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무는 오늘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까.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포항=곽힘찬 기자] '포항의 수호신'. 강현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강현무는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14라운드에서 수원을 상대로 엄청난 선방쇼를 보여줬다. 강현무는 "오늘 경기를 앞두고 감독님과 선수들 전체가 수원을 한번 이겨보자고 했지만 무승부를 기록하게 돼서 너무 아쉽다"라면서 경기 소감을 밝혔다.

어떻게 보면 포항 팬들의 시선은 대부분 동점골을 터뜨린 레오가말류를 향했겠지만 숨겨진 선수는 강현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포항은 무승부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전반 종료 직전 박형진이 시도한 회심의 헤딩슛을 반사적으로 막으며 팀을 구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마치 알고 막은 것처럼 보였던 장면에 대해서 강현무는 "운이다. 그냥 운이다. 진짜 운이 좋게 내 다리를 향해 공이 날아왔다"고 웃었다. 겸손함을 보이는 강현무의 반응은 유쾌했다.

강현무는 이날 경기를 무조건 승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과거 포항의 골문을 책임졌던 수원 신화용과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신화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던 강현무는 그를 꼭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강현무는 "신화용 선배님과는 서로 비기자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꼭 이기리라 다짐했다. 근데 진짜로 비겨버렸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강현무는 이미 팬들의 뇌리에 '포항의 수호신'이라는 이미지가 강력하게 박혀있다. 데뷔전을 치르고 펑펑 운 이후 포항의 주전으로 발돋움 하는 등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강현무는 "이 또한 운이 좋은 것이다. 팬들과 감독님이 나를 많이 아껴주시고 거기에 운까지 따라 오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강현무는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대회에서 전북 현대 송범근과 골키퍼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 강현무는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 2017 U-23 챔피언십에서 송범근의 도전을 물리치고 주전 골키퍼로 나선 강현무는 이번에도 대표팀 주전을 노리고 있다. 강현무는 "자신감은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운이 좋으면 내가 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포항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강현무는 "운이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서 병역 혜택을 받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그 질문에도 역시 "운이 좋으면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운이 좋으면…"을 반복한 강현무의 말에 구단 관계자 또한 웃음을 터뜨렸다.

강현무가 자리를 뜨는 순간 최순호 감독이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실에서 자신을 칭찬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어우, 운이 좋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말을 계속 들어보니 진짜 그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운이 좋지 않는 이상 K리그1 팀의 주전과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까지 함께 할 수는 없다. 강현무는 진짜 운이 좋은 선수다. 물론 이 운도 실력이 갖춰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운도 철저히 준비한 이에게 따르는 보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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