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망명 정부에서도 선수들의 런던행을 앞둔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했다. ⓒ Tibet TV 캡쳐

[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오는 6월 14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시작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한다.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러시아로 쏠리고 있는 지금, 또 다른 월드컵이 영국 런던에서 막을 올린다. CONIFA(독립축구협회연맹) 축구 선수권 대회, 다시 말해 '반체제 월드컵'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대회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영국 런던과 주변 지역에서 아마추어 리그(Non-League) 경기장에서 아마추어 클럽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CONIFA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팀들이 2013년 함께 설립한 단체인 CONIFA는 2006년부터 'VIVA World Cup'이라는 명칭으로 대회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 2013년 CONIFA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후 2014년을 시작으로 2년마다 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런던 대회는 3번째 대회에 해당한다.

축구로 독립을 염원하다

CONIFA 축구 선수권 대회는 '외로운 대회'다. 러시아 월드컵의 인기 속에 가려 축구 팬들의 관심 밖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독립을 간절하게 원하거나 소수 민족으로 해외에 터를 잡고 살아가면서 출전하게 된 팀도 있으며 그저 축구가 좋아 팀을 결성해 참가하게 된 경우도 있다. 참가팀 중 하나인 파다니아 대표팀의 참가 목적은 독립이 아닌 축구다. 파다니아는 이탈리아 '포' 평원을 다르게 부르는 말로, 1990년대 초 이탈리아 북부동맹이 북부 이탈리아의 분리를 주장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명칭이다.

이들은 초창기 이탈리아 북부의 분리 독립 운동을 주도하였으나 여론 악화에 따른 지지기반 약화, 정치권 내의 소외 등으로 현재는 지방 분권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파다니아의 매니저 마르코 고타는 "우리는 이탈리아로부터 독립을 원한 적이 없다. 그냥 축구가 좋아 팀을 결성해 출전하는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파다니아와 같이 FIFA 회원국은 아니지만 세계무대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티베트 대표팀은 이러한 팀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축구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국과 민족의 독립을 위해 CONIFA 축구 선수권 대회를 연결고리로 삼은 티베트 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티베트 인들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티베트 스포츠 협회(TNSA)의 의장인 파상 도르지는 "이번 대회는 티베트 인들이 세계무대에서 티베트를 대표해서 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티베트 팀은 이번 CONIFA 월드컵에서 티베트인들이 다른 독립 국가 국민들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베트인들의 자유를 위해

파상 의장이 언급했듯 티베트는 이번 대회를 독립을 위한 첫 번째 디딤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티베트는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위해 1959년 달라이 라마가 세운 티베트 망명 정부를 중심으로 독립 운동을 펼쳐오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티베트에 군대를 진주시켜 통제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과거 번성했던 티베트 제국이 붕괴된 이후 700년 넘게 티베트가 자신들의 주권 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통제는 축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2001년 티베트가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그린란드와 첫 친선 경기를 치를 당시 중국은 장소를 제공한 덴마크를 향해 무역 중단을 하겠다고 경고하며 티베트의 경기를 무산시키고자 하였다. 이후 덴마크에서의 티베트 대표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2004년 제 1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상영될 때 중국 정부는 이를 막으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티베트는 이번 대회가 열리는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중국으로부터 경고를 받는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 세계 티베트 지역 사회의 지원을 받아 영국 런던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파상 의장은 "티베트 인은 망명 생활을 하는 난민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서 뛸 것"이라고 말하며 대회 참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티베트 선수단이 달라이 라마로부터 축복을 받고 있다. ⓒ Tibet TV 캡쳐

티베트 대표팀은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장인 달라이 라마를 직접 찾아가 선수단 모두가 그의 축복을 받은 후 런던으로 향했다. 티베트는 CONIFA 축구 선수권 대회 참가국 중에서도 약팀으로 통한다. 2006년 그린란드에 1-4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프로방스에 0-22로 대패하는 등 형편없는 성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마음속에 들어있는 목표를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티베트 스포츠 협회의 지원을 시작으로 전 세계 티베트 지역 사회의 응원을 받아 서사하라에 12-2로 승리하는 등 한 단계 성장했다. 티베트 대표팀은 압하지아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머나먼 영국 런던에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그들의 독립을 위해서 그리고 전 세계 어딘가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을 티베트 인들을 위해 그들은 그라운드 위를 뛰고 또 뛸 것이다.

emrechan1@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