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아산을 이끌고 있던 유병훈 수석코치(왼쪽부터)와 박동혁 감독, 최익형 골키퍼 코치의 모습 ⓒ아산무궁화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아산무궁화 박동혁 감독은 K리그 최연소 지도자다. 1979년생으로 친구인 이동국은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다. 2016년 울산현대 코치로 지도자 데뷔를 한 뒤 이듬해 곧바로 아산무궁화 수석코치가 됐다. 그리고 송선호 감독이 물러난 올 시즌부터 정식 감독 역할을 수행 중이다. 초고속 승진이다. 일부에서는 박동혁 감독이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영 틀린 말도 아니다. 선수로서의 경험은 풍부하지만 그는 감독으로서 아직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명주와 주세종, 고무열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한 아산은 다른 9개 팀과 한 경기씩을 치르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에 머물렀다. 남들은 다 쟁쟁한 우승 후보라고 평가했지만 아산은 4승 2무 3패를 기록하며 승점을 대량으로 쌓지 못했다. 그 사이 성남과 부천이 치고 올라갔다. 아산은 도전자 입장이 돼 있었다.

박동혁 감독을 보좌하는 두 명의 ‘쌤’

하지만 박동혁 감독은 경험 부족이라는 단점을 ‘쌤’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려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쌤’은 박동혁 감독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으면서도 그를 보좌하는 두 명의 코치를 말한다. 바로 최익형 골키퍼 코치와 유병훈 수석코치다. 최익형 골키퍼 코치는 1973년생이고 유병훈 수석코치는 1976년생이다. 최익형 골키퍼 코치는 19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주역이었고 유병훈 코치는 1990년대 K리그 르네상스 당시 부산에서 활약하며 가장 빛나는 외모로 주목 받았던 선수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 이 둘은 배 나온 아저씨가 됐다.

최익형 코치는 지난 시즌에도 아산무궁화에서 박동혁 수석코치와 함께 생활했다. 이후 송선호 감독이 나가면서 박동혁 수석코치가 내부 승격한 뒤에도 올 시즌 함께하고 있다. 박동혁 수석코치가 감독이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새로운 수석코치를 물색하는 것이었다. 박동혁 감독의 선택은 의외였다. 평소 친분이 깊지 않은 유병훈 코치를 점찍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병훈 코치는 FC안양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박동혁 감독이 유병훈 코치를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K리그2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병훈 코치는 내셔널리그 고양국민은행 이후 FC안양으로 옮겨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누구보다도 K리그2에 대한 정보가 빠르다. 공교롭게도 최익형 코치 역시 고양국민은행을 거쳐 FC안양으로 함께 넘어온 지도자였다. 먼저 송선호 감독의 부름을 받고 아산무궁화로 옮겨온 상황이었다. 박동혁 감독은 최익형 코치에게 “유병훈 코치는 어떤 사람이냐”고 자문을 구했다. 그랬더니 최익형 코치는 “오히려 내가 감독님께 추천하고 싶은 코치였다”고 했다. 함께 고양국민은행과 FC안양을 이끌었던 이영민 안산그리너스 현 수석코치에게도 물었더니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다들 유병훈 코치를 추천했다.

안양전을 앞두고 만난 아산 박동혁 감독은 '두 쌤과 완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스포츠니어스

패배가 뼈아픈 그들의 소주 회동

박동혁 감독은 사적인 관계도 없고 더군다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유병훈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변의 추천도 있었고 K리그2에 대한 정보가 훌륭하다는 게 이유였다. 감독보다 코치 나이가 많다는 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박동혁 감독은 “내가 지도자로서 많은 경험이 없으니 우리 ‘쌤’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게 박동혁 감독과 유병훈 수석코치, 최익형 골키퍼 코치 체제가 구성됐다. K리그 최연소 감독이 3살 많은 형님과 7살 많은 선배를 코치로 두고 올 시즌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K리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코치가 있다. 바로 이완 코치다. 유일하게 팀에서 박동혁 감독보다도 어린 코치다. 1984년생인 이완은 전남과 울산, 광주. 강원 등에서 선수 생활을 꽤 오래 했었다. 하지만 2015년 강원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뒤 일찌감치 지도자 수업에 들어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강원FC가 이완 코치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컸고 다른 팀의 제안도 받았다. 하지만 이완 코치는 울산 시절 함께 선수 생활을 하며 마음이 잘 통했던 박동혁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동혁 감독은 “울산에서부터 워낙 성실했고 선수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그래서 강원에서 남아 달라는 걸 내가 불렀다”고 했다.

젊은 감독과 함께 하는 이 코치진은 얼마 전 소주 회동을 벌였다. 지난 달 29일 광주와의 홈 경기에서 1-2로 쓰디쓴 패배를 당한 이들은 선수들에게 다 외박을 부여한 뒤 따로 만났다. “오늘 소주 한잔 하자”며 뭉쳤다. 이완 코치는 지난 해 10월 결혼을 했고 유병훈 수석코치도 지난 해 12월 늦깎이 장가를 간 신혼이었지만 외박을 감행했다. 힘들어 하는 박동혁 감독을 위해 축구계 한참 선배인 최익형 코치가 술을 한잔 따랐다. 박동혁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자신을 잘 보좌해 주는 형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쌤, 유쌤, 완아. 나 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이렇게 남아 위로재 줘서 고맙습니다.”

안양전을 앞두고 만난 아산 박동혁 감독은 '두 쌤과 완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스포츠니어스

‘두 쌤과 완이’가 함께 하는 박동혁 축구

그러자 최익형 골키퍼 코치가 말했다. “감독이 있어 우리가 있는 겁니다. 이렇게 소주 한잔 하고 싶으면 서울이건 어디건 불러주세요. 달려가겠습니다. 우리는 감독과 늘 대화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날 이들은 깊은 밤까지 소주 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평소 선수단 앞에서는 ‘최쌤, 유쌤’이라고 코치들을 부르던 박동혁 감독도 술이 몇 잔 돌아가니 ‘형님들’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아직은 프로 무대에서 경험이 부족한 박동혁 감독에게 이 두 명의 ‘쌤’들은 정말 큰 존재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와준 ‘완이’도 듬직하다.

박동혁 코치는 훈련의 상당 부분을 유병훈 수석코치에게 일임한다. 박동혁 감독은 “유쌤이 워낙 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면서 “수석코치는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면을 너무나도 잘 해주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연하 부부쯤 되겠다. 최익형 골키퍼 코치에 대해서는 “K리그2를 잘 알고 있다. 어느 선수가 스로인을 길게 하는지부터 아주 세세한 부분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완 코치에 대해서는 “원래는 나를 형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사석에서도 철저하게 감독님이라고 할 정도로 맺고 끊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주 완패 후 소주 회동을 했던 이들은 다음 날 하루를 쉰 뒤 선수들과 온천을 하는 걸로 화요일 훈련을 대체했다. 한 라운드를 돌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성적보다 부진했던 아산무궁화가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 라운드 9경기에서는 승점 20점을 꼭 따보자고 했다. 이런 단합이 큰 힘이 됐을까. 아산은 어제(6일) 열린 FC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승점 20점을 향해 순항하기 시작했다. 박동혁 축구는 박동혁 감독 혼자서 완성하는 게 아니다. 이 노련한 두 명의 ‘쌤’과 선수들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완이’가 있어야 진짜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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