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랜드FC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국내 1위 자동차쇼핑몰 커뮤니티 '보배드림' 회원 김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자동차를 살펴보고 회원들의 후기를 찾아본다. 2008년에 가입한 김 씨의 유일한 낙이다. 김 씨에겐 '보배드림'이 '아이라이크싸커'고 '에펨코리아'다.

사실 김 씨는 모 프로축구단의 주장이다. 시즌 초반 펼쳐지는 홈 경기 연전 마지막 날 이번 시즌 강한 모습을 보이는 안산그리너스에 2-1 승리를 거뒀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홈 경기에 찾아온 유료관중은 단 505명. 서울 잠실에 있는 경기장에 이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김 씨는 이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고 싶었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다. 마침 모니터에는 '보배드림' 창이 띄워져 있었다. 김 씨는 키보드를 잡고 정성스럽게 자신과 자신의 팀을 홍보했다. "안녕하세요. 서울이랜드FC 프로축구팀의 주장이자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입니다."

ⓒ 에펨코리아 캡쳐화면

김영광이 시작한 '작은 행동'

아이디 'gomji0808', 닉네임 '가자매아빠' 김영광은 지난 1일 해당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김영광은 "보배의 오랜 회원으로서 염치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린다"라면서 "우리 팀 경기와 프로축구경기를 꼭 보러 와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적었다. 김영광은 서울이랜드FC 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프로선수라는 게 팬분들이 안 계시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 절실하게 느끼고 깨닫고 있다"라면서 "글 추천 좀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게시글의 조회 수는 16만을 훌쩍 넘겼다. 댓글도 2천여 개가 달렸다. 김영광은 "K리그가 많이 침체되어 있고 관중 수가 많이 줄어가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절실한 마음에 글을 올렸는데 정말 많은 격려와 응원의 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감격에 젖었다.

김영광이 올린 게시글이 화제가 되자 김영광은 새로운 캠페인을 제안했다. 'K리그는 팬 프렌들리다'라는 제목의 운동이었다. 김영광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K리그를 알렸고 팬들을 초청했다. 이어 김영광은 곧 상주상무로 팀을 옮기는 광주FC 윤보상과 성남FC 김동준을 지목하며 이 운동을 이어나갈 것을 요청했다.

릴레이 운동을 이어받은 윤보상과 김동준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함께 홍보에 나섰다. 윤보상과 김동준은 K리그를 홍보하며 바통을 전남드래곤즈 김민준과 FC안양 문준호, 강원FC 이근호와 포항스틸러스 이근호를 지목했다. 김동준의 바통을 이어 받은 포항 이근호는 수원FC 조유민과 수원삼성 송준평을 지목했다. 선수들은 줄지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K리그를 홍보했고 팬들에게 팬서비스하겠노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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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완성한 부천 원정 무실점

그리고 지난 1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12라운드에서 부천FC1995와 서울이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도 김영광은 골키퍼 장갑과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날 서울이랜드는 최한솔, 안지호, 최오백의 골에 힘입어 적지에서 부천을 3-0으로 꺾었다. 서울이랜드는 후반 19분 최한솔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가던 중 후반 23분 부천 포프에게 페널티킥 파울을 범했다. 경기 결과를 가르는 순간이었다.

포프가 킥을 준비하고 그대로 골문을 향해 슈팅했지만 김영광의 선방이 빛났다. 동점 상황을 막아낸 김영광은 이날 동료들이 추가골과 결승골을 기록할 동안 부천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짜릿한 복수전이었다. 서울이랜드는 지난 3월 31일 홈에서 부천에 2-4로 패배했다. 전반전에만 두 골을 기록하며 앞서갔지만 후반전 세트피스로 네 골이나 실점하며 무너졌다. 이날은 서울이랜드가 세트피스로 부천을 무너뜨렸다. 페널티킥 선방에 대해 붇자 김영광은 "팀 동료들이 항의할 때 순간 기도를 하는데 신앙적으로 평안을 주시더라. 그래서 동료들에게 항의하지 말라고, 한번 믿어보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믿어보라던 김영광은 믿음을 보여줬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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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를 보러 온 다른 '보배드림' 회원들

이날 경기가 김영광에게 더 특별했던 건 원정 경기임에도 '보배드림' 회원이 경기장을 찾아서였다. 김영광은 "오늘 오셨더라. 보배드림에서 보고 왔다고 하셔서 계속 인사드렸다. 선수대기실로 가면서 하이파이브하려고 점프도 했다"라면서 뿌듯해했다.

한 가지 그를 깜짝 놀라게 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보배드림 회원들의 연령대다. 김영광은 "보배드림 회원이라 우리 또래가 오실 줄 알았는데 50~60대 아저씨 두 분이 오셨다"라고 말했다. 두 분의 장년 아저씨 팬들은 김영광에게 "너무 재밌다. 또 오겠다"라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보배드림 회원들의 연령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김영광은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보배드림'이 유일하게 활동하는 커뮤니티지만 '에펨코리아'에서도 요청이 오자 가입하고 글을 남겼다. 최근 보여줬던 활동 외에도 김영광은 국내 대형 포털에 올라온 자신과 서울이랜드 기사에 달린 댓글에 답장을 남겼다. 김영광은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로그인해서 댓글을 남기시는데 이걸 내가 지나칠 수가 없다. 감사한 마음에 나도 로그인해서 한 분, 한 분 댓글을 달아드렸다"라고 밝혔다.

선수가 직접 나서서 팀과 리그를 홍보하기까지 얼마나 답답한 마음이 있었을까. 김영광은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 화제가 되자 희망을 얻었다. 동료 선수들에게도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지금 K리그 선수들은 본인이 직접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K리그와 팀을 홍보하고 있다. 팬 서비스 공약도 잊지 않았다.

김영광은 "선수들의 진심이 단 한 분에게라도 전달이 되면 경기장에 가끔, 정말 한두 분 와주신다. 너무 감사하고 감동했다. 이렇게 선수들이 나서서 노력하면 또 진심이 통해서 작은 행동이 큰 희망과 기적을 일으킨다고 믿는다"라면서 "내가 골키퍼 장갑을 벗는 날까지 계속 팬분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뭐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다"라면서 "사실 어떻게 본다면 나는 나이도 들고 잊혀 가는 선수다. 이런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응원을 남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가야 될 것 같다. 팬들이 기다리셔서"라면서 양해를 구한 뒤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보배드림' 회원 김 씨는 그렇게 팬들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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