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앙 국내 선수 결산 ①] 석현준 ‘10번째 팀’에서 다시 날다


ⓒ 트루아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저니맨’ 석현준. 그처럼 짧은 시간 여러 팀을 오가며 롤러코스터 같은 커리어를 그리는 선수도 드물 것이다. 최근 그의 커리어는 비토리아 FC에서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내리막을 걷는 듯했다. 기대를 모았던 포르투 이적은 주전 경쟁에 밀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고 지난 시즌 터키, 헝가리 리그로의 임대도 실패로 끝이 났다. 이런 석현준과 인연을 맺은 팀은 이제 막 리그앙에 도전장을 내민 승격팀 트루아였다. 모두에게 생소한 팀과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공격수, 호락호락하지 않은 리그앙 무대의 만남은 변수가 많아 보였다. 쉽게 성공을 논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석현준은 보란 듯이 리그앙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입증했다. 한 시즌 내내 ‘Suk(쑥)’열풍이 불었다.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된 임대 이적으로 트루아와 함께한 석현준은 리그앙 25경기에 나서 6골을 넣었다. 겉보기엔 살짝 아쉬운 기록일 수 있으나 실제 활약상은 공격 포인트 이상이었음이 분명했다. 석현준은 자신의 10번째 팀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부활을 알린 그에게도, 그의 활약상을 지켜본 팬들에게도 2017-18 시즌 리그앙과 트루아의 행보는 그래서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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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 수비수 홀란두를 상대로 공중볼을 따내는 석현준 ⓒ트루아 페이스북

가장 매력적인 공격 옵션! 안성맞춤이었던 석현준
트루아에서 석현준은 가장 매력적인 공격 옵션이었다. 최전방에서 다양한 옵션을 창출할 수 있는 석현준이 있었기에 승격팀 트루아도 잠시나마 리그앙 잔류의 꿈을 현실로 바라볼 수 있었다. 8월 말 임대 계약 성사 후 6R 몽펠리에전 교체 투입으로 리그앙에 데뷔한 석현준은 8R 생테티엔전에서 깜짝 선발로 나서서 전반 내내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팀 내 어느 선수도 가지지 못한 우월한 제공권, 포스트 플레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팀 동료의 돌발 퇴장 때문에 39분 만에 교체 아웃됐지만, 장-루이 가르시아 감독의 마음을 이때부터 조금씩 사로잡았다.

확실히 몸 상태를 회복한 11월부터 석현준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2R 스트라스부르전부터 디종전, 앙제전까지 세 경기 연속 골을 달성하며 위용을 뽐냈다. 2년 전 가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비토리아 FC 때 이후 최고의 폼을 과시했다. 17R 모나코전에선 두 골을 넣었다. 경기 내내 적극적인 압박으로 모나코 수비에 부담을 안겼던 석현준은 수바시치 골키퍼와 상대 수비의 실수를 이끌어 두 번이나 골망을 흔들었다. 이 무렵 신태용 감독도 석현준을 주목했다. 신태용 감독은 19R 마르세유 원정 경기에 방문해 풀타임으로 뛴 석현준의 인상적인 경기 내용을 직접 지켜봤다.

중반기 부상 여파로 잠시 선발에서 밀려난 석현준은 시즌 말미가 돼서 다시 폼을 회복했다. 35R SM 캉전에서 교체 투입 후 한 골을 기록해 17R 모나코전 이후 오랜만에 골을 신고했다. 석현준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그동안 선발로 기용되던 아다마 니안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다시 장-루이 가르시아 감독은 석현준을 선발로 복귀시켰다. 37R 몽펠리에전에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석현준은 뛰어난 연계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슈팅 시도는 없었지만, 8번의 공중볼 획득과 2번의 키 패스를 기록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쏠쏠히 해냈다.

몽펠리에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석현준은 리그 최종전에서도 모나코를 상대로 연달아 선발 출전했다. 경기 내내 좋은 폼을 과시한 석현준에게 모나코의 카밀 글리크와 제메르손은 90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세트피스 상황마다 석현준을 막던 제메르손은 경합 중 힘에서 밀려 튕겨 나오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뒤이어 글리크가 마크를 붙어봤지만, 석현준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쉽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날 석현준은 7번의 공중볼을 획득했고 1번의 키 패스, 3번의 슈팅을 시도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 채 시즌을 마감했다.

