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는 우리나라 축구의 미래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운동선수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요. 억대 연봉과 명품 슈퍼카,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 그리고 이들을 관리해주는 최고급 전문 인력까지. 이처럼 화려하다는 표현이 보다 적합한 운동선수의 삶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기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성공한 극히 소수의 삶입니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과 환경이 필요할까요. 가장 먼저 타고난 재능과 개인적인 노력 그리고 훌륭한 지도자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전부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운동선수의 뒤편엔 앞서 언급한 조건들 외에도 보이지 않는 분들의 기여와 헌신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이분들의 삶이 궁금 하시다고요?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이번 기회를 빌어 화려한 운동선수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분들의 삶을 조명해보려 합니다.

옛말에 ‘등고자비(登高自卑)’란 말이 있습니다.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뜻으로 기본이 되는 것부터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말이죠. 비슷한 속담으로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가 있습니다. 오랜 옛날부터 그 중요성을 강조했듯 모든 일은 시작과 기본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한 어린 선수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시기에 어떤 지도자를 만나 어떤 축구를 어떻게 배우냐는 선수의 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선수출신이거나 혹은 이미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자녀가 있지 않는 이상 초등학교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들 또한 축구를 처음 접하는 단계입니다. 자녀를 향한 관심과 동시에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완연한 봄기운이 찾아온 지난 4월 경기 진건초등학교를 이끌고 있는 이문선 감독(이하 이)과 김민덕 수석코치(이하 김), 김남규 코치(이하 규)를 만나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 본기사는 초등 축구와 관련해 최대한 객관성을 띄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이 선정에 따라 진건초 축구부와 관련된 내용이 일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사전에 알립니다.)

초등학교는 선수들이 축구를 처음 접하는 시기입니다. 어느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선수들을 지도하나요.

이: “이 시기 가장 먼저 키워야 하는 능력은 바로 신체 밸런스에요. 또한 축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운동에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서 되도록이면 기본적이면서 동시에 공을 많이 만지는 그리고 공과 함께하는 훈련을 진행해요. 예를 들어 인사이드 터치와 드리블, 사다리 밸런스 같은 기본기 훈련은 전체의 3~40% 정도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일대일, 볼 돌리기, 11대11 경기로 구성하는 거죠.”

‘등고자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기본기다. ⓒ 스포츠니어스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주로 경쟁이 붙는 훈련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크게 느끼더라고요. 감독으로서 개인적으로는 훈련이 모두 끝났을 때 아이들이 ‘오늘은 정말 힘들었어’라는 생각보단 ‘조금 더 하고 싶은데’라는 느낌이 들게끔 지도하려 노력해요. 그러기 위해선 선수들에게 보다 다양한 훈련법을 제시해야 하죠. 저희 지도자들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선수들의 나이가 어리다보니 학년에 따라 수준차이도 클 것 같아요. 연령별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단계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 “과거에 비해 요즘은 아이들이 축구를 시작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취미반이란 개념이 도입된 배경도 여기에 있죠. 1~3학년은 취미반에서 부담 없이 운동을 시작하고 배우다가 4학년이 되면 엘리트 즉, 전문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해요. 물론 축구를 배우는 단계에도 명확한 구분이 있습니다.”

“1~2학년 때는 개인의 기량 향상에 초점을 두고 3~4학년이 되면 개인의 개념에서 동료를 활용하는 방법, 팀 단위로 움직이는 능력을 배워요. 패스와 컨트롤, 팀을 이용하는 패스앤무브도 이때부터 배웁니다. 그러다 5~6학년이 되면 부분전술, 팀 전술 등 팀 개념이 더 커지는 훈련을 진행해요. 매해 새로운 선수들이 수급되고 이에 따라 전술도 변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그때그때 팀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진행돼요.”

초등학교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크게 깨달음을 얻은 부분이 있다면요.

이: “지도자 생활 초반만 하더라도 훈련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경험해보니 훈련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훨씬 중요하더라고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축구를 가르치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하지만 초등학교 레벨에서는 따로 훈련 프로그램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등고자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기본기다. ⓒ 스포츠니어스

“초등학교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선수들이 축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뭔지 아세요? 바로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에요. 세계적인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포지셔닝 인식이 정말 빨라요. 물론 이런 선수들은 축구지능이 뛰어나서 그렇다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포지셔닝 이해는 훈련으로 충분히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바로 초등학교 레벨에서부터 포지셔닝 개념을 가르쳐야 한다는 거예요.”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의 ‘프리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저희가 진행했었어요. 다양한 훈련법을 적용해 선수들의 향상되는 실력과 훈련의 효과를 평가하는 제도인데 다행히 결과가 너무 좋았어요. 저희도 훈련 프로그램에 확신이 생기게 됐고요. 연습경기와 대회를 치르면서 아이들이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걸 보면 저희들의 훈련에 대한 효과와 효율성을 깨닫게 되고 감독으로서도 한 단계 성장하는 느낌이 듭니다.”

