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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신태용호가 악재를 만났다. 염기훈과 김민재에 이어 이근호도 부상으로 이탈하고 말았다. 여기에 김진수도 부상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나 이근호의 낙마 소식은 대단히 아쉽다. 평소 이근호의 저돌적인 플레이를 좋아했던 나는 이근호가 꼭 월드컵 무대에서 빛나길 바랐다. 두 번이나 월드컵 무대를 앞두고 좌절을 맛본 이근호가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대표팀은 여러 선수가 부상을 당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잃은 채 월드컵에 임해야 한다. 100%를 다 발휘해도 모자랄 판에 한 선수씩 부상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점은 심히 걱정스럽다. 대표팀의 무게감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 수비진

그래도 공격진은 수비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옵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다. 신태용 감독이 수비진에 무려 12명의 선수를 뽑았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김민재의 부상 이탈 이후 신태용 감독은 다시 수비 조합을 짜야한다. 공격은 어찌어찌 되도 수비는 지금 모습으로서는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엇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엇비슷한 경험을 가진 선수들을 대거 선발했지만 확 튀는 수비수는 아직 없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수비를 이끌어주면 좋을 텐데 대표팀 수비진에는 이런 역할을 해줄 만한 선수들이 딱히 없다.

그나마 수비진 중 가장 경험이 풍부한 건 김영권이다. 1990년생 김영권은 A매치를 50차례나 경험했다. 하지만 팀내 수비 리더로 분류하기에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 나는 그가 능력에 비해 인정을 못 받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훨씬 더 가진 게 많은 선수라는 건 분명하지만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거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이끌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수비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1986년생 이용인데 그는 A매치 경험이 24차례에 그친다. 수비진은 대체적으로 1988년생에서 1992년생 출신들이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이 오반석과 윤영선(이상 1988년생), 김민우와 홍철, 김영권(이상 1990년생), 장현수(1991년생), 권경원과 김진수(이상 1992년생) 등이다.

수비 라인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두 선수가 떠오른다. 지금 이들을 뽑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 두 선수를 떠올리는 건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내가 떠오른 두 명의 선수는 바로 김진규와 강민수다. 김진규는 얼마 전 은퇴했고 강민수는 울산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지금은 대표팀과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다. 갑자기 엉뚱하게 이 두 선수를 언급하니 의아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꼭 김진규나 강민수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어릴 때 경험치를 속된 말로 ‘몰빵’한 수비수들이 지금까지 활약하지 못한 게 한국 축구에는 대단히 큰 손해라고 생각한다. 김진규와 강민수 같은 수비수들이 지금까지 활약해 줬어야 한국 축구가 더 든든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민수는 어린 나이에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었다. ⓒ울산현대

20대 초반에 주전으로 도약했던 둘

김진규는 어린 시절부터 A매치 경험치를 몰아서 받았다. 2004년 19세의 나이에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A매치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후 곧바로 대표팀 주전 수비수로 도약했다. 2004년 아시안컵 주전 수비수가 19세였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김진규는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07년 아시안컵에서도 활약했다. 이때 그는 23세가 채 되지 않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도 나갔다. 올림픽 대표와 성인 대표를 병행할 만큼 김진규는 촉망 받았다. 김진규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경험한 A매치만 무려 41경기에 이른다. 이 기간 동안 U-23 대표팀에서 소화한 경기도 26경기나 된다. 한국 축구의 수비 경험을 김진규에게 ‘몰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3세의 어린 수비수가 A매치 경험이 41회나 된다는 건 그만큼 김진규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강민수는 어떨까. 그 역시 마찬가지다. 1986년생 수비수 강민수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무려 31번의 A매치에 출장했다. 그는 2007년 아시안컵에서 중용됐고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도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그 역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주전으로 뛰었다. 2007년에서 2008년까지 단 1년 동안 U-23 대표팀에서도 무려 19경기나 소화했다. 그가 2007년 아시안컵 주전으로 활약했을 당시 나이는 20살에 불과했다. 강민수에게도 A매치 경험치를 ‘몰빵’했다고 해도 과한 해석이 아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김진규와 강민수는 향후 한국 수비를 10년은 책임질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어린 선수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컵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으니 이때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래가 더 기대됐다. 언제 A매치 100경기 출장 기록을 깰 것인가가 더 관심이었다.

이런 선수가 지금 대표팀에 한 명은 있어야 한다. 김진규나 강민수가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했다면 30대 중반에 A매치 경험이 110번 이상은 됐을 것이다. 즉시 주전감은 아니더라도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면 참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지금 대표팀에 없다. 김진규는 은퇴를 했고 강민수는 울산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대표팀과는 멀어졌다. 김진규는 2008년 A매치 이후 줄곧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다가 2012년 딱 한 경기에 나선 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부진과 부상 등에 시달리다가 최근에 은퇴했다. 강민수 또한 2010년 대표팀에서 멀어진 뒤 2014년 친선경기에 딱 두 번 모습을 드러낸 게 전부다. 그들의 A매치 경험치는 20년 초반에 몰려 있다. 한국 축구로서는 상당한 타격이다. 이런 선수들이 한 명 정도는 지금 대표팀에서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비를 이끌어 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건 큰 손해다.

강민수는 어린 나이에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었다. ⓒ울산현대

경험 몰아준 소중한 자원, 활용할 수 있어야

선수의 잘못은 아니다.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한 걸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표팀 수비진들의 무게감을 따져 보자면 이런 선수가 한 명 정도는 수비진을 이끌어 줬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렇게 나이 많고 경험 많은 선수를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금 더 장기적으로 생각해 신구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을 구상해야 한다. 대표팀은 너무 또래로만 구성돼 있다. 30대 중반 선수들은 어느덧 자리를 잃었다. 김진규는 이근호와 동갑이고 강민수는 이근호보다도 한 살이 어리다. 이렇게 나이를 비교해 보면 김진규와 강민수 같은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대표팀에 갈 실력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경험치를 몰아 받은 이들이 지금은 대표팀에서 사라졌다는 건 아쉽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당장 대표팀에 김진규와 강민수를 데려오라고 쓰는 글도 아니란 걸 잘 알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3~4년을 투자해 경험을 몰아준 소중한 자원들이 지금은 대표팀과는 아예 멀어져 있다는 게 아쉽다. 장기적으로는 신구조화를 위해 고민해 봐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어린 나이에 전 연령대 대표팀에서 다 활용하며 혹사 시켜놓고 또 새로운 수비수들을 찾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대표팀에 30대 중반의 A매치 100경기 이상을 경험한 수비수가 한 명 정도는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역할을 김진규나 강민수가 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건 한국 축구에 상당한 손해다. 김진규에게 쏟은 4년과 강민수에게 투자한 3년은 지금 한국 축구에 어느 정도의 보답으로 돌아왔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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