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아이파크 제공

[스포츠니어스 | 안산=임형철 기자] 경기 전까지 최윤겸 감독의 고민은 상당했다. 최근 부진한 성적, 공격수들의 줄부상, 위축된 자신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갑자기 발생한 왼쪽 풀백의 공백이 최윤겸 감독에게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겼다. 김치우와 구현준의 이탈로 당장 안산전을 위해 준비된 왼쪽 풀백이 없었다. 고민 끝에 최윤겸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멀티 자원으로 두각을 낸 김문환을 선택했다. 이 결정은 다행히 부산의 안산전 승리에 큰 영향을 줬다.

6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부산아이파크와 안산그리너스의 경기는 부산의 3-1 승리로 끝났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 이후 오랜만에 풀백으로 선발로 나선 김문환은 역시 든든했다. 경기 직전까지도 김문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걱정한 최윤겸 감독을 안심시킬만한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만난 김문환은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사실 풀백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맞는 옷을 새로 찾은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줄곧 윙포워드로 활약했던 김문환

대학 시절까지 김문환은 줄곧 윙포워드로 활약했다. 그가 풀백이라는 포지션에서 축구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한 건 지난 시즌부터다. 故 조진호 감독이 김문환을 스리백의 윙백으로 실험한 것이 최초였다. 이날 합격점을 받은 김문환은 이후 포백 수비의 풀백, 드문드문 중앙 미드필더로도 기용되며 멀티 자원이 될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풀백에서의 존재감이 빛났다.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승강 PO, FA컵 결승에서도 풀백이나 윙백으로 나설 만큼 익숙한 포지션이 되어갔다.

그리고 2018년 5월 6일 김문환은 안산전을 마친 후 “이제 풀백이 더 편하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유가 있었다. U-23 대표팀의 상황이 김문환의 풀백 포지션에 대한 동기부여에 큰 영향을 줬다. 김문환은 “대표팀에서도 풀백 자리에 선수를 필요로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윙포워드보다 풀백으로 기회가 더 올 거 같았다. (웃음) 그래서 풀백에 관해 관찰과 연구를 거듭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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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백에 관한 집요한 연구, 누적된 경험이 김문환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의 경험과 1월 AFC U-23 챔피언십, 3월 U-23 대표팀 소집까지 다양한 일을 경험한 김문환은 풀백으로서 더 보완해야 할 점을 찾고 있었다. 김문환은 “더 나은 풀백이 되기 위해 상대 윙포워드와의 1대 1 싸움을 안정적으로 막는 법을 생각했다. 신경 써서 플레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자기 생각을 밝혔다. 안산전 90분 내내 보여준 안정적인 모습은 결코 우연이 아닐 터이다.

그가 풀백을 더 편하게 느끼는 이유

왜 풀백을 더 편하게 느끼는지 이유를 묻자 김문환은 활동량을 마음껏 발휘할 환경과 자유도를 꼽았다. “감독님께도 인정받은 특유의 넓은 활동량을 마음껏 발휘할 포지션은 풀백이 적합하다”며 “내가 풀백으로 뛰면 활동량을 통해 팀에 더 도움이 되는 거 같아 즐겁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기 전 최윤겸 감독이 김문환에게 건 기대도 활동량이었다. 최윤겸 감독은 “김문환은 활동량을 토대로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바란다”며 경기 전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번째로 꼽은 자유도에 대해 김문환은 이를 윙포워드와 풀백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여겼다. 김문환은 “윙포워드로 나설 땐 아무래도 상대 수비의 압박에 둘러싸이게 된다. 그래서 활용할 공간이 제한된다. 근데 풀백으로 뛰면 일단 자유롭다. 뒤에서 앞을 내다볼 여유가 있으니 좋은 판단을 내리기에도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기분 탓인지 실제로 풀백의 자유도에 관해 얘기할 때 김문환의 표정이 한층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김문환은 풀백에게 더 주어지는 자유도를 마음껏 즐겼다.

안산전 전까지 올 시즌 6경기 출전에 불과했던 김문환은 지난 시즌보다 주전에서 잠시 밀려난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안산전을 통해 다시 멀티 자원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최윤겸 감독으로부터 주전 자리를 회복할지도 관심을 끈다. U-23 대표팀의 시선도 궁금하다. 김문환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다. 대표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대해 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온 김문환이 멀티 자원으로서 팀에 보탬이 되어줄 준비된 자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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