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승리한 프랑스 ⓒ 프랑스 축구협회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우승 후보’ 프랑스가 호주를 가까스로 격파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프랑스는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호주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경기였다. 프랑스는 호주에 비해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에서부터 압도적이었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압박하고 수비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인 호주를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선발로 출전한 킬리안 음바페는 전반 2분에 시도한 슈팅 장면을 제외하고는 경기 내내 호주 수비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당하며 힘을 쓰지 못했고 수비적인 풀백 뤼카 에르난데스와 벤자민 파바르는 오버래핑 시도보다 중앙으로 볼 배급을 이어나갔다.

이 때문에 중원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시도하는 호주 선수들에 의해 패스 루트를 차단당할 수밖에 없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의 4-3-3 전술은 호주의 실리 축구에 의해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주인공이 있었다. 지난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어떤 한 선수가 미친 활약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프랑스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과학’이었다. 전반전 내내 호주를 밀어붙였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행운의 여신의 선물이었을까. 프랑스는 후반전에 2번이나 과학 기술의 덕을 보며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었다.

후반 13분, 프랑스의 선제골

답답한 공격을 보여주던 프랑스가 선제골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돌파를 시도하다 호주의 조슈아 리스던에게 걸려 넘어진 것이다. 처음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고 경기를 계속 진행시켰지만 이내 VAR 판독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결국 주심은 프랑스의 PK를 선언했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VAR 판정이 내려지게 되었고 프랑스는 첫 월드컵 VAR 판독의 덕을 본 팀이 된 것이다. 그리즈만은 자신이 얻은 PK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답답했던 팀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리스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했을 것이다. VAR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었다면 파울이 선언되지 않고 그대로 경기가 속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교한 과학 기술은 그리즈만의 뒷발이 리스던의 다리에 걸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프랑스-호주전에서 진행된 월드컵 최초의 VAR 판독 ⓒ 네이버 KBS 스포츠 캡쳐

후반 35분, 프랑스의 역전골

VAR 판독 결과로 인해 PK를 얻은 프랑스는 그리즈만의 득점으로 앞서나갔지만 사무엘 움티티의 어이없는 핸드볼 파울로 인해 곧바로 호주에 PK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즈만의 골로 인해 올라갔던 프랑스의 사기는 단숨에 꺾이고 말았고 분위기는 호주로 넘어가는 듯 했다. 프랑스 선수들 모두가 예민해지고 허탈해 하던 찰나 과학의 기술은 또 다시 프랑스의 손을 들어줬다. 후반 35분 포그바는 지루와 연계 플레이 후 아크 중앙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호주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보기엔 골 라인에 살짝 걸친 듯했기 때문에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하지만 첨단 과학 기술이 기반이 된 골 라인 판독기는 프랑스의 득점을 선언했다. 판독기는 골 라인을 몇 cm 넘어간 공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했다.

프랑스-호주전에서 진행된 월드컵 최초의 VAR 판독 ⓒ 네이버 KBS 스포츠 캡쳐

축구도 이제는 과학이다

이렇게 프랑스는 90분 내내 자신들이 원하는 경기를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지만 과학 기술 덕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축구도 이제는 과학이라는 것을 이번 프랑스-호주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호주 입장에서는 잘 싸웠기에 억울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프랑스가 실낱같은 기회를 잘 살렸기 때문에 과학 기술 역시 프랑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과거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서독의 결승전 당시 터졌던 제프 허스트의 골은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허스트의 슛이 서독의 골대 상단을 맞고 지면에 튕겨져 나왔는데 심판은 이를 득점으로 인정했다. 골 라인에 절묘하게 걸쳤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말이 많은 것이다. 만약 지금의 골 라인 판독기가 당시에 존재했다면 그러한 논란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첨단 기술이 기반이 된 판독 시스템은 선수들이 억울하게 득점을 도둑맞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프랭크 램파드의 슛이 독일의 골대를 맞고 완벽하게 골 라인을 넘어서 들어갔지만 무효처리가 되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VAR 판독 시스템은 경기 승패를 더욱 정확하게 정해주고 있다. 심판들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한 실수를 보완해주는 것이 판독 시스템이다. 과학은 우리의 눈을 절대 속이지 않는다. 과학은 사실만을 이야기하며 그러한 과학을 이용하는 인간은 과학이 전해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축구도 과학이다. 프랑스-호주전은 월드컵에도 과학 기술이 도입됐다는 걸 보여주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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