석현준은 가장 매력적인 공격 옵션이었다. 장-루이 가르시아 감독은 팀 내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공격 옵션을 창출할 수 있는 석현준을 안성맞춤으로 내다봤다. 지난 시즌 리그두(2부) 33경기에서 23골을 넣어 승격을 이끈 ‘아다마 니안’이 애초 예상과 달리 석현준과의 주전 경쟁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장-루이 가르시아 감독의 신뢰가 석현준에게 상당히 기울었던 덕이 크다. 석현준은 공중볼 싸움이나 수비와의 경합, 포스트 플레이를 통한 연계, 상대 풀백도 압박하는 넓은 활동량과 적극성을 드러내며 리그앙에서 경쟁력을 갖춘 공격수임을 입증했다. 트루아 2선의 공격 지원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충분히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부상 복귀 후 한동안 폼이 좋지 않았던 석현준
ⓒ 트루아 페이스북

시기가 유독 아쉬웠던 부상. 모두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오다
19R 마르세유 원정에서 석현준은 신태용 감독이 보는 가운데 90분 풀타임 경기를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으나 활발한 움직임으로 마르세유 수비를 괴롭혔고 한 차례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석현준은 신태용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다가올 A매치 기간에 테스트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신태용 감독의 팀에서 와일드카드로 좋은 활약을 펼친 경험도 있으니 성인 대표팀에서의 활약도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한 번의 부상이 많은 것을 앗아갔다. 1월 17일 21R 앙제 원정에서 10분 만에 발목 부상을 당한 석현준은 그 후 한 달가량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월 20일 디종전에 출전해 늦지 않게 복귀를 신고했지만, 발목 부상의 여파로 전반기 때의 폼을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부진이 길어진 석현준은 유일하게 대표팀 테스트 기회가 걸려있던 3월 A매치 기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는 석현준이 월드컵 대표팀에서 예비 명단으로 밀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도 추가 발탁은 없을 거라는 신태용 감독의 발표로 보아 석현준의 월드컵 꿈은 사실상 좌절됐다.

석현준의 부상은 트루아에도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석현준이 부상으로 빠진 한 달 동안에는 아다마 니안의 선전으로 2승을 챙기긴 했지만, 이후 니안과 석현준 모두 부진이 길어지면서 2월 말부터 9경기 2무 7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장-루이 가르시아 감독은 그나마 득점력이 있는 니안을 선발로, 서서히 몸 상태를 회복 중인 석현준을 슈퍼 서브로 기용해 효과를 보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35R를 전후로 석현준의 폼이 그나마 살아났으나 이미 트루아는 강등권으로 내몰린 뒤였다. 석현준의 부상만 없었더라면 트루아의 시즌 결과는 충분히 다를 수 있었다.

ⓒ 트루아 페이스북

아쉬움도 남지만, 결과적으로 낯선 리그앙 무대를 향한 석현준의 도전은 성공으로 끝났다. 포르투 이적 후 길게 이어진 부진을 끊고 트루아 소속으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트루아 팬들은 한 시즌 동안 ‘Suk(쑥)’을 팀의 최고 스타이자 에이스로 여겼다. 트루아 현지에서 석현준 유니폼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올 정도였다. 석현준은 포르투에서 트루아로 임대 올 당시 완전 이적 옵션을 포함해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트루아가 리그두로 강등을 당한 이상 다음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2017-18 시즌을 마친 석현준은 커리어 상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 유럽 무대에서의 도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역시 군 문제의 압박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1991년생이다. 점점 더 압박이 피부로 느껴질 시기에 있는 그에게 다가오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더없이 중요한 대회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와일드카드에 뽑혀 월드컵의 아쉬움을 만회할지, 그 결과에 따라 2018-19 시즌에는 어떤 도전에 나서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다시 날갯짓을 하기까지 참 긴 시간이 걸렸다. 어렵게 부활한 만큼 이번 날갯짓이 기왕이면 큰 무대에서 오랜 시간 지속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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