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창녕=조성룡 기자] "힘들어요."

제 26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조별예선 2차전 대구동부고와의 경기를 마친 충주예성여고 김빛나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였다. 사실 의외다. 어린 축구선수가 기자 앞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어찌보면 그녀가 당돌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게다가 김빛나는 몇 분 전 골을 넣은 상황이었다. 그녀는 두 경기에 나와서 두 골을 넣었다. 경기당 한 골의 득점력이다.

예성여고와 동부고의 경기에서 김빛나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보여줬다.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번뜩이는 패스가 더욱 돋보였다. 동료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패스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예성여고 권무진 감독도 "조금만 더 가다듬는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힘들단다.

그동안 경기력이 부진해서 마음고생을 했다 보기도 어려웠다. 김빛나는 대표팀 경험도 있다.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2017 AFC U-16 여자 챔피언십 명단에 올랐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골을 넣기도 했다. 올해 11월 우루과이에서 열리는 U-17 여자 월드컵에도 승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속칭 '공 좀 차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녀는 힘들단다.

사실 농담일 줄 알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기자에게 그런 농담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다. 그러니 살짝 웃으며 "훈련이 힘들어요"라고 한다. "감독님이 훈련을 강하게 시키세요. 그리고 가끔은 감독님이 무서울 때가 있어요. 보셔서 알겠지만 저희 감독님이 그냥 바라만 봐도 카리스마가 막 뿜어져 나오는 분이세요."

그건 대표팀에 가서도 마찬가지란다. "사실 학교 감독님과 대표팀 감독님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세요. 어떻게 다른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길게요. 하지만 힘든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성여고에 가면 권무진 감독이라는 호랑이가, 대표팀에 가면 허정재 감독이라는 또다른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축구 그만하지 왜 계속 해요?" 하지만 그녀는 너무 간단하게 받아쳤다. "축구를 하면서 오는 희열이 있어요. 그게 정말 커요. 예전에 예성여고가 전국대회 3관왕(춘계연맹전, 여왕기, 전국체전)을 할 때나 AFC U-16 챔피언십 때 태국에 가서 준우승했을 때 기분은 절대 잊지 못해요." 그러더니 한 마디 더 덧붙였다. "태국에서 먹었던 쌀국수도 진짜 맛있어요."

그녀는 진짜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하면 된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짜릿한 추억을 그녀는 진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힘들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녀는 다시 축구화 끈을 조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그녀를 더 훌륭한 축구선수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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