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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FC안양에 무슨 일 생겼나요?"

최근 <스포츠니어스>에 안양의 소식을 묻는 질문이 갑자기 많아졌다. 현재 안양은 K리그2 최하위다. 성적이 좋지 못하다면 구단 안팎으로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이런저런 루머가 떠도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점을 느꼈다. 질문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루머에 대한 이야기는 고정운 감독과 임은주 단장을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의 거취가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안양 팬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조금씩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다. 커뮤니티에서도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어 있었다. <스포츠니어스>는 제보를 바탕으로 고 감독과 임 단장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성적을 놓고 긴급 이사회가 열렸다

취재를 통해 떠도는 소문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근거 없는 루머가 아니었다. 지난 5월 20일 광주FC와의 홈 경기가 열리기 전 임은주 단장과 고정운 감독에 대한 거취가 논의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양 구단 내에서 성적 문제로 인한 긴급 이사회가 열렸고 여기서 이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수준의 이상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구단 고위직이 사퇴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 성적의 수치나 사퇴 대상자 등에서 조금씩 다른 내용이 입수됐다. 내용의 출처는 안양 구단의 긴급 이사회였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이야기된 내용이 밖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차이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사회의 내용이 정확히 밖으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한 구단의 이사회 속기록 등을 열람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정면돌파다. <스포츠니어스>는 지금까지의 제보와 팬 커뮤니티 게시글 등에서 등장한 내용들을 취합해 안양 임 단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예상 외로 임 단장은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성적 부진에 책임지겠다"는 임은주 단장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임 단장은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안양은 개막 후 11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안양을 향한 걱정어린, 또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지역 내에서 감독 책임론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임 단장에 대한 책임 또한 물을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긴급 이사회가 열렸다.

임 단장은 "긴급 이사회는 총 두 차례 열렸다"라고 설명했다. 긴급 이사회에서는 성적에 대한 대책 논의와 책임론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자연스럽게 고 감독의 거취 여부가 등장할 차례였다. 임 단장은 "이사들에게 '이필운 안양시장에게 고 감독을 추천한 것은 나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안양의 감독은 단장의 추천을 통해 구단주인 시장이 임명한다.

고 감독 역시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사들에게 7월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임 단장은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7월 말까지 5승을 거두지 못하면 내가 사표를 쓰겠다"라고 나선 것이다. 7월 말까지 안양은 FA컵을 포함해 11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여기서 5승을 사퇴의 마지노선으로 내건 셈이었다. 이사회는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임은주 단장은 2017년 2월 안양에 부임했다 ⓒ FC안양 제공

이후 안양은 광주와의 홈 경기에서 3-2로 승리, 올 시즌 K리그2 첫 승을 거뒀다. 이제 10경기가 남았다. 여기서 4승 이상을 거두지 못하면 임 단장은 직책을 내려놓게 된다. 물론 FA컵 32강전에서는 내셔널리그 팀인 목포시청을 만난다. 하지만 목포는 지난 시즌 FA컵 4강에 진출했던 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안양은 지난 11경기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런 팀이 갑자기 K리그2에서 최소 3승 이상을 거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다. 임 단장은 승부수일 수도 있고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는 선택을 한 셈이다. 향후 안양의 경기 일정을 살펴보면 녹록치 않다. 그나마 하위권 팀인 서울이랜드를 두 차례, 수원FC를 한 차례 만난다는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무승부도 아닌 승리를 해야한다는 것 또한 생각해야 한다. 난이도가 낮은 도전은 아니다.

무모해 보였던 승부수, "프로는 결과에 책임진다"

솔직히 무모해 보였다. 안양은 이제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합류해 발을 맞추고 정상 전력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벌써 주사위는 던져졌다. 조심스럽게 임 단장에게 너무 무모한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덤덤한 목소리로 그녀는 반문했다. "프로는 과정보다 결과다. 프로가 자신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지 않는가?"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개인적으로는 고 감독을 질타하고 책임을 묻기에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았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움도 있다. 올해 안양의 관중 동원, 마케팅 등에서 사무국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했고 대단히 큰 성과도 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성적 부진으로 인해 직원들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

"이제 36경기 중에 12경기가 지났다. 24경기가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구성원 모두가 흔들리는 것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지면 되는 일이다. 나는 안양과 2020년까지 계약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리더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임 단장은 계속해서 리더의 책임감에 대해 강조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이라는 단어 속에는 '사퇴'라는 것 또한 느껴졌다.

만일 목표 성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임 단장은 안양과 인연을 맺은지 약 17개월 만에 구단을 떠나게 된다. 두 시즌을 채우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짧으면 짧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프로는 가치를 어디에 두고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재직 기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서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운명의 두 달, 안양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임 단장은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두 달 뒤인 7월 말에 5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구단을 떠나게 되더라도 전혀 후회가 없다"라면서 "어떤 결과가 나도 좋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만 내가 선택한 5승의 모험이 선수단 전체에 자극이 되길 바란다"면서 "지금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시 도전하는 안양이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결국 그녀의 미래는 선수단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이다. 5승이라는 미션은 임 단장 뿐 아니라 선수단에도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임은주 단장은 2017년 2월 안양에 부임했다 ⓒ FC안양 제공

이와 함께 "이사회에서 나는 '내가 책임을 지는 대신 남은 기간 동안 감독과 선수들을 믿고 지지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한 임 단장은 마지막으로 "고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해서도 안된다. 안양을 지켜봐주시는 분들도 고 감독과 선수단이 마음껏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안양은 폭풍전야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임 단장이 안양 구단을 떠나게 될지는 약속된 기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낙 다양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단장은 적어도 <스포츠니어스>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단장 직을 사퇴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결국 공은 선수단에 넘어갔다. 이를 부담감으로 느낄 것인지, 아니면 강력한 동기부여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고 감독과 선수들에게 달렸다. 이제 운명의 10경기가 남았다. 여기서 안양의 미래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 그리고 두 달 뒤 <스포츠니어스>는 어떤 기사를 쓰게 될까, 임 단장의 사퇴 기사일까 유임 기사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FC안양 10경기 일정(H : 홈 경기 / A : 원정 경기)

5월 28일(월) vs 서울이랜드 H

6월 2일(토) vs 성남 A

6월 6일(수) vs 부산 H

6월 10일(일) vs 수원FC A

6월 30일(토) vs 안산 H

7월 8일(일) vs 부천 A

7월 16일(월) vs 성남 A

7월 21일(토) vs 서울이랜드 H

7월 25일(수) vs 목포시청 H

7월 29일(일) vs 부산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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