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처럼 엄마처럼’ 기은경바라기, 제자 김초이

한양여대 축구부 주장 김초이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창녕=곽힘찬 기자] 팀 내에서 이렇게 감독을 좋아하는 선수가 또 있을까싶다. 보통 선수와 감독의 사이는 약간의 어색함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 선수는 다르다. 마치 감독을 엄마 또는 언니처럼 따른다. 한양여대 축구부의 주장인 김초이는 기은경 감독이 없었다면 지금의 팀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김초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육상 800m로 스포츠계에 발을 내딛었지만 전주 송원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의 눈에 띄어 축구화를 신었다. 당시 송원초 축구부는 오로지 남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말도 되지 않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김초이는 이를 실력으로 편견을 깨뜨리고 축구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자인 제가 처음으로 들어갔어요”라고 말하는 김초이의 얼굴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나있었다. 물론 공식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체격 차이가 있는 남자들과 함께 훈련을 하며 축구선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보통 여자가 남자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슬리퍼를 신고 남자들과 함께 공을 찬 김초이는 오히려 익숙했다.

감독에게 한 눈에 반했던 선수, 감독이 있는 곳으로 향하다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던 김초이 앞에 김초이의 마음을 훔쳐간 감독이 나타났다. 바로 현재 서울 한양여대 축구부 감독을 맡고 있는 기은경 감독이다. 중학교 때 기은경 감독을 처음 봤던 김초이는 당시 처음으로 감독이 멋있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한다. “중학교 때 감독님을 잠깐 본 적이 있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다른 감독님들과는 다른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고 할까” 김초이는 그러한 감독 밑에서 꼭 축구를 배워보고 싶었다. 존경하는 감독 밑에서 축구를 하게 된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대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김초이는 과감하게 기은경 감독이 있는 서울 한양여대 입학을 결정했다. 김초이는 “기은경 감독님이 강원 도립대나 다른 대학교에 있었다면 저는 거기로 갔을 거예요”라고 강조했다.

김초이는 기은경 감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따라갈 것이다. ⓒ 스포츠니어스

그렇게 한양여대로 입학했다. 동경하던 기은경 감독이 있는 곳으로 온 김초이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하게 대학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막내로 들어왔기 때문에 선배들 밑에서 주눅 들기도 했지만 김초이는 그저 지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공을 찼다. 하지만 지난 2017년이 끝날 무렵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해들었다. 한양여대 축구부의 해체 소식이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 힘들었다는 김초이는 그냥 돌아다니는 루머로 생각했다고 한다.

“강원 도립대도 그렇고 여러 대학에서 해체설이 나오긴 했지만 결국 해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양여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짜 기사가 뜨고 하니까 그때서야 이게 진짜구나 했죠”. 해체 소식이 발표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김초이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해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되도록이면 안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누군가 딱 나타나서 우리를 구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라고 말하는 김초이는 해체 소식에 대한 사실을 알면서도 한양여대로 입학한 1학년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1년을 꿇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이러한 외적인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선수단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주장을 맡고 있는 김초이는 후배들과 동료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주장인 자신이 스스로 먼저 열심히 뛰고 모범을 보여야 팀 분위기가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김초이에게서 주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감독님은 엄마 같은 존재에요”라는 주장
무거운 주제에 대한 대화가 계속 진행되던 와중에 기은경 감독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시무룩했던 김초이의 얼굴엔 금세 웃음꽃이 피었다. 활짝 웃으며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김초이는 진짜 기은경 바라기였다. 김초이에 따르면 기은경 감독은 선수들로부터 ‘김태희 감독’이라 불린다고 한다. “진짜 동안이시고 여자축구 감독님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우리 선수들도 감독님보고 전부 김태희라고 불러요”라는 김초이는 스스로 기은경 감독에 대한 자랑을 쭉 늘어놓았다.

