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민재가 결국 부상을 당해 이번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전북현대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결국 김민재가 월드컵에 가지 못하게 됐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14일 대표팀 예비 엔트리를 발표한 신태용 감독은 부상 중인 김민재를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지난 2일 대구FC와의 경기 도중 비골 하부에 미세한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한 김민재는 4주에서 6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면 월드컵 개막 시기에 맞춰 부상을 털어낼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월드컵에 데리고 가 한 경기라도 뛰길 기대하는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결국 김민재를 아예 예비 엔트리에서도 제외했다.

대표팀 수비진, 대단히 큰 공백 생겼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에는 엄청난 손해다. 김민재는 지난 해 8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 선발 출장한 이후 줄곧 대표팀 주전 수비수로 낙점 받았다. 만21세의 어린 선수지만 그는 대표팀에 등장하자마자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아무도 그의 주전 도약에 대해 이견을 달지 않을 정도로 활약은 엄청났다. 문제는 그의 중앙 수비 파트너로 누가 출장하느냐는 것일 정도였다. 늘 고민이었던 중앙 수비수 한 자리는 김민재의 몫처럼 보였다. 대표팀에 붙박이 주전이 있다면 중앙 수비수 김민재와 미드필더 기성용, 공격의 손흥민 정도였다. 이 어린 선수의 등장은 한국 축구의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기성용과 손흥민 정도가 대표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최근 열린 대표팀 평가전에서도 김민재는 꾸준히 출장했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이 자리는 김민재의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하지만 김민재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다시 수비 조합을 찾는 일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100% 신뢰할 수 없는 수비 조합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아니면 포백을 버리고 다시 스리백으로 돌아가는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번 예비 엔트리에 수비수를 무려 12명이나 선발한 것도 이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김민재의 공백은 대단히 크다. 지금껏 평가전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증명을 끝낸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그다지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다. 아마도 김민재의 공백은 제대로 메워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부상으로 낙마한 염기훈의 사례와는 다르다. 염기훈의 포지션인 공격진은 그래도 대체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염기훈의 월드컵 출전은 경기력 차원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염기훈이 노장이 돼 다시 월드컵에 출장하는 것 자체의 의미가 컸다. 염기훈이 이제 서서히 정점에서 기량이 떨어지는 시점이라 그를 대표팀의 완벽한 주전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하지만 김민재의 공백은 염기훈과는 다르다. 대체 자원도 별로 없고 그를 제외한 조합을 고민해 본 적도 없다. 그의 빈자리는 대단히 클 것이다. 대표팀 수비가 대단히 걱정된다. 한 선수의 대표팀 낙마에 나도 이렇게 아쉬웠던 적이 없다.

신태용 감독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제공

과감히 ‘포기’한 신태용 감독을 지지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어려운 결정을 내린 신태용 감독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민재를 무리해서 월드컵에 데리고 갈 수도 있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황선홍도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태에서 월드컵에 갔다. 당시 이런 결정을 내린 차범근 감독뿐 아니라 그 어떤 감독이라도 전력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선수를 부상 때문에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기적적인 회복 속도를 기대하며 마지막까지 기다린다. 월드컵에 나가 한 경기에라도 기용하기 위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면 최종 엔트리를 선발할 때까지만이라도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기다림은 기다림으로 끝이 난다. 오히려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더 큰 걸 놓치는 경우도 많다.

뼈아프지만 김민재라는 미련이 많을 수밖에 없는 카드를 과감하게 포기한 신태용 감독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나 같아도 김민재를 끝까지 기다리다가 다른 수비 조합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수비수이기 때문에 미련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걸 포기했다. 김민재와 홍정호, 김진수, 이용, 최철순 등 전북 포백 수비를 그대로 뽑아와 조직력을 노렸던 신태용 감독의 대단히 어려운 결단이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오반석과 정승현을 발탁하며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수비진을 채워야 한다. 김민재는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였지만 머뭇거릴 시간에 대안을 찾는 건 리더로서 상당히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김영권과 장현수 조합으로 돌아가는 건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도 대단히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여론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상 당한 김민재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28명의 엔트리 외에 5명의 예비 엔트리까지 선발했는데 이 명단 안에 김민재와 염기훈을 아예 배제한 건 용기 있는 판단이었다. 감독이라면 당장의 성적에만 욕심이 나 핵심 선수를 무리해서라도 월드컵에 데리고 가고픈 욕심이 컸을 것이다. 월드컵 성적이 어떻게 됐건 성적보다 선수 보호를 더 챙기는 신태용 감독의 철학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월드컵 한 번으로 역적이 되느냐 영웅이 되느냐가 달려 있는데 대단히 이성적인 판단을 했다.

신태용 감독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제공

‘어린’ 김민재, 아직 기회는 많다

누구보다 마음이 아픈 건 김민재일 것이다. 불과 2주일 전만해도 월드컵에 나가는 게 당연해 보였던 선수에게 부상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그의 심정은 오죽할까. 만나기로 했던 ‘썸녀’가 약속을 깨기만 해도 김이 빠지는데 당연히 갈 줄 알았던 월드컵에 못 나가게 된 심정은 쉽게 가늠도 안 된다. 하지만 김민재는 아직 젊다 못해 어리다. 만21세의 이 선수는 2022년 월드컵 때도 만25세다. 기회가 있어도 몇 번은 더 있다. 단 한 번의 월드컵을 위해 무리하는 것보다는 더 여러 번의 월드컵을 나가기 위한 한 번의 시련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 그렇듯 김민재가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나도 그의 낙마가 너무 아쉽다. 하지만 더 감동적이고 멋진 장면을 위해서라면 4년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다행인 건 정신이 건강한 김민재가 누구보다도 더 빨리 이 시련을 털어내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인 월드컵. 제가 그 꿈을 이루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어느 때보다 더 준비를 많이 했지만 아직은 제가 부족하기에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주신 것 같습니다. 연령별 대표, 성인 대표 최종 명단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습니다.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재활 열심히 하고 다시 복귀해서 더 좋은 모습, 강해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겨내 보겠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니까요. 기다려주세요. 곧 돌아올게요.”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크겠지만 그래도 씩씩한 김민재는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대단히 큰 공백이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그의 공백은 메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미련스럽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정작 포기하기 쉽지 않았던 김민재를 과감히 놓아준 신태용 감독의 결단을 지지한다. 그리고 김민재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응원한다. 그가 이번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다는 건 너무나도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신태용 감독이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무대에서 김민재의 동료들이 골을 넣고 김민재를 위한 골 세리머니라도 한 번 해주면 이번 월드컵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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