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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창녕=홍인택 기자] 155cm의 중앙 수비수. 충남인터넷고의 수비라인을 지키고 있는 최현민의 프로필이다.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제26회 여왕기전국여자축구대회가 열렸다. 20일 열렸던 고등부 경기 충남인터넷고의 상대는 강호 경기오산정보고등학교였다. 충남인터넷고는 전반 1분 노진영과 전반 25분 이정민의 골로 두 골을 앞서갔으나 전반 43분 호채윤, 후반 18분 임지현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아쉽게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오산정보고는 수비라인을 올리며 매우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인터넷고는 간격을 유지하면서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애썼다. 매우 짜임새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마지막 패스 길목을 꾸준히 차단하던 선수가 바로 최현민이었다. 비록 두 골을 실점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수비력을 보여줬다.

최현민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팀의 고참으로서 훌륭한 수비 리딩을 보여줬고 패스 길목도 막았다. 상대 체격이 비슷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자기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큰 선수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최현민은 U-20 대표팀에도 뽑히는 영리한 수비수였다.

경기를 마친 충남인터넷고 이다영 감독은 "내가 부족했다. 선수들이 어제(19일) 너무 많이 뛰었다. 탈진한 선수도 있었고 대진도 어려워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라며 경기를 평가하면서도 최현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현민을 센터백으로 놓기에 체격이 불리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이 감독은 "작지만 영리한 선수다. 남들이 한 발을 뛰면 두 발을 뛴다. 멘탈도 강해서 염려하지 않았다"라면서 "제공권도 임팩트 포인트가 좋다.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경기를 복기해보니 최현민은 수비라인을 이끌면서도 강하게 압박하거나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최현민의 활약에 오산정보고는 공을 측면으로 돌리고 크로스를 노렸으나 그 공마저 최현민이 따내거나 혹은 파트너로 함께 중앙 수비를 봤던 장신 선수의 머리에 맞으며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현민은 이틀 연속으로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를 마친 최현민은 "더운 날씨라서 힘들지만 애들이 다 같이 하려고 해서 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어제도 많이 뛰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소모가 많이 됐는데 그럴 때 더 집중해서 실점하지 말았어야 했다. 많이 아쉽다"라며 경기를 평가했다.

최현민은 "상대 공격수 키가 크면 많이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같이 뛰는 친구들이 커버해줄 때가 많아서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발재간이 좋은 선수를 잡는 것도 아직은 힘들다고.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을 물으니 "악바리처럼 뛰는 것 같다"라며 쑥쓰럽게 대답했다.

이다영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수비를 리딩하는 만큼 동료 선수들의 간격을 조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리고 먼저 예측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키는 작지만 그만큼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체격 열세를 극복했다.

작은 공격수들은 자신의 스피드를 이용하거나 좋은 기술로 상대를 뚫어내는 무기를 가진다. 그러나 수비수 중에서는 단신 수비수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축구에 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리오넬 메시가 증명했다. 155cm 단신 수비수 최현민의 예측력, 경기를 보는 눈을 지도자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녀가 수비수들의 표준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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