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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한국시각 9일 오후 오스트리아 티볼리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과 볼리비아의 경기가 0-0으로 끝났다.

큰 의미가 있었던 경기는 아니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 이후 치러진 평가전이었고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뒀던 경기였다. 볼리비아가 더 공격적으로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볼리비아 선수들도 기량이 좋지 않았다.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는 점이었고 일단 우리 대표팀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다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에서는 실수를 지적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치진들이 훨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걱정은 늘어나겠으나 상대 팀에 방심을 선물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소 답답한 경기가 펼쳐졌으나 이 답답함은 세네갈전까지 이어져야 한다. 같은 조에 묶인 상대국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서 전력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세네갈전을 비공개로 결정한 이유를 생각하면 꽤 설득력이 있는 결정이다. 세네갈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공개하기를 꺼렸던 실험들을 진행한다면 본선 무대에서는 꽤 의미 있는 장면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월드컵이 코 앞인 상황에서 언제까지 실험할 거냐"라는 불만들이 나온다. 이 의견에 반대한다. 역사에 남을 경기는 스웨덴과의 경기지 볼리비아전이 아니다.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도 실험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최적의 조합과 개념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을 치르며 마지막 선수들까지 골라냈다. 1-2로 패배했지만 요하임 뢰브 감독에게 그 경기의 결과나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누구를 러시아로 데려가는지가 더 중요했을 뿐이다.

축구를 즐기는 팬들이나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솔직할 필요가 없는 시점이다. 정보가 돌면 돌수록 우리 상황이 더 불리할 수 있다. 볼리비아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졸전에 가까웠으나 선수들의 몸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다. 모든 훈련 프로그램은 월드컵 본선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 구성에는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토니 그란데 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의 결정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은 비난하면서 코치진들을 옹호하는 건 역설에 가깝다.

세네갈전까지 많은 실험을 했으면 좋겠다. 이후 스웨덴과의 첫 경기 직전까지 최적의 조합과 최고의 전략을 들고 나왔으면 한다. 이미 대표팀의 콘셉트는 지난 평가전들을 통해 드러났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의 간격, 전방 공격수들의 활동량으로 상대 빌드업을 괴롭히는 것이다. 남은 건 세부 전술이다. 세트피스가 가장 강력한 득점옵션이 될 수 있는 만큼 세트피스 패턴 훈련은 세네갈전을 통해서 더 많은 실험을 했으면 좋겠다.

평가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답답한 경기력이라며 큰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언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있다. 어차피 우리는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 끝까지 실험하고 본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여전히 연습문제를 풀 시간은 남아있고 모의고사도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 더 많은 문제를 접하고 풀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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