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아직 아시안컵이 남았다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독일을 제압했다.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이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신태용 감독의 2019 UAE 아시안컵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사실은 같은 맥락의 글을 준비한 적이 있다. 우리 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에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을 때다. 그때 신태용 감독에게 아시안컵까지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썼으나 시의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글을 죽였다.

그리고 이 글도 우리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에서 독일을 만나기 전에 쓰는 글이다. 현재 날짜는 26일 화요일 오후 3시 51분이다.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스웨덴, 멕시코를 만나 2패를 거뒀고 마지막 독일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3패를 예상했지만 실제로 2패를 거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이미 여론은 특정 인물을 향한 비판을 넘어 한국 축구를 향한 조롱이 앞선다. 장현수도, 신태용 감독도, 대한축구협회와 심지어 프로축구연맹도 그 대상이다.

그래도 신태용 감독이 겨울에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월드컵 이후로 꾸준히 감독을 교체하며 대회를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했다. 애초에 신태용 감독도 월드컵 무대를 위한 소방수 역할로 선임됐다. 우리는 여전히 월드컵을 최우선 대회로 생각하는 듯했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는다면 이번엔 새로운 감독 선임에 관한 내용으로 축구 이슈가 소비될 것이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지, 국내 감독을 선임할지에 대한 논쟁부터 유사언론은 후보군으로 오른 감독들의 연봉을 비교할 것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 감독들은 아시안컵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때 말이다.

ⓒ AFC 공식 페이스북

아시안컵, 여전히 도전자의 위치

우리 대표팀의 마지막 아시안컵 우승이 무려 1960년이다. 벌써 58년이 흘렀다. UAE에서 대회가 열리는 시점이라면 59년 째 아시안컵 우승을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아시안컵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나라 전체가 아시안컵을 찬밥 취급한 이유도 있다. FIFA 주관 대회이기에 선수들은 병역 혜택도 받지 못한다. 어차피 월드컵 본선에는 꾸준히 진출했으므로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잘난 척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 벌써 5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시아의 호랑이, 맹주 역할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FIFA 랭킹에서 꾸준히 하락세를 겪은 이유도 아시안컵 타이틀 부재가 컸다.

아시안컵에 소홀했기에 월드컵에서 비참한 성적을 거둔 감독을 경질했다. 심지어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치렀던 차범근 감독은 대회 도중 경질당했다. 이후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 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3위의 성적을 거뒀고 2002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후 열린 2004년 중국 아시안 컵에서는 8강에서 이란에 3-4로 패배해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다.

물론 월드컵 이후 대표팀 감독 경질은 협회의 책임만 있는 건 아니다.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자 국민의 여론이 매우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 측의 아쉬운 대처는 그 비관적인 여론을 급한 불로 인식하고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며 거짓 희망을 심어줬다는 데 있다. 가장 최근 호주에서 열렸던 2015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우승컵을 들 뻔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 슈틸리케 감독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참사 이후 선임된 인물이다.

1996년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모습. ⓒ아시아축구연맹

그동안 한국 축구가 저질렀던 실수들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지도자가 아시안컵에서 더 많은 준비를 마치고 아시안컵을 대비해야 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대표팀 감독에겐 너무 적은 시간이다. 특히 외국인 감독은 더 그렇다. 일본 대표팀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니시노 아키라 감독의 선전은 맥락이 조금 다르다. 그는 바히드 할릴호치치의 대표팀에서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일본 축구의 시스템을 다시 살려냈다고 평가해야 한다. 감바오사카를 이끌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차지한 승부사이기도 하다. 신태용 감독도 경력 면에서는 아키라 감독과 견줄 수 있겠으나 한국 축구에는 일본 축구와 같은 철학이나 시스템이 있었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번 월드컵에서 얻은 성적은 밑거름이다. 성장의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또 다른 감독을 선임하면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무대에서 얻은 경험과 실패의 원인은 신태용 감독만의 것으로 남는다. 우리 대표팀에는 무엇이 남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최용수 감독은 FC서울을 이끌었을 당시 성남FC와의 FA컵 결승전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 결과 다음 해에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의 FA컵 결승전에서 당당하게 우승컵을 들었다. 부천FC1995 정갑석 감독은 저번 시즌 K리그2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이랜드FC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 다시 잠실에 찾아온 부천 정갑석 감독은 서울이랜드를 4-2로 잡아냈다.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실수를 복기하고 실패를 딛고 일어나야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태용 감독이 뽑으려 했던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아쉬운 점이 있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단 한 가지 걱정은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 불투명한 팀을 맡아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는데 여론도 좋지 않다. 자신감이 넘쳤던 신태용 감독의 인터뷰는 점점 원론에 가까운 답변으로 변해갔다. 그가 자신감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제공

이제는 갈아치울 감독도 없다

이제는 갈아치울 감독도 없지 않나. 외국인 감독을 부랴부랴 선임하려 해도 연봉 협상과 지원도 골칫거리 아닌가. 4년 전의 월드컵과 이번 월드컵을 통해 시스템의 부재에 대해 통탄하지 않았나. 솔직히 신태용 감독이 아시안컵까지 유임한다고 해서 대륙컵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는 한국 축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이 변화는 감독 교체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모습이다.

아시안컵의 위상은 크게 올라갔다. 아시아 축구 시장을 함축했던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이제 현실이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9년 대회부터 총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우승 상금 도입 건을 논의했다. 아시안컵에 우승하면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기회도 주어진다. 한국 축구는 언제까지 월드컵만을 위해 뛰어야 하나. 올림픽만을 위해 뛰어야 하나. 이제는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고 사전에 먼저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신태용 감독을 믿어보자. 그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줘보자. 동아시아에서는 우승컵도 들어 올렸던 사람이다. 이제 겨우 본선 진출과 본선 무대를 치른 감독이다. 권창훈과 김민재, 이근호와 염기훈이 신태용 축구를 어떻게 실현할지 지켜보자. 신태용 감독이 기성용, 손흥민과 함께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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