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랜드전 프로 데뷔골을 신고한 문준호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성남=임형철 기자] 2일 있었던 성남FC와 FC안양의 KEB하나은행 K리그 2018 14라운드 경기는 1-1로 종료됐다. 12라운드 광주전에서 첫 승을 거둔 안양은 이후 두 경기에서도 1승 1무를 더해 확실한 반등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바꾼 안양의 숨은 원동력은 교체술에 있었다. 최근 세 경기에서 고정운 감독이 꺼낸 교체술은 안양의 좋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3경기 무패’ 고정운 감독의 교체술 적중 일지

시작은 12라운드 광주전이었다. 전반 내내 불안한 공수밸런스로 상대 역습에 시종일관 공간을 내준 안양은 급기야 선제 실점을 허용해 불안한 흐름 속에서 전반을 마쳤다. 최하위 팀 안양을 향해 ‘역시나’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감행한 최호정 투입은 경기 분위기를 180도 바꿔 놓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최호정은 백 포를 보호하며 광주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광주의 롱볼과 발 빠른 공격진의 돌파를 모두 막아내 안양의 불안한 공수밸런스를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최호정이 투입되자 동료들은 마음껏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후반전에만 세 골을 몰아 넣으며 3-2로 승리했다. 후반 내내 최호정에게 막혀 별다른 공격 시도를 하지 못 한 광주는 최하위 팀 안양의 첫 승 제물이 되고 말았다.

어렵게 첫 승을 따낸 안양은 13라운드 서울이랜드전에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미드필더 최재훈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다. 위기에 몰린 고정운 감독은 장염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왼쪽 풀백 채광훈과 윙 포워드 정재희를 후반전 시작과 함께 순차적으로 투입했고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채광훈의 오버래핑과 좌우를 번갈아 가며 상대 수비를 휘저은 정재희의 공로로 안양은 수적 열세에도 후반 내내 서울이랜드를 몰아붙였다. 결국, 알렉스의 골로 먼저 리드를 잡은 안양은 후반 33분 문준호를 교체 투입해 추가 골을 노렸다. 안양이 후반에 꺼내든 교체술은 종료 직전 두 번째 골 과정에서 확실한 작품을 만들었다. 정재희가 측면을 흔들며 만들어준 찬스를 문준호가 두 번의 슈팅으로 마무리하면서 프로 데뷔 첫 골을 신고했다. 안양은 2-0으로 서울이랜드를 꺾었다.

성남과의 14라운드 경기에서도 안양의 교체술은 빛을 발했다. 후반 33분에 투입한 김신철이 극적인 동점 골을 터트리며 1-1 무승부에 일조했다. 전반 17분 알렉스의 이른 부상 때문에 원래 후반 30분대에 예정한 정재희 카드를 일찍 꺼낸 악재가 있었지만, 마지막 상황에 염원한 김신철 카드가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세 경기 연속 교체술로 재미를 본 안양은 2승 1무의 성적으로 확실한 분위기 반등을 이뤘다.

ⓒ FC안양 페이스북

고정운 감독이 밝힌 교체술 적중의 비결

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FC와의 경기 후 만난 고정운 감독은 최근 교체술이 적중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감독의 역할은 별로 없다. 오로지 선수들의 공로가 크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모든 건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나는 주연이 아니고 조연이다. 교체로 들어오는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뛰는 모습을 팬분들도 지켜봤을 것이다”며 칭찬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비결을 묻자 고정운 감독은 “매일 훈련 시간에 선수들에게 부탁하는 게 있다. 우리 팀이 부상 선수도 많고 징계로 못 나오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모든 선수에게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고 강조한다”며 “우리 코치진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둬서 훈련 프로그램을 짠다. 선수들이 이에 잘 응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고정운 감독은 “베스트 라인업이 안 정해진 게 역으로 이런 효과를 낸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하나 고정운 감독이 뽑은 비결 중 하나는 상대 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었다. 고정운 감독은 “최근 상대 팀에 대한 분석 결과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상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 후 훈련을 했던 게 전체적인 경기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유를 짚었다. 최근 경기 분위기를 바꾼 적재적소의 교체술도 상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영향을 준 듯했다.

불과 2주 전까지 1승도 없이 방황을 거듭했던 안양은 어느덧 세 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9위 수원FC와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혀 놓는 데 성공했다. 무패를 달리는 동안에도 부상자와 징계 선수의 발생 등을 이유로 위기가 이어졌지만,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강한 투지와 능력 그리고 고정운 감독의 적절한 교체술까지 더해지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이젠 언제든 경기 분위기를 바꿀 준비가 된 안양, 이렇게 팀이 한 단계 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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