초등학교로 국한해 비교했을 때 감독님이 선수생활을 했던 과거와 지금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 “과거 선수들의 실력이 한국이었다면 현재 아이들은 유럽 수준이에요. 그만큼 훌륭한 훈련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아졌고 국내 유입도 용이해졌어요. 당시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은 하나의 틀조차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인 비교가 어려운 부분지만 체감상 그렇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에 책임감이 느껴져요.”

“과거엔 환경이 정말 열악했어요. 불과 10년 전만해도 모든 운동장이 흙바닥이었고 성적이 우선시되면서 선수들도 혹사당했죠. 선수들은 지도자가 하라는 대로만 뛰어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요즘 아이들은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축구에 대한 두려움도 상대적으로 줄었어요. 그만큼 개성 있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향후 성장할 모습을 상상해보면 기대가 많이 돼요.”

‘등고자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기본기다. ⓒ 스포츠니어스

“다만 헝그리 정신은 과거에 비해 부족해 보여요. 절실함이 없다고 말해야 할까요. 지도자로서 선수의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이들이 못 따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럴 때면 저도 선수들을 강하게 꾸짖고 싶지만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요. 오히려 과거의 간절함과 투지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지금의 환경에서 나름대로 찾아나가야 할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훈련 때 장난과 웃음기를 없애고 진지함과 긴장감을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요즘 지도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일부러라도 선수들의 속을 긁어 악을 끌어올리거나 경쟁구도를 만들기도 해요. 그 이후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따로 불러 충분한 대화를 합니다. 제 생각을 전달하고 선수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과정도 감독과 선수 모두가 성장하는 과정이니까요.”

축구를 대하는 태도에도 차이가 있나요.

규: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배고픈 아이들이 운동을 했어요. 한 번 운동을 시작하면 끝까지 할 생각도 가졌고요. 하지만 요즘은 취미개념이 커졌습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운동과 공부 중 하나를 언제든지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됐죠.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운동할 때만해도 감독님 말씀은 곧 법이었어요. 선수는 그저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을 다그치는 데도 온갖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됐어요. 예를 들어 훈련이 끝나면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소금을 한 움큼씩 먹여요.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몸에 나트륨이 부족해졌다면서요. 또 훈련 뒤엔 물을 한 모금도 못 마시게 했어요. 물을 마시면 훈련 때 흘린 땀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이유였죠.”

‘등고자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기본기다. ⓒ 스포츠니어스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 방법은 분명 잘못된 거예요. 하지만 선수라면 일정 수준의 자극이 필요해요. 과거 그 자극은 두려움에서 비롯됐어요. 감독님이 화내는 게 두려워 죽어라 뛰었고 그러다보니 근성이 저절로 생겨났죠. 오히려 요즘 선수들에겐 부족한 점이에요. 때로는 따끔한 질책이 필요한 이유죠. 알맞은 방법을 찾아 선수들에게 제시하는 건 지도자들의 몫입니다. 근성은 타고난 성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저희 팀에 4학년 아이가 있었는데 기량은 매우 훌륭했어요. 하지만 또래에 비해 근성이 부족했죠. 경쟁의식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훈련 프로그램을 몇 개 수정했어요. 경쟁 구도를 강화시켰죠. 처음엔 당황하며 몸을 사렸는데 이내 이를 악물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어요. 훈련이 끝나자 그 선수가 따로 찾아와 어느 때보다 큰 성취감이 느껴졌다고 말하더라고요. 이처럼 선수가 현재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게 요즘 지도자들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유소년 선수들도 포지션이 많이 중요한가요.

김: “물론 경기를 치러야하니 포지션에 따른 훈련을 진행하긴 하지만 축구의 기본과 본질을 깨닫는 것을 돕는 훈련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초등학교는 앞으로의 선수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을 배워야하는 시기에요. 저도 선수생활을 하면서 네 번이나 포지션을 변경했어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필드포지션에서 축구의 본질은 똑같더라고요. 저도 그 기본이 잘 잡혀있었다면 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겠죠.”

“중․고교 감독님들은 선수를 볼 때 특정 포지션에서 잘하는 선수보다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에 더 주목해요. ‘쟤는 우리팀에서 이 포지션에서 뛰면 더 잘하겠는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선수생활을 하다보면 자의든 타의든 언젠가 한 번은 포지션이 바뀌는데 그때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선수는 어떻게든 살아남습니다. 거기에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더해지면 그 선수는 바뀐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거고요.”