김초이에게 기은경 감독은 마치 엄마와 같다고 한다. “감독님이 해주신 허벅지 테이핑은 잊을 수가 없다”는 김초이는 기은경 감독이 엄마처럼 자신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잘 배려한다고 한다. 김초이는 기은경 감독이 없는 팀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엄마가 자신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감독님이 떠나시게 된다면 우리도 같이 감독님이 가는 곳으로 갈 거예요”라는 김초이의 말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기은경 감독을 의지하고 신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동경하고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하지만 주장의 입장에서 감독과 충돌이 없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김초이에게 감독님과 싸운 적이 있냐고 묻자 “서로 서운해서 말을 하지 않고 지냈던 적이 있다”면서 웃으며 말했다. 김초이는 자신이 처음 1학년으로 입학했을 때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기은경 감독을 언니처럼 따르고 엄마처럼 생각했다. “그땐 제가 감독님 방에 가서 낮잠도 자고 빨래도 해줬어요. 그 정도로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이였죠”라고 말하며 김초이는 1학년 때의 자신의 모습을 되새겼다. 하지만 주장을 맡고 있는 현재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동료, 후배들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기은경 감독이 장난기가 많았던 김초이를 좀 더 의젓한 선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주장 완장을 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은경 감독이 너무 좋았던 김초이는 계속 장난을 치며 기은경 감독과 꼭 붙어있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동계 훈련 때에는 일정, 스케줄표 등을 주장 김초이가 아닌 부주장에게만 계속 보내줬고 기은경 감독은 김초이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처럼 생각했고 언니처럼 따랐던 감독이 자신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자 김초이는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초이는 기은경 감독을 찾아가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은경 감독은 “너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너가 그렇게 한다면 나도 이렇게 밖에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기은경 감독과 멀어지기 싫었던 김초이는 몇 번을 죄송하다고 한 끝에 둘의 사이를 되돌릴 수 있었다.

한양여대 축구부 주장 김초이 ⓒ 스포츠니어스

김초이는 ‘기은경바라기’
김초이는 기은경 감독처럼 팀의 ‘비타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선수단의 분위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개그를 던지는 등 일부러 분위기를 끌어 올려주려고 하는 기은경 감독의 스타일이 너무 좋단다. 감독이 선수들을 배려하는 것처럼 김초이도 졸업 전까지는 동료들과 후배들을 위해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한다. 김초이는 늙어서 공을 찰 수 없을 때까지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축구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기은경 감독 때문이다. 감독이 먼저 나서서 새로운 훈련을 고민하고 그것을 선수들과 함께 진행한다면 선수들은 감독을 따를 수밖에 없다. “감독님 때문에 축구가 더 재미있고 앞으로도 더 재미있어질 예정이에요”라는 김초이의 말에는 기은경 감독에 대한 신뢰가 듬뿍 묻어나있었다.

이토록 기은경 감독을 잘 따르고 믿는 김초이에게도 한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고 한다. “저를 더 예뻐했으면 좋겠어요. 예전만큼의 애정이 없으세요. 주장이 되고 나서 사랑을 덜 받아요”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처음 기은경 감독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엄마보다 더 좋다는 김초이는 “서운한 것들이 떠올라서 지금은 엄마가 더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대전 대덕대와의 경기가 끝난 뒤 기은경 감독이 주장에 대해서 좋은 얘기를 했다는 말을 전해주자 다시 “정말요? 그럼 감독님이 더 좋아요. 헤헤”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만약에 대학을 다시 고를 수 있다면 기은경 감독이 있는 곳인 한양여대를 주저 없이 선택할 것이라고 하는 김초이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이토록 감독을 언니처럼, 엄마처럼 잘 따르는 선수가 또 있을까? 인터뷰 진행을 위해 숙소에서 내려오기 직전까지도 기은경 감독의 방 침대에서 누워 있다가 왔다고 웃으며 말하는 김초이는 진짜 ‘기은경바라기’였다.

emrechan1@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u8B5p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