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민은 이 자세 그대로 파주NFC까지 뛰어갈 기세다. ⓒ 인천 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경기가 끝난 뒤 네 명의 선수를 떠나 보내는 행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세 명은 아쉬움 속에 작별을 해야 했고 나머지 한 명은 환호성을 받으며 응원을 받았다. 2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끝난 KEB하나은행 2018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와 울산현대의 대결이 끝난 뒤 벌어진 풍경이다. 인천 팬들은 이날 임은수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둔 뒤 문선민과 송시우, 박용지, 이호석의 환송식을 진행했다.

같은 환송식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 네 명의 선수에 대한 행사가 치러졌다. 송시우를 비롯해 박용지와 이호석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군 입대가 예정돼 있다. 오는 28일 입대해 상주상무로 합류한다. 경기가 끝난 뒤 이 세 선수가 등장해 마지막 말을 전하려는 순간 경기장에는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 나왔다.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하려던 송시우가 쑥스러운 듯 잠시 고개를 숙였다. 영원한 이별은 아니기에 슬픈 분위기로 흘러 가지는 않았다.

송시우는 “인천에서 너무 좋은 추억만 안고 군대에 입대하게 됐다”면서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박용지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그 동안 죄송했다”고 했다. 이호석도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들이 한 명씩 마지막 인사를 할 때마다 팬들은 큰 소리로 이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행사가 끝난 뒤 따로 만난 송시우는 기자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웃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떠날 예정이다. 이 셋은 이제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곧바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군대에 간다.

송시우는 이렇게 뛰어서 훈련소로 향한다. ⓒ인천유나이티드

군대에 가는 선수들의 환송식과 함께 또 한 명의 환송식이 열렸다. 앞서 소개한 세 명은 군대에 가는데 이 선수는 다른 곳에 간다. 한 글자 차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곳이다. 군대가 아니라 ‘국대’에 가기 때문이다. 바로 문선민이다. 문선민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호에 깜짝 발탁돼 ‘국대’로 간다. 이 경기를 끝낸 뒤 곧바로 내일(21일) 오전 10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문선민에게도 경사스러운 일이고 구단에도 경사스러운 일이다. 지금껏 인천 소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선수는 없었다. 문선민의 발탁 자체로도 그들이 흥분하는 이유다.

군대 가는 세 명의 선수에 대한 환송식을 한 뒤 곧바로 ‘국대’에 가는 문선민의 환송식이 열렸다. <이등병의 편지>가 멈춘 뒤 국가대표 응원가가 흘러 나왔다. 문선민은 “러시아월드컵에 가 골을 넣게 되면 인천 팬들을 위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팬들은 문선민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지금껏 인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환송식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문선민은 “권창훈도 다쳤다고 들었다. 대표팀에 자꾸 안 좋은 소식만 들린다”면서 “가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철 감독대행에게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박성철 감독대행은 “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문)선민이는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면서 “본인이 너무 잘해줬다. 부상 없이 경쟁에서 이겨내 러시아까지 꼭 갔으면 좋겠다”고 대표팀에 가는 제자를 응원했다. 그러면서 군대에 가는 세 명의 선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시우는 경기에 많이 나섰는데 상주에 가서 더 성숙한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밝힌 그는 “(박)용지와 (이)호석이는 아픈 손가락이다. 우리 팀에서 기회를 많이 못 받았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다. 군대에 가서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 팀에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혀 다른 환송식이 한 자리에서 열린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누군가는 ‘군대’에 가고 누군가는 ‘국대’에 가는 아주 묘한 분위기였다. 군대에 간 이들은 몸 건강히 돌아오길 응원하고 국대에 간 이는 멋지게 경쟁해 살아남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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