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최진철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은 여전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으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벌써 1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겐 홍명보, 김태영과 함께 든든히 한국 수비를 이끌었던 그 모습 그대로 기억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예비 엔트리 28명을 발표한 14일 최진철 경기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월드컵을 앞둔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영웅의 이야기는 그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경험이 깃든 이야기였다.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2002년 6월 4일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이날 열린 그의 19번째 A매치가 바로 월드컵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폴란드와의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이전까지 프로 무대에서 숱한 경기를 치르고 히딩크 출범 이후 꾸준히 A매치에 발탁됐었지만 그에게 월드컵 데뷔전이 주는 무게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첫 월드컵 무대는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한국은 월드컵 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고 있지 못했을 때다. 최진철 감독은 지금도 이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폴란드전에서 경기장에 입장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데 내가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다른 건 보이지 않고 내가 입장한 복도 문만 보였다. ‘그냥 저 문으로 뛰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긴장하고 부담감이 컸다. 진짜 이 순간을 피해 도망가고 싶었다.”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16년 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웃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다. 그에게 첫 월드컵의 첫 경기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아도 부담감은 부담감이었다.
“도망가는 건 불가능했고 바로 옆 동료들을 보고 긴장을 풀었다. ‘나만 이 부담감을 안고 싸우는 게 아니라 우리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때 든 생각은 딱 그것 뿐이었다. 그라운드에 딱 들어서는 순간 스스로 이겨내거나 동료들이 도와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운동장에 나가면 믿을 건 나 자신과 동료 뿐이다. 내가 실수해도 동료들이 충분히 메워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 나가 4강에 오르며 배운 것들을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
신태용호는 김민재의 부상으로 악재를 만났다. 줄곧 대표팀에 발탁돼 주전으로 활약한 김민재는 뜻하지 않은 부상을 만나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그에게도 큰 시련이지만 대표팀에도 엄청난 타격이다.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김민재의 공백을 경험과 조직력으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누구 하나가 빠지면 그 빈자리를 옆에서 메우기 위해 돕는 수밖에 없다. 우리 수비를 지금까지 이끌었던 김민재가 빠진 건 대단한 마이너스다. 하지만 경험 있는 선수들이 이 공백을 잘 채워야 한다. 이제 월드컵이 한 달 남았는데 가지고 있는 실력을 키우기에는 촉박하다. 문제는 조직력을 만드는 것이다.”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말을 이었다. “지금은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평가전 두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러시아 현지로 넘어가서는 경기 사이클에 몸을 맞춰야 한다. 아마도 코치진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할 것이다. 선수들은 월드컵만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대표팀이 진 무게감을 느끼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질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이끌었던 이 ‘전설적인 수비수’의 이야기는 선수들이 꼭 새겨야 할 메시지다. 지금은 전설이 된 수비수도 한때는 월드컵 데뷔전에서 벌벌 떨 때가 있었다. 그래서 더 그의 이야기를 주목해야 한다.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줄곧 경험과 자신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다시 도망가고 싶었던 2002년 6월 4일 폴란드전 이야기로 돌아왔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아마 이번 월드컵에서 내가 폴란드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월드컵 무대는 대단한 부담감이 따른다. 경험 있는 선배들은 끌어주고 패기 있는 후배들은 이를 믿고 따라줬으면 한다. 특히나 경험 있는 선수들이 동료들의 긴장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어차피 도망칠 수 없다. 나도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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