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결산] 올 시즌의 주인공 ‘살라와 더 브라위너’

ⓒ EPL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길고 길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일정이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던 시즌이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압도적인 화력으로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조기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여러 팀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과 잔류를 위해 사투를 벌였다. 결국 아스날과 첼시가 유로파리그 진출을 확정지었고 스완지시티, 스토크시티, 웨스트브로미치알비온(WBA)이 다음 시즌을 챔피언십에서 시작하게 됐다.

2017/18 시즌 EPL을 요약해보다

무려 380경기가 치러진 대장정이었기에 모든 설명을 이 짧은 글에 담을 수는 없다. 그래서 큰 틀에서 요약해보려고 한다. 올 시즌 EPL을 즐겨봤던 축구팬이라면 곧바로 감이 올 것이다. 2017/18 EPL은 두 명의 선수로 설명이 된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맨시티의 케빈 더 브라위너다. 이들은 올 시즌 내내 ‘핫 이슈’로 떠오르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① ‘기록 파괴자’ 모하메드 살라와 리버풀

리버풀은 지난 겨울이적시장 당시 사우스햄튼으로부터 버질 반 다이크를 영입하면서 선두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줄곧 에이스 역할을 해오던 필리페 쿠티뉴가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이후 리버풀은 리그 24라운드인 스완지 원정에서의 패배와 더불어 FA컵 4라운드에서 WBA에 발목을 잡히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리버풀을 다시 끌어올린 선수가 살라였다.

살라는 쿠티뉴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고 리버풀은 살라의 활약에 힘입어 FA컵 4라운드 패배 이후 리그 최종전이었던 브라이튼전까지 공식 경기 12승 5무 3패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과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살라는 리버풀과 함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다시 말해 ‘리버풀’이라 쓰고 ‘살라’라고 읽는다.

리그 32골을 터뜨린 살라는 EPL 38라운드 개편 이후 최다 골 타이틀을 거머쥐며 리그 득점왕을 수상했고 EPL 올해의 선수상 등 각종 상을 자신의 커리어 기록에 추가했다. 이전 두 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던 해리 케인은 30골을 터뜨리며 분전했으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살라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하메드 살라 ⓒ 리버풀 공식 페이스북

2017/18 시즌은 살라의 리버풀 이적 첫 시즌이다. 적응할 시간이 꽤 필요할 법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초반부터 살라를 향해 기대감을 내비친 것은 아니었다. 2016/17 시즌 AS로마 소속으로 41경기 19골 15도움을 기록했지만 과거 EPL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500억 원’이라는 이적료 역시 그 사실을 대변한다.

최근 이적시장에서 선수의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500억은 결코 큰 금액이 아니다. 다시 말해 나름 헐값(?)으로 이적한 것이다. 하지만 살라는 자신을 향해 의문부호를 던지는 사람들의 우려를 모두 불식시켰다. 올 시즌 51경기 44골 16도움을 폭발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EPL을 지배했고 살아있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었다. 올 시즌 살라가 중심이 된 리버풀은 완벽하게 환골탈태했다. 축구팬들은 종종 리버풀을 가리켜 ‘의적풀’이라고 불러왔다. 이전까지 강팀을 상대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약팀을 만났을 경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리버풀은 그동안 따라다녔던 ‘의적풀’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냈다. 홈에서 리그 무패 행진을 기록한 것과 더불어 중위권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 착실하게 승점을 챙겼다. 스완지 원정에서 한 차례 0-1 패배를 기록했을 뿐이다. 리버풀은 오는 27일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펼친다. 과거 ‘이스탄불 기적’의 주인공이었던 리버풀은 다시 그 영광을 맛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② ‘중원의 지휘자’ 케빈 더 브라위너와 맨체스터 시티

EPL에서 이토록 강력한 팀을 본 적이 없었다. 올 시즌 맨시티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리그 초반부터 마지막 38라운드까지 단 한 차례도 미끄러지지 않았고 EPL 역사를 새로 썼다. 많은 사람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맨시티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맨유를 지목했다. 주제 무리뉴의 ‘2년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과거 FC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 당시 팀을 맡은 지 2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맨시티는 그러한 과학 같은 기록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리그 7라운드까지 6승 1무로 동률을 이뤘지만 갈수록 그 격차는 벌어졌고 결국 맨시티가 5경기를 남겨두고 조기 우승을 차지했다. 맨시티는 올 시즌 내내 EPL이 가지고 있던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EPL 역사상 처음으로 승점 100점의 고지를 밟았고 무려 106골을 터뜨리며 2009/10 시즌 첼시가 기록한 103골을 넘어섰다. 또한 리그 32승을 따내며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고 EPL 모든 팀을 상대로 승리했다.

