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거수경례는 받아야지” 안양 응원하는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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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을 응원하던 군인들(오른편)과 아산을 응원하는 경찰들(왼편)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아산무궁화는 경찰대학에서 운영하는 팀이다. 상주상무와 함께 K리그에서 유이하게 국방의 의무와 직결된 군경팀이다. 그런 아산이 6일 KEB하나은행 K리그2 FC안양 원정을 떠났다. 하지만 안양종합운동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광경이 연출됐다.

시민구단 FC안양에서 의외의 군대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날 안양종합운동장에는 FC안양을 응원하는 700여 명의 군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산무궁화의 민간 운영진과 FC안양을 응원하는 군 고위 인사가 본부석에 나란히 앉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독특한 장면이었다.

이날은 FC안양이 진행한 밀리터리 데이였다. 임은주 단장이 강원FC에 재임 중 당시 제1야전군 사령부 김인건 대령과 맺은 인연 때문이었다. 당시 임은주 단장은 강원FC에서 김인건 대령 소속 부대원들을 경기장으로 자주 초청했었다. 그런데 임은주 단장이 FC안양 단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이 둘의 인연은 이어졌다.

김인건 대령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제51사단 사단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51사단 예하부대는 안양에도 자리 잡고 있다. 임은주 단장과 김인건 소장은 다시 인연을 맺었다. 6일 FC안양의 밀리터리 데이에서 51사단 사병 700명이 초대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폭우가 쏟아졌다. 지붕이 없는 안양종합운동장은 관중이 비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병사들은 폭우를 그대로 맞으며 응원을 시작했다. 치어리더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들은 가장 열정적으로 응원을 이어나갔다. 이 병사들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과 손을 맞잡은 채 입장하기도 했다.

본부석에는 김인건 소장을 비롯해 군 고위 관계자가 나란히 군복을 입고 앉아 FC안양을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아산무궁화 고위 관계자들 역시 나란히 그 옆에 앉았다는 점이다. 김병천 경찰대학 운영지원과장과 경철대 의장대장 등이었다. 이들은 따로 제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경찰이 운영하는 아산무궁화 관계자들은 사복을 입었고 시민구단인 FC안양을 응원하는 이들은 군복을 입고 있는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재미있는 광경은 전반 11분 펼쳐졌다. 아산 이주용이 골을 넣은 뒤 군경팀 특유의 세리머니를 한 것이다. 서로 포옹을 하며 기뻐한 선수단은 하프라인에 일자로 서 거수경계를 했다.

본부석에서 경찰대학 관계자들 바로 옆에 앉아 얼떨결에 경례를 받은 51사단 관계자들은 잠시 당황하더니 박수를 쳤다. FC안양을 응원하기 위해 왔지만 거수경례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경례는 받아줘야지. 허허.” 바로 옆 경찰대학 관계자들에게 한 경례였지만 군경 관계자는 서로 통하는 게 많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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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군인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스포츠니어스

하프타임에는 작은 이벤트가 열렸다. 일반 관중석에 앉아 응원을 보낸 700명의 병사들에게 사인볼을 차주는 행사였다. 이 사인볼은 단순한 사인볼이 아니었다. 공에는 ‘외박’ ‘휴가’ 등 다양한 혜택이 걸려 있었다. 공을 잡은 군인들은 공에 써 있는 글귀를 보고는 기뻐하거나 아쉬워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군인과 경찰 등에게는 무료 입장 규정을 운영 중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700명의 군인들은 유료 관중으로는 집계되도 객단가는 ‘0원’이다. 하지만 FC안양은 앞으로도 51사단과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FC안양과 51사단이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본부석에 나란히 앉은 군인과 경찰의 모습만으로도 경기장은 대단히 독특한 분위기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또 한 명의 독특한 사연을 가진 군인이 있었다. 바로 나승재 상병이다. 군 복무 전까지 FC안양에서 홈 경기 운영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지난 해 군에 입대했다. 경기장에서 심판실도 청소하고 벤치도 옮기고 A보드도 설치하는 등의 일을 2년 넘게 했었다. 그런 그가 군에 입대한 뒤 오랜 만에 외박을 받고는 경기장을 찾았다.

구단에서는 반가운 마음에 “편하게 쉬면서 축구도 보라”고 했다. 하지만 나승재 상병은 “온 김에 일을 돕고 싶다”고 했다. 구단에서는 나승재 상병의 말을 듣고는 기꺼이 아르바이트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외박을 나온 군인이 영리 활동을 하는 건 금지돼 있다. 나승재 상병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일을 돕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 비용은 안 주셔도 됩니다.” 그는 군 입대 전에 했던 것처럼 경기장 운영 일을 무료로 도왔다. 심판실을 청소하고 A보드를 설치했다. 경찰 팀을 상대로 뜨겁게 응원하는 군인과 팀 운영을 돕는 군인은 이날 독특한 분위기를 흠뻑 연출했다. K리그에만 있는 대단히 독특한 문화가 물씬 느껴지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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