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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FC서울의 위상은 추락했다. 서울의 순위는 현재 서울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서울은 하위 스플릿에 어울리는 팀이 됐다.

지난 20일 전북현대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경기를 보고 난 후 확신했다. FC서울에는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름값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서울은 뒤처졌다. 좋게 말하면 고춧가루 팀이 됐다. 가끔 놀라운 힘을 발휘하며 강팀을 잡지만 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지 못한다. 오히려 한 수 아래라고 표현되는 팀들한테 덜미를 잡힌다. 전형적인 K리그 중위권 팀의 특징이다.

현재 서울이 하는 역할은 예전 인천유나이티드가 보여주던 양상과 비슷하다. 인천은 중하위권에 있는 팀과 비기거나 져도 전북이나 서울을 잡곤 했다. 반대로 말하면 전북과 서울은 잘 나갈 때 인천에 발목을 잡힐 때가 많았다. 인천이 했던 일을 서울이 하고 있다. 서울을 바라보는 팬들이나 언론은 서울에 고춧가루 역할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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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전형적인 K리그 중위권 팀의 결과를 낸다

서울이라는 팀은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였다. 2010년부터 전북과 번갈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었다. 리그 하반기까지 우승 경쟁을 하던 팀이었다. 우승 경쟁은 2016년에서 멈췄다. 지난 시즌에는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상위권 싸움을 원했고 상위권을 좇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다다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포항이나 수원을 잡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우승을 겨루던 전북에 0-4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90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우승을 노릴만한 팀이라면 90분 동안 끊임없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전북을 상대하는 서울의 초반 기세는 괜찮았다. 오히려 전북 선수들이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전반 후반부터 조금씩 서울의 힘을 잃더니 이재성의 득점, 신진호의 퇴장, 곽태휘의 자책골이 이어지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후반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세 골을 실점하는 팀이 현재 서울의 모습을 나타낸다.

서울의 '위닝멘탈리티'는 사라졌다. 1-0으로 이겨도 승점 3점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은 이번 시즌 열린 11경기에서 무려 15골을 실점했다. 양한빈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실점은 더 늘어날 수 있었다. 상대를 압도할만한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서울로서는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서울의 위치는 만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길 수 없는 팀은 아닌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중위권에 있는 팀이 이런 평가를 얻는다. 서울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상위권과 우승을 노려야 하는 팀이 이러면 안 된다. 한 명이 퇴장당해도 끈끈하게 버텨내야 한다. 안산그리너스는 두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도 끝까지 따라붙어 대전시티즌을 3-2로 잡았다. 경남FC도 네게바의 퇴장이 있었지만 끝까지 따라붙어 인천에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서울은 이제 역전을 기대할 수 없는 팀이 됐다. 먼저 실점하면 플레이 자체에 조급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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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서울의 득점 공식, 박주영의 모습은 현재 서울과 닮았다

서울을 상대하는 팀들은 선실점한 서울의 대처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선제골을 넣고 중원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이길 수 있다. 실점한 서울은 조급한 마음으로 달려든다. 그러면 공간이 나온다. 공간을 노리거나, 세트피스에서 실책을 유도하면 이길 수 있다. 서울의 공격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서울의 확실한 득점 공식은 사라졌다. 데얀, 몰리나, 아드리아노가 지키던 서울의 최전방은 팬들의 기억 속에만 남았다. 현재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올리는 박주영의 장점은 라인을 무너뜨리는 센스와 드리블 능력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의 기동력은 지난 수원삼성전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현대 축구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박주영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특유의 센스와 번뜩임, 그리고 선수단의 응집제 역할이다. 박주영에겐 꾸준한 득점을 기대할 수 없다.

서울의 부진은 박주영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마치 달라진 서울의 위상처럼 박주영에게도 과거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시대가 바뀌고 축구의 흐름이 바뀌어도 최전방에 있는 선수에게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건 골이다. 그러나 박주영이 골문을 향해 찬 슈팅의 대부분은 무득점으로 그쳤다. 골문을 빗나가거나 골키퍼가 쉽게 막을 수 있는 슈팅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시즌 박주영이 기록한 득점은 강원FC와의 홈 경기에서 터뜨린 세트피스 헤더 골이 전부다. 같은 한국인 공격수 문선민과 이동국은 6골을 기록했다. 강원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제리치는 11골을 넣었다.

