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독일, ‘우승국 징크스’ 걸림돌 될까


ⓒ 독일축구협회(DFB)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홍인택 기자] 축구의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은 자만과 교만을 매우 싫어하는 것 같다. 축구의 신은 이탈리아와 브라질 단 두 국가에만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이라는 선물을 줬다. 그것도 브라질이 마지막으로 2회 연속 우승이라는 영광을 거머쥔 지 벌써 56년이 지났다.

월드컵에 관련된 징크스가 있다. 전 대회 우승을 거머쥔 디펜딩 챔피언은 2회 연속 우승컵을 들지 못한다는 징크스다. 이 징크스는 1962년 브라질이 우승컵을 든 다음 대회인 1966년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현재 디펜딩 챔피언은 독일이다. 그리고 물론 독일은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고 또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하는 팀이다. 독일로서는 우승을 놓친다는 것 자체가 ‘실패’와 가깝다. 그런 독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징크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은 최근 발표된 피파랭킹에서 변함없이 1위를 차지하며 지난 월드컵 대회와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국의 위엄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위한 지역 예선에서 유럽 C조에 묶여 43득점 4실점을 기록하며 10전 전승을 올린 팀이다. 유럽 예선 성적만을 살펴보면 고결하기까지 한 팀이다. 오죽하면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게리 리네커가 “축구란 간단하다. 22명이 공을 쫓아다니며 90분 동안 달리다가 항상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라고 까지 얘기했을까.

그만큼 현재 독일을 꺾을 수 있을 만한 팀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 대회에서 브라질을 7대 1로 꺾은 모습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닐스 페테르센과 산드로 바그너, 르로이 사네가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탈락할 만큼 두터운 선수단을 보유한 팀이다. 스타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이 팀을 묶은 요하임 뢰브 감독의 지략과 선수단 장악 능력도 믿을 만 하다. 하지만 우승컵을 들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다음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런 팀들도 다음 대회에서 16강 문턱을 밟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극단적으로 1998년 프랑스가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전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유럽 팀은 모두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2002년 우승팀이었던 브라질이 8강까지 갔을 뿐 2006년 우승팀 이탈리아, 2010년 우승팀 스페인이 다음 월드컵 대회 조별예선에서 힘도 쓰지 못하고 탈락했다. 프랑스는 2002년 득점 없이 월드컵을 마쳤고 이탈리아는 2010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짐을 꾸렸다. 스페인은 최다실점을 기록하며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이 정도면 디펜딩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왕관은 가시 면류관이 분명하다.

월드컵 징크스뿐만이 아니다. 독일이 절대 강자로 불리는 이유는 작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컨페더레이션스컵에도 징크스가 있다. 해당 대회 우승팀이 바로 다음 해 열리는 월드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다. 독일은 월드컵과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컵을 연달아 들면서 이 두 징크스에 정면으로 부딪치게 됐다. 연이은 대륙 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만큼 상대 국가의 견제와 분석도 다양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독일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독일은 이번 월드컵을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특히 스페인 몰락의 주범이었던 델 보스케의 전철을 밟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요하임 뢰브 감독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면밀하게 파악했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내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RB라이프치히와 TSG 1899 호펜하임의 전술을 접목해보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게다가 토마스 뮐러, 메수트 외질, 마리오 고메스와 같은 베테랑들을 선택하면서도 티모 베르너, 요슈아 킴미히, 율리안 드락슬러 등을 함께 발탁하면서 세대교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독일은 최근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평가전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팀이다. 어떤 팀을 만나도 무력하게 패배하거나 무승부를 거두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 팀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은 남아있다. 게다가 월드컵은 매 대회 돌풍을 일으키는 팀들도 나타난다. 어떤 팀이 됐든 독일을 꺾는 팀이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이 될 것이다. 독일은 이 불안 요소를 떨쳐내고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어김없이 축구의 신이 내린 징크스의 희생양이 될까.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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