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 파나마, 그들의 동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나마는 호화 군단의 벨기에를 맞아 용감하게 싸웠다. ⓒ FIFA World Cup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파나마는 19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 위치한 올림피스키 스타디온 피스트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G조 1차전에서 0-3으로 패배했다. 메르텐스, 루카쿠에 연속골을 허용하면서 무너졌지만 파나마 선수들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파나마는 FIFA 랭킹 55위로 몇몇 국가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기에 출전 32개국 중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파나마는 세계 축구는 물론, 북중미 지역에서조차도 변방으로 속했던 약팀이다. 그렇기에 축구팬들에게 파나마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비장했던 파나마의 월드컵 첫 데뷔전
벨기에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파나마 선수들은 함께 국가를 열창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파나마 국민들을 위해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특히 팀의 에이스이자 핵심 수비수인 주장 로만 토레스는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파나마의 첫 월드컵 도전은 소위 말하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한 조에 속한 벨기에, 잉글랜드, 튀니지는 파나마 보다 한 수 또는 두 수위의 전력을 가진 팀이기에 파나마가 이들을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FIFA 랭킹 3위의 벨기에를 맞아 엄청난 점수 차로 패배할 것이라 사람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파나마는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며 그러한 편견을 모두 깨뜨렸다. 파나마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하며 ‘황금 세대’ 벨기에 선수들의 공격을 막아냈고 오히려 역습을 통해 벨기에의 골문을 두드리는 등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파나마 선수들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이변’을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이란이 모로코를 격파하며 20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을 올렸고 파나마와 같이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아이슬란드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돌풍의 중심이 됐다. 파나마 선수들은 자신들이라고 못할 것 없다는 듯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며 벨기에를 당황하게 했다.

사실 파나마는 최종예선까지 간 것도 기적이었다. 지난 2005년과 2013년 골드컵 준우승, 2014 브라질 월드컵 북중미 예선 당시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권 티켓을 놓친 것이 그나마 눈여겨 볼만한 성과였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역시 본선에 갈 만한 전력은 아니었다는 것이 축구계의 평가였다.

기적과 같은 파나마의 본선 진출
파나마의 월드컵 본선행은 기적과 같았다. 북중미 예선 7경기 동안 1승 3무 3패에 그치며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8차전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3-0으로 격파하며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지만 곧바로 미국에 0-4로 대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파나마는 경기 운영을 비롯한 대부분이 엉망이었고 팀의 전술은 특별한 색깔이 없었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마지막 경기에서 파나마는 코스타리카를 무조건 꺾어야 했고 미국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패배해야만 파나마가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외부적인 상황은 완벽했다. 미국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끌려가고 있었고 코스타리카는 파나마를 상대로 고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나마는 코스타리카에 선제 실점하고 말았다.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이 무산되려는 찰나 블라스 페레스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기세등등해진 파나마는 역전골을 터뜨리며 파나마 전역을 열광시켰다. 아르만도 쿠퍼가 전방으로 한 번에 롱패스를 전달했고 이를 루이스 테헤다가 헤딩을 한 후에 문전으로 쇄도하던 로만 토레스가 역전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기쁨을 만끽하는 파나마 국민들 ⓒ 로드 투 러시아 KBS 캡쳐

마지막 경기를 감격스러운 역전승으로 장식한 파나마는 탈락의 위기를 본선 첫 진출로 전환시켰다. 파나마 대통령은 코스타리카를 격파한 다음날인 10월 11일을 국가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파나마는 잃을 것이 없다
사실 파나마는 G조에서 3전 전패로 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팀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잃을 것이 없다. 만약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을 따내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곧 기적이 되고 돌풍이 된다. 그들이 잔여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낸다면 2016 유로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던 아이슬란드보다 주목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축구계의 관심 밖에 있는 파나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이 오히려 파나마로 하여금 부담 없이 편하게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날 벨기에전 역시 그랬다. 그들은 강팀 벨기에를 맞아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옐로카드를 무려 6장이나 받으며 거칠지만 자신감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엄청난 열정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콜롬비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에콰도르를 이끌고 본선 무대를 밟았던 르난 다리오 고메스 감독은 이젠 파나마의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동화를 쓰기 위해 러시아로 왔다. 고메스 감독은 선수들을 결코 질책하지 않을 것이다. 승점을 1점이라도 따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파나마 선수들 모두 월드컵 본선 경험이 처음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를 즐기라고 주문했을 것이다.

파나마 팬들 또한 0-3으로 패한 대표팀을 향해 비난을 일삼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선수들을 향해 감사함을 표시하고 있다. 파나마의 역사적인 첫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준 선수들은 파나마 국민들의 영웅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동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파나마 축구협회 페이스북

기적적으로 최종예선의 벽을 뚫어낸 파나마는 이제 두려운 것이 없다. 파나마 국민들 역시 파나마 대표팀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기에 선수들은 또 다른 기적을 보여준다는 각오로 나설 것이다. 이란, 아이슬란드, 멕시코 모두 자신들보다 한수 위의 팀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귀중한 승점을 따냈다. 파나마라고 못할 것은 없다. 공은 둥글다. 벨기에전은 패배했지만 남은 두 경기에서 어떤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유독 이변과 언더독의 반란이 속출하고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파나마의 동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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