서 마치 한국 축구를 위해 걱정하는 척 자극적인 소재로 광고비만 받아 챙긴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수년 뒤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이 되는 시대가 올 것만 같다. 수십만 명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면 진실이 아닌 것도 진실이 된다.

협회에서 이런 자극적인 ‘영상팔이’들에게 엄벌을 내려야 한다. 어제(27일) 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히딩크 감독 관련 동영상에 대한 팩트 체크’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왜곡 영상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었다. 주요 내용은 ‘대한축구협회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에게 선수 선발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 ‘2002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머물기를 원했으나 협회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히딩크와 계약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협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한 해명이었다. 협회는 이 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 조회수는 수십만 건인데 이 글의 조회수는 현재 5천여 회에 불과하다. 선동 영상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진(?) 이들이 협회 홈페이지까지 들어와 아주 작게 실린 이 사실에 기반한 글을 볼 리도 없다. 협회는 적극적으로 이런 인터넷 동영상 계정에 대응해야 한다. 해외에 기반을 둔 콘텐츠라 처벌이 어려우면 영상 및 사진 무단 사용 등에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허위사실 유포를 막아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된 허위 동영상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만 명이 클릭하고 있다. 그 사이 장현수는 연세대를 나와 실력도 없으면서 국가대표가 된 선수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마시라. 이러다 한국 축구가 정말로 죽는다.

해당 영상을 제작하는 이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정 한국 축구를 비판하려면 과거 법인 카드 비리나 특정 회사 유착 의혹 등이나 좀 까라.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까지도 히딩크 감독 팔고 학연, 지연 팔아서 장사해 먹을 건가. 당신들이 하는 행동이 정말 한국 축구를 좀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도 감히 부탁드린다. 적어도 축구와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은 그냥 선수 하이라이트를 감상하는 정도로 생각했으면 한다. 있지도 않은 음모론을 계속 접하다 보면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고 믿게 된다. 믿는 건지, 믿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다 허위로 판명 난 사실이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 걸 보면 우리의 자정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정 축구 소식을 알고 싶다면 <스포츠니어스>와 함께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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