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민이 대표팀에 깜짝 발탁됐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문선민이 사상 최초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돼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5월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에 나설 대한민국 대표팀의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과 김신욱, 이근호 등 쟁쟁한 공격수들 사이에 의외의 이름이 있었다. 바로 문선민이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문선민의 깜짝 발탁이었다.

문선민은 놀라운 소식과 함께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13일) 상주와의 원정경기를 치른 뒤라 오늘은 늦게까지 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함께 자고 있던 문선민 아내의 휴대전화가 수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가 왔고 카카오톡 메시지가 넘쳤다. 임신 중인 아내는 잠결에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계속 잤다. 문선민도 오전 10시 40분쯤 잠깐 깨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오랜 만에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은 문선민에게 이 동창이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전했다. “선민아. 축하해.” 문선민이 답했다. “뭘 축하한다는 거야?”

“너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다며? 방금 기사 봤어.” 늦잠을 늘어지게 잘 생각이었던 문선민은 잠이 확 깼다. 그리고는 곧바로 기사를 찾아봤다. 정말 신태용 감독이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문선민은 이 순간까지 자신이 월드컵 엔트리에 들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오늘 엔트리를 발표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몇 시에 발표하는지는 몰랐죠. 제가 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거든요. 미리 신태용 감독님이나 협회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도 없었어요. 너무 기쁘고 너무 얼떨떨해요.” 문선민에게는 축하 전화와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관제탑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는 문선민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에서는 빗발치는 취재진의 문의 전화에 결국 기자회견까지 열기로 했다. 급하게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려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고 했다. 전날 경기를 소화한 뒤 늦잠을 자고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려던 문선민은 부랴부랴 기자회견 준비를 해 경기장으로 향해야 했다. 문선민의 놀라운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전날까지 그가 대표팀에 뽑힐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문선민 본인 역시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니 얼마나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까.

문선민은 도전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2011년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에서 운영하는 전 세계 축구유망주 발굴 프로젝트 ‘NIKE THE CHANCE’에 지원해 전 세계 75,000여명의 유망주들 중 최종 8인에 선정된 그는 이후 스웨덴리그로 진출해 5년 간 도전을 이어 나갔다. 2012년 스웨덴 3부리그 외스터순드에 입단한 문선민은 팀을 2부리그로 이끌었고 2015년부터는 스웨덴 명문팀 유르고르덴에서 뛰었다. 5년 간 스웨덴 리그에서 활약하며 101경기 출전 12득점 15도움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 시즌 인천에 입단한 문선민은 지난해 30경기에 나서 4득점 3도움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13경기 만에 벌써 6득점 3도움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말컹(경남FC), 제리치(강원FC, 이상 10골), 무고사(인천, 7골)에 이어 국내 선수로는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신태용 감독은 문선민의 이런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이제 문선민은 오는 21일 소집돼 내달 4일 최종 엔트리 선발 전까지 국내외에서 평가전을 치르며 경쟁할 예정이다. 손흥민과 김신욱 등 쟁쟁한 공격수들의 그의 경쟁 상대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인천 경기장을 자주 찾아 문선민을 예의 주시했다. 문선민은 아마 지난 해 가을 쯤부터였다고 했다. “작년 가을 쯤부터 감독님께서 꾸준히 우리 경기를 보러 오셨어요. 아마 제가 저돌적으로 드리블하고 그런 걸 보고 뽑으신 거 같은데…. 솔직히 왜 뽑았는지는 저도 지금 잘 모르겠어요.” 문선민은 유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름대로의 분석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5년 간이나 뛰었던 스웨덴과 한 조에 속했다는 게 자신의 장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스웨덴 애들과 제가 경기를 많이 해봤으니까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관제탑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는 문선민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은 누구보다도 스웨덴을 잘 안다. “스웨덴 선수들은 키가 큰 반면 느린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신태용 감독이 순발력이 좋고 뒷공간을 이용하는 빠른 선수들을 선호한 것 같아요. 저도 포함됐고 이승우 선수(친분이 전혀 없는지 문선민은 자신보다 후배를 이렇게 표현했다)가 포함된 것도 이때문인 것 같아요. 제 장점인 투지 있는 플레이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탁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근 2세를 가져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커진 문선민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경쟁을 즐기는 선수다. 전 세계 75,000여명과의 경쟁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았던 기억이 있다. “나이키 더 찬스 때부터 경쟁해 왔어요. 이런 경쟁을 즐기는 편입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았는데 여기에 모인 선수들은 다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잖아요. 이런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울 것 같아요. 아직 최종 엔트리에 선발된 것도 아니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담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더 즐겁게 경쟁해볼 생각입니다.”

특히나 손흥민과의 만남은 그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흥민이하고는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2009년 당시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U-17 월드컵을 앞두고 경쟁했었죠. 그런데 그때 흥민이는 월드컵에 나가고 저는 최종 명단에서 떨어졌어요. 이종호와 김진수, 윤일록 등이 그때 멤버였어요. 당시 청소년 대표팀 이후 오랜 만에 흥민이와 경쟁할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로워요. 경쟁도 경쟁이지만 같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발을 맞춰 볼 기회가 생겨 기대됩니다. 이 경쟁을 흥미롭게 즐길 생각이에요.” 문선민의 도전은 이번에도 모두를 놀라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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