맨시티의 이러한 엄청난 성적은 선수단 전체가 함께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미드필더인 케빈 더 브라위너가 유독 빛을 발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 ‘김덕배’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더 브라위너는 올 시즌 맨시티의 ‘중원 지휘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맨시티 공격의 대부분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었거나 그를 거쳐 갔다. 더 브라위너는 마지막까지 팀 동료 르로이 사네와 도움왕 경쟁을 펼쳤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가브리엘 제수스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16도움으로 2년 연속 EPL 도움왕의 자리에 올랐다.

더 브라위너의 패싱 능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볼프스부르크 시절부터 플레이메이커로서 팀의 공격을 지휘한 더 브라위너는 이제 명실공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미드필더로 발돋움했다. 현재 EPL이 가지고 있는 역대 최다 도움 기록은 2002/03 시즌 앙리가 세운 20도움이다. 아쉽게 올 시즌에는 앙리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올 시즌 활약은 EPL의 주연이 되기에 충분했다.

케빈 더 브라위너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페이스북

올 시즌 맨시티의 색깔은 ‘압박이 가미된 패스 축구’였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대신 상대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종종 공격 주도권을 넘겨준 이후 단순한 역습에 의해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 시즌은 지난 시즌을 교훈삼아 문제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다시피 했다. 공수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맨시티를 EPL 선두권 팀들조차 상대하기 힘들었다.

토트넘의 포체티노는 그만의 압박전술로 맨시티의 뒷공간을 공략하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냈고 첼시의 콘테 역시 제대로 된 역습 한번 시도해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맨시티의 색깔은 기록으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지난 EPL 35라운드 스완지 전에서 맨시티는 무려 1,015개에 달하는 패스를 기록했고 이중 942개를 성공시켰다. 펩 과르디올라식 티키타카가 가미된 맨시티의 압박 축구는 스완지로 하여금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맨시티는 올 시즌 리그에서 두 자릿수 도움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된다. 앞서 말했듯 그 중에서도 더 브라위너의 활약이 가장 대단했다. 더 브라위너는 강력한 맨시티의 중원에서 주축 역할을 하며 리그 조기 우승의 1등 공신이 됐다. 그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예상을 할 수가 없다. 그만큼 더 브라위너는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적어도 몇 년간 맨시티의 주요 공격 루트로 자리할 것이다.

아쉬운 첼시, 배가 아플 수밖에

만약 첼시팬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다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살라와 더 브라위너는 사실 첼시를 거쳐간 선수들이다. 첼시에서 자리를 잃은 두 선수는 다른 리그를 거쳐 다시 EPL 무대로 돌아왔고 지금의 팀에서 그들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더 브라위너는 2012년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벨기에 겡크에서 첼시로 이적했다. 하지만 첼시에서 더 브라위너의 자리는 없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더 브라위너는 독일 베르더 브레멘 임대를 거쳐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고 2015/16 시즌 맨시티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EPL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는 모든 팀이 부러워할만한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해외 축구를 지켜봐온 축구팬들에게는 첼시 유니폼을 입은 더 브라위너보다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더 브라위너가 더욱 익숙할 것이다.

살라는 2014년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첼시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결국 세리에A의 피오렌티나로 임대됐다. 2015/16 시즌 AS로마로 임대를 거쳐 완전이적을 하게 된 살라는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선수를 보는 눈이 뛰어난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그를 계속 주시했다. 역시 선수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팀에서 뛰어야 한다. 리버풀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EPL을 휩쓸었고 리그 득점왕을 수상한 동시에 리버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앞서 말한 두 선수가 만약 올 시즌 첼시 소속으로 활약했다면 어땠을까? 모라타가 아닌 살라였다면? 더 브라위너가 캉테와 함께 중원을 지휘했다면? 이미 지난 일이지만 첼시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들이 첼시 유니폼을 입고 잠재력을 폭발시켰다고 가정해보자. 첼시는 유로파리그 진출 순위권인 5위가 아닌 Top4를 넘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었을 것이다.

첼시는 올 시즌 Top4 내에 포함되지 못했다. ⓒ 첼시 공식 페이스북

올 시즌 EPL은 유독 흥미로운 기록들이 나왔고 많은 선수들이 EPL을 주름잡았다. 특히 살라와 더 브라위너는 EPL의 주연배우가 되며 2017/18 시즌 EPL의 주제를 리버풀과 맨시티로 좁혔다. 그리고 EPL은 이들을 중심으로 요약이 된다. 벌써부터 다음 2018/19 시즌이 기다려진다. 다음 시즌에도 이들이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과시할지 아니면 또 다른 선수들이 나와 미친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래서 EPL 축구가 재밌는 것 같다.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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