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번 월드컵을 세 경기 만에 끝났다. 하지만 여운이 깊게 남을 것 같다. ⓒ중계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르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한국과 스웨덴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예선 1차전 경기. 0-1로 뒤지고 있던 한국은 후반 들어 총공세에 나서야 했다. 답답한 공격의 활로를 누군가 뚫어야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후반 21분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을 빼고 미드필더 정우영을 투입했다. 막 실점한 상황에서 단행한 교체 카드 치고는 의아했다. 전반 부상 당한 박주호 대신 김민우를 투입했던 한국의 이날 공격적인 교체 카드는 구자철을 이승우로 바꾼 것 말고는 없었다. 후반 들어 총공세를 펼쳐도 모자랄 판국에 가용할 만한 공격적인 교체 카드는 딱히 없었다.

대표팀, 쓸 만한 백업 공격수가 없다

지난 23일 열린 멕시코와의 조별예선 2차전은 어땠을까. 이 경기 역시 공격적인 교체는 이승우 딱 한 명 뿐이었다. 후반 19분 주세종을 빼고 이승우를 투입하며 측면 공격 강화를 노렸다. 하지만 나머지 두 장의 교체 카드는 아쉬웠다. 측면에서 좋은 움직임을 선보인 문선민을 대신해 수비적 역할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을 투입했고 풀백 김민우 대신 홍철을 선택했다. 최전방에서 공격 변화를 위해 쓴 카드는 이승우 뿐이었다. 후반 막판 온 힘을 쥐어 짜내 공격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경기 분위기를 뒤바꿀 만한 조커가 없으니 공격이 특별할 게 없었다.

따지고 보면 대표팀 공격에 쓸 만한 자원이 몇 없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재성, 김신욱 등이 선발 출장하면 그나마 벤치에서 출격을 준비할 수 있는 선수는 이승우와 문선민 뿐이다. 멕시코전처럼 손흥민과 황희찬, 이재성, 문선민이 선발로 출장하면 벤치에 남는 건 이승우와 김신욱이 전부다. 구자철이나 정우영 등 미드필드를 투입해 약간의 공격진 포메이션 변화를 노리는 것 말고는 딱히 경기 도중 할 수 있는 게 없다. 빅 앤 스몰 조합을 구성하거나 갑자기 테크니션을 투입해 경기 스타일을 바꾸는 일 같은 건 바랄 수 없다. 공격적인 선수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대에 따라 대응하는 것도 어렵다. 어차피 벤치에 있는 공격수는 두 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비수들은 넘친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은 중앙 수비수를 대거 뽑았다. 김영권과 장현수를 비롯해 오반석, 정승현, 윤영선 등 무려 다섯 명의 중앙 수비수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진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중앙 수비수는 포백을 기준으로 할 때 딱 두 명만이 경기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월드컵 두 경기에서 이 두 자리는 변화가 없었다. 김영권과 장현수의 차지였다. 변화무쌍해야 하는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은 원래 큰 변화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흔들리고 있는 장현수를 다음 경기에서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채울 선수는 한 명으로 충분하다. 오반석이나 윤영선, 정승현 중에 한 명이다.

이런 공격수가 한 명 정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 강원FC 제공

다섯 명의 센터백, 과하지 않았나?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이 최종 엔트리 선발에 실수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 수비진이 불안해 여러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스리백도 염두에 둬야 했고 확실한 주전 수비수가 없다보니 많은 선수들을 뽑아 테스트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앙 수비수를 과하게 발탁하면서 결국 공격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줄어들고 말았다.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석현준이 대표팀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전방 공격 스타일이 훨씬 더 다양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김인성이 있었더라면 그건 또 어땠을까. 후반 들어 상대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때 김인성을 투입해 측면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꼭 언급한 이 두 선수가 아니더라도 대표팀에는 분위기와 스타일을 한 번에 바꿔줄 공격수가 필요했다.

이근호와 권창훈, 염기훈의 부상 공백은 아쉽다. 하지만 이 선수들을 그리워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공격 자원을 누구라도 더 뽑아야 했다. 중앙 수비수를 다섯 명이나 뽑아놓고 두 명만 활용하는 상황이어서 더 안타깝다. 멕시코에 0-2로 끌려 가고 있는데 벤치에서 대기 중인 공격수는 이승우와 김신욱 뿐이었다. 선택할 카드가 부족하고 전략적인 노림수를 기대할 수 없으니 신태용 감독은 결국 문선민을 빼면서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을 기용했다. 현역 시절 안정환처럼 교체 투입돼 분위기를 확 바꿔줄 정도의 능력을 갖춘 선수가 꼭 아니더라도 벤치에는 수비수보다 공격수가 더 많아야 한다. 후반 들어 쓸 수 있는 카드가 이승우와 김신욱 뿐이고 공격력 강화를 위해 구자철 카드라도 꺼내 들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한숨이 나온다.

중앙 수비수를 다섯 명이나 뽑은 건 과했다. 결국에는 김영권-장현수 조합을 쓰며 나머지 세 명은 이번 대회에 단 1분도 못 뛸 가능성이 높은데 너무 수비진 구성에 힘을 잔뜩 준 느낌이다. 차라리 그 카드 하나를 포기하고라도 특색 있는 공격수를 뽑았어야 했다. K리그2에서 가장 핫한 아산무궁화 한의권이나 광주FC 나상호라도 뽑았어야 했다. 이들이 대회 내내 벤치를 지키는 한이 있더라도 수비 자원이 줄줄이 벤치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공격 자원이 출격 준비를 하고 있는 편이 팀의 변화를 위해 훨씬 낫다. 다가올 독일전에서 어떤 선수 기용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벤치에는 아마도 또 백업 공격수가 두 명 정도 남아 있을 것이다.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이런 공격수가 한 명 정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 강원FC 제공

경기 뒤집을 기대감이 부족하다

후반 들어 이승우나 문선민을 투입할 것이고 정 급하면 김신욱을 기용해 고공 플레이를 노리지 않을까. 작은 선수1(이승우)과 작은 선수2(문선민)의 스타일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그 외의 교체 자원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럴 때 공격진에 빠른 선수, 발재간 좋은 선수, 키 큰 선수 등 선택할 수 있는 자원이 훨씬 더 많아야 지고 있는 경기도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아마 앞선 두 경기처럼 정우영이나 구자철, 주세종 등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을 교체하며 소극적인 변화를 주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부상으로 기성용이 뛰지 못하게 되면 이런 소극적인 변화마저도 어려워진다. 다양하지 않은 신태용호의 교체 카드를 보면 지고 있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별로 들지 않는다. 이건 너무나도 선수 선발에 조심스러웠던 신태용 감독의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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