유소년 경기를 보면 다른 포지션에 비해 골키퍼의 전문성은 유독 부족해 보입니다. 이는 결국 성인레벨에서의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고요. 유소년 골키퍼의 훈련과 성장에 대해 코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골키퍼 코치를 두고 있지 않아요. 골키퍼 코치의 유무는 분명 유소년 골키퍼의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필요성의 인식과 금전적인 부담 등 다양한 이유로 골키퍼 코치를 고용하지 못하고 있죠. 이 부분은 시도단위 축구협회에서 순회 식으로 골키퍼 코치를 운영한다면 좋을 거 같아요. 그 횟수가 비록 1~2번 정도라 해도 선수들의 성장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등고자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기본기다. ⓒ 스포츠니어스

“저희도 지도자 강습회에서 기본적인 골키퍼 훈련들을 몇 개 배우긴 해요. 하지만 선수로서 골키퍼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세밀한 부분까지 지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골키퍼를 보려는 선수들의 수가 적다는 거예요. 부모님들도 자녀가 골키퍼 장갑을 끼면 많이 아쉬워하세요. 심지어 운동까지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앞으로 키가 클 것 같거나 주력과 필드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은 부족하지만 순간적인 기질을 발휘하는 아이들에게 골키퍼를 추천해요. 가끔씩 골키퍼 보기를 즐기는 아이들이 있어요. 포지션과 상관없이 축구하는 데에 즐거움을 느끼는 거죠. 하지만 부모님까지 설득하는 건 어려움이 있어요. 이처럼 골키퍼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가 개선된다면 선수들의 실력과 전문성도 분명 향상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선수들도 성인이 됐을 때 실력이 빨리 늘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겠죠.”

본인만의 유소년 지도 철학과 원칙은 무엇인가요.

규: “선수시절 감독님이 지적하고 화내는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내가 뭘 못했는지 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혀 알지 못했죠. 두려움 탓에 따로 감독님을 찾아가 어떤 부분을 실수했는지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가르치지 않은 부분에서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서는 절대 선수들을 탓하지 않아요. 선수가 아닌 지도자의 잘못이라 생각하는 거죠.”

“지도한 내용만을 선수들에게 요구하면 경기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또 경기에서 졌을 때 누구보다 선수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게 돼요. 선수들도 실수에 대한 반복을 줄이려 노력하고 결과적으로 경기장에서의 플레이도 훨씬 매끈해지죠. 경기장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스킬 그리고 루트를 선수들에게 반복적으로 지도하는 이유에요.”

‘등고자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기본기다. ⓒ 스포츠니어스

“무엇보다 경기 중 ‘이 상황에선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이 상황에선 이 패턴을 적용했어야 했는데’를 선수들이 스스로 인식하게 돼요. 그리고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선수들이 스스로 ‘아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겠구나’ 하면서 오히려 플레이를 응용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러면 저희 지도자들도 ‘우리의 지도 방식이 잘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끼죠.”

“선수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 해요. 저학년은 개인 기량 향상에, 고학년은 전술과 팀에 초점을 두어 지도합니다. 이 단계를 밟으면 우리의 시스템에 덧붙여 선수들이 스스로 선호하는 공격 루트와 패턴을 응용하기에 이르러요. 지도자는 개인별로 부족한 부분만 대안을 제시하죠.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선택지를 갖도록 지도하는데 그렇게 11명이 모여 한 팀이 되면 경기장에서 새로운 시너지가 나타나요.”

유스축구의 등장과 확대가 학원축구의 쇠퇴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있어요.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유스와 학원의 간극 또한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고요. 이에 대해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학원축구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실제 그 지역의 거주자가 아니면 전학이 불가능하다는 교육청 지침이 있어 다른 지역의 선수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있어요. 지도자가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축구부 감독은 선수 뽑을 시간도 부족한데 심지어 추가 수당도 없이 체육시간에 보조강사로 수업을 들어가고 있대요.”

“유스팀은 전국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곳이에요. 반면 학원축구는 저희가 선수 수급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죠. 선수를 수급하는 루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실력차이도 있을 수밖에요. 또 유스팀은 선수들에게 돈을 받지 않아요. 부모님들의 금전적인 부담이 없어지니 실력 있는 선수들이 유스팀으로 향하는 게 당연하죠.”

“유스팀 공개 테스트에 탈락한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중엔 재능 있는 선수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런 선수들이 학원축구로 넘어와 성공할 수도 있는 거고 또 저희는 이런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확신이 있는데도 운동을 그만두더라고요. 학원축구 지도자로서 아쉬움과 동시에 허무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에요.”

‘등고자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기본기다. ⓒ 스포츠니어스

흔히 말하길 유소년 축구는 그 나라 축구의 미래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아 보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도자 처우에 있었습니다. 본인의 삶과 더불어 선수 육성 그리고 팀 발전에 힘쓰기도 지도자들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선수들을 일일이 차에 태워 훈련장까지 이동시키고 훈련이 끝난 뒤엔 다시 학교로 데려오는 역할 역시 지도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지도자는 축구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이들의 지도를 받는 건 바로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지금의 환경이 개선되어 선수들이 보다 양질의 교육을 보장받기를 희망합니다.

(다음 편은 선수와 부모를 향한 지도자들의 제언과 변화한 현실에 대처하는 지도자들의 노하우 그리고 이들의 사명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