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오네를 상대로 경기 내용은 의미가 없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이변은 없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유로파리그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국 시각으로 17일 새벽에 열린 2017-18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3-0으로 제압했다. 전반 21분부터 앙투완 그리즈만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잡은 아틀레티코는 후반 4분 그리즈만, 후반 44분 가비의 추가 골로 우승에 가까이 다가섰다. 이로써 아틀레티코는 유로파리그 개편 후 9번의 결승전에서 2010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확정했다.

스코어의 차이는 크지만 생각보다 스코어가 벌어지기 전 경기 내용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시작부터 좋은 출발을 끊은 팀은 마르세유였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파예의 패스를 받은 제르망이 1대 1 찬스에서 확실한 득점만 성공했어도 결과는 몰랐을 터였다. 오캄포스와 토뱅, 부나 사르까지 마르세유가 유려한 드리블로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공략했다. 특히 올 시즌 46%의 공격을 시도한 오른쪽에서 사르와 토뱅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 초반 분위기는 마르세유의 몫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틀레티코 수비는 몰아치는 마르세유의 공격에 틈을 보이지 않았다. 마르세유가 무수히 많은 슈팅을 시도했는데도 얀 오블락의 선방이 전반전 한 차례만 나왔던 이유다. 천천히 자신들의 경기를 펼치며 수비벽 구축에 집중한 아틀레티코는 언제나 그렇듯이 상대가 틈을 보이길 기다렸다가 원하는 상황에 제대로 된 한 방을 찔렀다. 잘 풀어가던 마르세유로서 어안이 벙벙해질 일이었다.

그동안 이 사람들 때문에 눈물 흘린 축구팬을 헤아릴 수 없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이스북

기울어진 경기 내용도 뒤집는 아틀레티코의 원동력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인 얀 오블락을 필두로 호세 히메네스, 스테판 사비치, 디에고 고딘, 뤼카 에르난데스, 후안프란, 필리피 루이스 등 아틀레티코에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정말 많다. 시메오네 감독이 긴 시간 완성한 수비 조직력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아틀레티코는 리그, 유로파리그 가리지 않고 단단한 수비로 수차례 상대 팀의 경기 내용을 의미 없게 만들어버렸다.

올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라리가 37R까지 20실점을 허용했다. 한 경기에서 2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는 5경기뿐이다. 지로나와의 개막전에서 2대 2로 비긴 후 리그 25R 세비야전까지 2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는 없었다. 후반기 들어 유로파와 리그 병행의 변수로 실점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수비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유로파에서는 9경기 7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두는 동안 단 4실점을 허용하는 데 그쳤다.

여차여차 후안프란, 필리피 루이스, 뤼카 에르난데스, 쉬메 브로살리코가 버티는 풀백을 지나 고딘과 사비치, 혹은 히메네스가 버티고 있는 중앙 수비라인을 뚫었다고 치자. 골문 앞에 얀 오블락이 서 있는 이상 공격하는 팀의 득점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얀 오블락은 자신이 출전한 유로파 6경기에서 2실점만 허용하는 데 그쳤다. 라리가 경기 당 실점은 0.56골에 그칠 정도다. 압도적인 기록을 거머쥔 오블락은 올 시즌 사모라상 수상이 유력한 상태다.

2015-16 시즌 라리가 38경기 18실점을 허용한 때보다 실점 기록이 근소하게 늘긴 했지만 이후 1년 가까이 이적 시장 징계로 선수 영입을 할 수 없었던 팀 사정을 고려하면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이런 팀을 상대로 경기 내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야속하게도 축구에 판정승이란 없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이스북

통산 세 번째 유로파 우승, 아틀레티코가 남긴 주요 기록들

UEFA CUP 시절엔 우승이 없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09-10 시즌 유로파리그 개편 후에만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여전히 유로파리그 개편 후 우승을 차지한 감독 중 유일한 비유럽권 감독으로 남아있다. 시메오네 감독 외에는 모두 스페인, 포르투갈 국적의 감독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시메오네 감독의 UEFA 대회 퇴장 징계는 다음 시즌에도 이어진다. 이번 결승전은 4경기 출장 정지 중 두 번째 경기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번 결승전 진출로 통산 9번째 UEFA 클럽 대항전 결승 무대를 밟았다. 9번 중 5번의 결승을 최근 9년 사이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C조 조별예선에서 3위에 머물며 16강 진출에 실패한 아틀레티코는 유로파로의 강등을 기회로 삼아 우승을 차지했다. 아틀레티코는 2010년 유로파리그 원년 우승 당시에도 똑같은 과정으로 유로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유로파리그 개편 후 9번 있었던 결승전에서 스페인 팀이 참가한 횟수는 7번이다. 이제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스페인 팀이 없으면 섭섭할 정도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번 우승으로 스페인 팀은 대회 통산 (UEFA 컵 포함) 11회 우승, 준우승 5회의 성적을 달성했다. 이탈리아보다 두 번이나 많은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은 대회 최다 우승 국가로 올라있다.

앙투완 그리즈만은 유로파리그 개편 후 있었던 9번의 결승전에서 멀티 골을 기록한 5번째 선수가 됐다. 여전히 결승전 해트트릭 기록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울 니게스는 이번 결승전에서 무려 8번의 공중볼을 획득했다. 디에고 고딘은 6번, 디에고 코스타는 5번의 공중볼 획득 수를 기록했다. 5번의 키 패스를 시도한 코케는 팀의 두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코케는 뤼카 에르난데스와 서로 7번의 태클을 성공하며 상대 오른쪽 공격을 철저히 봉쇄했다.

시메오네를 상대로 경기 내용은 의미가 없다. 이는 그의 팀이 자랑하는 탄탄한 수비력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결승전 승리로 디에고 시메오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으로서 377번째 경기에서 233승째를 챙겼다. 그리고 200번째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는 2014년 8월 스페인 수페르코파(슈퍼컵) 우승 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4년간의 무관 행진을 깼다. 그간 준우승이 많아 아쉬움을 삼켰던 아틀레티코지만, 이번 유로파 우승으로 그들은 트로피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더는 그들의 발목을 잡던 무관 징크스도 없다. 유로파 우승을 기점으로 뻗어 갈 다음 여정이 더욱 기다려진다.

stron1934@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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