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인천, 대구, 그리고 아산… 용맹했던 K리그


올 시즌 아산 홈 경기장 분위기는 이렇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불과 두 달 전 주세종을 만났다. 그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경찰대학에서 훈련 중이었다. 올 시즌 아산무궁화에 입단한 주세종은 K리그2에서 뛰고 있다. 당시 만난 주세종은 자신의 청소 구역이 화장실이라면서 제대가 아직 멀었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던 도중 생활관에 “곧 정훈교육이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와 인터뷰를 빨리 마무리해야 했다. 주세종이 뛰는 아산무궁화는 K리그2에서도 인기 구단이 아니다. 홈 경기장 이순신종합운동장에는 늘 적은 관중 뿐이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수는 1,955명에 불과하다. 주세종과 아산무궁화는 늘 관심의 저편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그런 주세종이 월드컵에 나왔다. 오늘(24일) 멕시코와 치른 2018 러시아월드컵 G조 조별예선 2차전에 선발 출장한 주세종은 중원에서 기성용과 함께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화장실 청소를 하며 늘 관중이 부족한 곳에서 뛰던 그가 월드컵에 나섰다. 올 시즌 K리그2 경기장에서 마주했던 바로 그 주세종이 월드컵 무대에 나섰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평균 관중이 채 2천 명도 되지 않는 팀에서 뛰던 그가 4만 5천 명의 관중이 들어찬 월드컵에서 맹활약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 경기 관중 대부분은 멕시코인이었다. 주세종은 상대팀이건 우리팀이건 이렇게 응원하는 이들로 들썩이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입대 전 FC서울 홈 경기장에서 뛰었지만 이런 월드컵 같은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골문을 지킨 조현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뛰는 대구FC는 관중이 부족한 K리그에서도 비인기 구단에 속한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은 3,340명이었다. 한 시즌 내내 관중수를 다 합쳐도 63,000명이다. 멕시코와의 한 경기에 들어찬 관중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올 시즌 대구FC 홈 경기를 취재하러 갔을 때도 66,400명을 채울 수 있는 대구스타디움은 텅텅 비어 있었다. 골대 뒤 가변석에 자리한 몇몇 팬들만이 열정적으로 대구FC를 응원했다. 관심이 부족한 팀에서 뛰었던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스웨덴과 멕시코를 상대로 수만 관중 앞에서 선방쇼를 한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조현우는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본 일이 없다.

몬테레이
멕시코 몬테레이 경기장은 늘 이렇다. ⓒ몬테레이 구단 페이스북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문선민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기준으로 인천은 평균 관중이 5,932명에 불과하다. 수도권에 위치한 팀이지만 관중석에는 늘 관중이 앉은 자리보다 빈자리가 더 많다. 열정적인 팬들이 많지만 그래도 대중적인 인기는 아직이다. 이런 팀에서 월드컵에 나갈 국가대표를 배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경사다. 인천은 ‘문선민을 응원하자’며 홍보 메시지를 보내고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대단한 일이 인천에 일어나고 있다.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문선민이 선발 출장해 보여준 놀라운 모습 자체로도 대단했지만 단 한 번도 큰 무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그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K리그에서도 빅클럽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늘 관심 밖에 있던 팀 선수들이 결국에는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록 승리하지 못하며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모습 자체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렇게 큰 무대에를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이 일방적으로 멕시코를 응원하는 경기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늘 아산과 대구, 인천 경기장에 갈 때마다 함성이 가득 차지 않아 선수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단 한 번도 경험해 볼 수 없는 지옥 같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했다. 늘 한국 축구의 문제로 K리그 흥행 실패가 지적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장한 선수들이 있기에 월드컵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멕시코의 상황을 살펴보면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힘겨운 승부를 펼쳤는지 잘 알 수 있다. 한국과의 경기에 출장한 수비수 제수스 가야르도와 라파엘 마르케즈, 에드손 알바레즈 등은 모두 자국 리그 소속이다. 가야르도의 소속팀 몬테레이는 올 시즌 평균 관중이 무려 48,017명이다. 쉽게 말해 가야르도는 매 경기를 이번 월드컵 같은 분위기에서 뛴다는 이야기다. 마르케즈의 소속팀 아틀라스의 평균 관중은 33,123명이다. 알바레스가 뛰는 아메리카도 평균 관중이 30,1341명에 이른다. 멕시코 리그 전체의 평균 관중은 올 시즌 23,345명이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압도적인 응원 분위기를 경험해 온 이들이 월드컵에서 자신이 가진 실력을 그대로 발휘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멕시코에는 이런 분위기가 아주 당연하다.

그들을 상대로 아산과 대구, 인천 선수들이 용맹스럽게 싸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과 같은 일이다. 또 이런 이야기를 하면 K리그의 재미 어쩌고, 경기력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번도 압도적인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본 적도 없는 선수들에게 늘 수만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같은 결과를 바라는 건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월드컵에서 멕시코는 수만 관중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렀다. 이런 악조건에서 싸운 태극전사들, 특히 늘 관심 밖에서 뛰어야 했던 비인기 구단 선수들이 용맹스럽게 싸웠다는 점은 우리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지 않을까. 멕시코 같은 열기도 없으면서 멕시코 같은 성적을 바라는 건 무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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