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명에 ‘트럼프’ 넣은 이스라엘 축구팀의 위험한 속내

ⓒ 베이타르 예루살렘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14일 이스라엘에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이스라엘 1부리그인 이스라엘 리갓 하알(1부리그) 팀인 베이타르 예루살렘이 팀 이름을 바꾼다는 소식이었다. 팀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메인 스폰서 기업의 변경, 연고지 이전 등 축구팀이 이름을 바꿀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게다가 베이타르는 팀 이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다. 팀 이름에 명칭을 하나 추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추가되는 명칭이다. 베이타르는 팀 이름 사이에 ‘트럼프’를 넣기로 했다.

독자들이 대부분 아는 그 트럼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팀 이름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을 이스라엘 팀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4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베이타르 예루살렘은 SNS 등을 통해 성명을 발표, 팀 이름에 트럼프를 넣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성명에서 베이타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용기를 보여줬다”면서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구한 수도로 인정하기까지 예루살렘은 약 70년 동안 국제사회의 인정을 기다려왔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과 수도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보여줬다. 우리는 지금부터 구단의 이름에 역사를 만들어낸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는다”라고 밝혔다.

농담 아니다. 진짜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다 ⓒ 베이타르 예루살렘 공식 페이스북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 선언’을 통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이자 종교 갈등이 계속해서 촉발되어 온 곳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갈등의 중심에는 예루살렘이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이 예루살렘을 놓고 이어져 온 갈등에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나선 것이다.

그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자 반응은 당연히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고 아랍권은 반발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베이타르 뿐 아니라 새로 신설되는 역이나 공원 등에 트럼프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베이타르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베이타르는 도대체 어떤 팀이기에 다른 구단보다 더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환영하고 있을까? 알고보면 무서운 팀이 바로 베이타르다.

이스라엘 보수 정서와 맞닿아 있는 베이타르
베이타르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클럽 중 하나다. 1936년 창단된 이 팀은 이스라엘 리갓 하알 6회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출신 부유층 집안인 가이다마크 가문이 베이타르의 소유주였다. 2006년 알렉상드르 가이다마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포츠머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이 팀은 엘리 타빕에게 넘겨졌지만 팀의 색채가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올 시즌에도 베이타르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7-18 시즌 유로파리그에도 출전했다. 매 시즌마다 리그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올 시즌 리갓 하알에서도 두 경기 남은 상황에서 2위를 차지,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이 확정적이다. 1위에게만 주어지는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하포엘에 넘겨주고 있지만 그래도 2~3위권은 확보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문제는 클럽과 팬들의 성향이다. 베이타르의 엠블럼에는 ‘메노라’가 그려져 있다. 메노라는 유대교와 이스라엘의 상징이다. 7갈래로 이루어진 촛대다. 클럽의 정신에 유대교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베이타르의 유대교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보수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 이들과 베이타르는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베이타르의 연고지 예루살렘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베이타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어느 팀보다 팔레스타인, 그리고 아랍에 대한 차별적인 정서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타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물론 이는 해외의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경기장 분위기도 때로는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다. 홈 경기장에서는 툭하면 “아랍인에게 죽음을!”과 같은 구호가 울려 퍼진다. “피와 불로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키자”라는 정치적인 색채가 강한 구호도 등장한다. 특히 강성 팬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라 파밀리아’는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무슬림은 팀에서 나가라” 쏟아진 야유
베이타르의 성향은 2012-13 시즌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베이타르의 팬들은 경기장에서 팀을 응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의 야유는 구단 수뇌부와 선수 두 명을 향한 것이었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축구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출신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당시 베이타르의 구단주는 한 번에 선수 두 명을 영입했다. 사다예프와 카디예프였다. 문제는 그들이 체첸 출신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체첸은 독립 투쟁이 빈번한 곳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슬람교도다. 베이타르의 팬들은 이슬람교도가 팀에 입단한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

두 선수가 베이타르에 입단한 것은 이스라엘과 체첸의 유대 관계를 다지기 위함이었다. 체첸과 이스라엘은 험난한 역사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베이타르 팬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당시 영국 ‘가디언’은 “최전방 공격수 사다예프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테디 스타디움(베이타르의 홈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골을 넣었지만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팬들의 야유는 결코 단순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 베이타르 예루살렘 공식 페이스북

팬들은 분명한 차별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베이타르의 팬들은 “이건 차별이 아니다. 단지 이슬람교도는 우리 땅에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에 보도된 한 17세 베이타르 팬의 말은 우리의 판단을 비교적 쉽게 해준다. “우리는 무슬림이 싫다. 아랍인은 불결한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들의 이런 행동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2004년에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팀에 입단한 선수가 이슬람교도라는 사실이 알려져 1년 내내 팬들이 그를 괴롭혔고 팬 수백 명이 경기장 근처 쇼핑몰에 아랍 노동자들을 몰아넣고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체첸 선수들도 이스라엘 입국 이후 계속해서 경호원이 대동해야 했다.

우리는 베이타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해외 전문가들은 베이타르를 “가장 시온주의적인 팀”이라고 표현한다. 시온주의는 이스라엘 민족주의 운동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고대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의 회복을 지향한다. 세계를 떠돌아다녔던 유대인의 울분이 담겨 있지만 이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인들과의 갈등을 촉발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강조된 민족주의는 차별을 불러온다. 시온주의가 그랬다.

일부에서는 “나치와 다를 바 없는 팀”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들의 극단적인 모습은 과거 전체주의를 떠오르게 한다. 문제는 이러한 팀이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팀 중 하나라는 것이다. 베이타르를 응원하는 팬 중에는 이스라엘의 유력 정치인들 또한 다수 포함되어 있다. 물론 현재 이스라엘에 만연해 있는 아랍 혐오 정서를 감안했을 때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베이타르가 팀 이름에 트럼프를 넣은 것은 그가 팀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해서가 아니다. 단지 트럼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단순히 해외 토픽이나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았다. 더욱 차별적인 색채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세계 축구는 ‘SAY NO RACISM’을 외치고 있다. 인종차별을 지양하자는 뜻이다. 인종차별은 단순히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아니다. 민족적, 문화적, 종교적 차별 역시 인종차별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베이타르는 전형적인 인종차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팀은 이스라엘의 인기 팀이다. 우리는 어떻게 베이타르를 바라봐야 할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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