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마르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지난 2월 26일 네이마르가 마르세유와의 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후 3개월가량의 치료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부분의 팬이 네이마르의 월드컵 출전이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당시만 해도 PSG와 브라질이 오른쪽 중족골 골절을 당한 네이마르의 빈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고민할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네이마르가 늦지 않게 몸 상태를 회복하면서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빈 자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6월 초 복귀를 알린 네이마르는 6월 3일 크로아티아전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45분가량을 소화하며 복귀전을 치렀다. 일주일 후 오스트리아전에는 선발로 84분가량을 소화했다. 두 친선전에서 한 골씩 기록한 네이마르는 좋은 몸 상태를 과시했다. 수비와의 1대 1 상황을 언제든 가뿐히 제쳐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월드컵을 위한 예열이 확실히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이마르의 몸 상태 “100%는 아니다”

그러나 치치 감독은 스위스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네이마르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님을 시사했다. 치치 감독이 본 네이마르의 몸 상태는 70~80%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치치 감독의 인터뷰를 본 팬들은 오히려 네이마르에게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친선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몸 상태가 좋아도 70~80%라는 뜻이니 곧 100%가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그리고 네이마르는 예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E조 조별예선 1차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모두가 스위스전을 통해 부상 복귀 후 첫 풀타임 경기를 소화하며 끝내 100%의 몸 상태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작부터 네이마르는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며 여느 때처럼 자기 쪽으로 오는 수비를 아무렇지 않게 벗겨냈다. 필리피 쿠티뉴가 이른 시간 선제골까지 넣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네이마르가 남은 시간 몸 상태 회복에 전념할 여유까지 조성됐다.

ⓒ 네이마르 페이스북

뚜껑을 열어보니 매우 부진했던 네이마르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네이마르의 부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팀이 공격을 전개할 때마다 네이마르의 볼 터치가 시도되면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났다. 친선전과 달리 수비수와의 1대 1 상황에서도 몸이 무거워 보였다. 볼을 워낙 오래 잡아두는 플레이 스타일 탓에 자주 반칙을 얻어내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동료에게 연결할 타이밍을 놓쳐 팀 공격의 템포가 늦춰지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90분 경기 내내 네이마르와 동료 간의 호흡이 살아나지 않았다. 100% 몸 상태일 때에 네이마르는 자신의 플레이와 동료의 움직임을 잘 조화해 팀의 엔진처럼 기능한다. 그러나 스위스전은 같이 왼쪽에서 호흡을 맞춘 풀백 마르셀루와의 호흡부터 좋지 않았다. 동료로부터 볼을 받는 움직임이 어색했고 드리블을 통해 볼을 운반하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았다. 브라질이 역습을 전개할 때마다 네이마르가 볼을 잡으면 다음 과정으로 연결짓는 데 실패하는 일이 반복됐다.

팀이 1-1로 몰린 상황에서 경기 종료 직전 네이마르가 프리킥 키커로 나서 두~세 번의 기회를 창출했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42분에는 측면에서 날아온 양질의 크로스에 네이마르가 직접 머리를 갖다 댔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날 치치 감독은 마지막까지 네이마르의 한 방을 기대하며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그가 풀타임 경기를 뛰게 했다. 그러나 마지막 상황까지 기대했던 네이마르의 한 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네이마르는 아직 90분 경기를 뛸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한 인상이 강했다. 아직 100%가 아닌 느낌보다 0%에 가까워 보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브라질 대표팀을 진두지휘하던 한창 좋았을 때 네이마르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부상 소식을 모르는 팬이 네이마르를 보았다면 영문도 모른 채 크게 실망했을 경기였다.

ⓒ 네이마르 페이스북

무리한 출전이 부상을 악화시키지 않았을까

경기 후 네이마르의 좋지 않은 컨디션과 경기 내용에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이날 네이마르는 유독 상대 선수에게 많은 반칙을 얻었다. 동료에게 간결하게 내주기엔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평소보다 볼을 끄는 시간이 많았던 탓이다. 스위스의 베테랑 미드필더 발론 베라미는 동료들과 함께 네이마르를 쫓아 그를 봉쇄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몰린 스위스 선수에게 태클이나 가격을 당하는 일이 늘어나 그라운드에 주저앉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무리하게 출전한 것이 맨눈으로 보였던 네이마르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무리하게 슈팅을 시도하다 발이 상대 선수와 충돌하고 난 후엔 잠깐 다리를 절기도 했다.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90분 경기를 소화한 네이마르가 스위스전 빈번한 충돌로 괜히 몸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았을까 우려된다. 고작 한 경기만 치르고 네이마르를 거두기엔 그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스위스전을 선발로 나선 브라질의 공격수들은 골을 기록한 중앙-공격형 미드필더 쿠티뉴를 제외하고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상대 수비를 휘저어주며 공격의 패턴을 그려내는 엔진 네이마르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대회 내내 네이마르가 100% 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면 다른 공격수들의 부진도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임 기간 내내 네이마르가 있는 상태에서의 조직력 완성에 전념했던 치치 감독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러시아월드컵 첫선을 보인 네이마르는 치치 감독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은 상태에 놓여있다. 과연 네이마르의 부진에 대해 아직 월드컵에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할 브라질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stron1934@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