박주영은 2015년 국내로 복귀한 뒤 단 한 시즌만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다. 2016 시즌 리그 34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다. 2015년 리그 23경기 7골, 2017년 리그 34경기 8골, 그리고 이번 시즌 11경기 17슈팅 1골이 공격수 박주영의 성적표다. 박주영의 서브 자원으로 있는 박희성의 성적표는 더 처참하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서 총 57경기를 뛰었으나 3골만을 기록했다. 상주 유니폼을 입고 뛴 20경기에서는 3골을 기록했다.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이 '골을 못 넣는 공격수'라며 면박을 줬던 에스쿠데로도 2014시즌 32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이을용 감독대행이 "골잡이가 필요하다"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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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시장, 서울의 운명을 가르는 첫 분기점

이번 여름 휴식기가 서울의 마지막 희망이다. 서울은 이번 휴식기와 이적 시장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을용 대행은 갑작스레 팀을 맡았다. 리그 전반기 일정은 팀을 정비하기엔 빠듯했다. 휴식기를 통해 팀을 이을용 대행의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적 시장을 통한 선수 개편은 이을용 대행의 첫 번째 시험대다.

박주영의 계약 기간은 2년 반이 남았다. 박주영은 서울의 상징적인 선수로서 팀에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박희성의 생존 여부는 불확실하다. 서울은 김현성이라는 유망주를 4시즌 동안 품고 있었다. 김현성의 득점력도 그리 좋지 않았다. 결국 서울은 김현성과 주세종을 트레이드했고 주세종은 서울의 보물로 다시 태어났다. 박희성도 김현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일단 코바의 방출이 유력하다. 이을용 대행은 "에반드로와 안델손은 내가 가장 신뢰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골잡이가 필요하다. 외국인 공격수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쿼터가 아닌 이상 코바의 자리가 없다. 아시아 국적의 골잡이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이을용 대행은 "남미, 유럽 등 출신과 관계없이 선수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을용 대행의 정리대상 1순위는 코바가 유력하다.

또한 이을용 대행은 전북전 패배 후 팀 선수단에 대해 "겹치는 포지션이 너무 많다"라며 선수단 정리 의지를 나타냈다. 서울은 김성준, 정현철, 신진호, 하대성, 송진형, 이상호, 고요한, 이석현 등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원 자원이 포화상태다. 측면 자원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더하면 서울 선수단 대부분에 해당한다.

어쨌든 서울의 최우선 과제는 이을용 대행의 말처럼 골잡이 영입이다. 9월에 제대하는 윤주태를 오매불망 기다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윤주태는 선발보다 조커에 어울리는 자원이다. 선발로 꾸준히 나서며 영향력을 보여줄 골잡이를 찾아야 한다.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말컹을 제외하면 모두 K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FC서울이 다른 팀에 비해 간과하는 점이 무엇인지, 스카우트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번 휴식기를 통해 먼저 파악하는 게 외국인 선수들의 영상을 보는 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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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용 대행은 후반기에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이을용 대행이 원하는 선수단 구성이 빠를수록 좋다. 이적 협상이 불발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후반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구단이 이을용 대행을 내부에서 승격시킨 만큼 이을용 대행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줘야 이 대행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선수단도 이 대행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구단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줘도 문제는 발생한다. 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수원시 측에서 감독이 원하는 모든 요구 사항을 수용했다. 선수 이적과 남은 선수들의 연봉 협상, 코치진 구성까지 김대의 감독이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줬다. 그런데도 김대의 감독은 선수단의 줄부상으로 제대로 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당연히 팬들도 뿔이 났다. 이을용 감독 대행의 두 번째 과제는 휴식기와 이적 시장을 통해 구성한 선수단과 전술·전략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이을용 대행은 선수단 전체에 '이을용 축구'를 이해시켜야 하며 부상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진정한 '더블 스쿼드'는 선수단의 숫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주전 선수가 빠진 공백을 느낄 수 없게 다른 선수가 채워줘야 한다. 선수단 구성이 구단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선수단 운영은 온전히 이 대행의 몫이다. 이 대행의 두 번째 시험대는 이 지점이다.

한때 우승을 걸고 서울과 경쟁했던 최강희 감독에게 현재 서울의 위상을 물었다. 최 감독은 "상대 팀에 대해 얘기하긴 뭐하다"라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졌고 동기유발이 달라진 건 느꼈다. 휴식기 동안 분위기를 만들면 서울 특유의 축구가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다소 난처한 질문을 던졌지만 최 감독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서울 구단과 이을용 대행은 최강희 감독이 말한 '서울 특유의 축구'의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깊게 고민하고 실현해야 한다.

수원은 2016시즌 한 차례 하위 스플릿을 경험한 뒤 다시 팀을 추슬러 상위권 경쟁에 참여했다. 반면 포항은 2016시즌과 2017시즌 상위 스플릿에 올라서지 못했다. 2018시즌 수원은 현재 2위를 달리고 포항은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은 2017시즌을 5위로 마감했고 현재는 9위에 위치한다. 올해 휴식기와 이적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서울의 어려움은 길어질 수 있다. 서울은 수원처럼 올라설 것인가. 포항처럼 내려갈 것인가. 휴식기와 이적 시장이 서울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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