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드레 감독 ⓒ 대구FC

[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대구FC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상위 스플릿 진출’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기대 이하다.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1라운드까지 치러진 현재 1승 3무 7패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는 어느새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마치 살얼음판과 같았던 하위 스플릿 경쟁에서 생존하며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던 지난 시즌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당시 대구는 상주 상무, 대전 시티즌에 이어 2부 리그에서 승격한 이듬해 바로 잔류한 세 번째 팀이 되면서 승격팀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저조한 득점력과 불안한 수비력을 비롯해 각종 악재들이 연이어 겹치면서 초반부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공적으로 잔류했던 지난 시즌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대구는 10라운드까지 똑같은 1승 3무 6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처해진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늘 강등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꼽혔지만 지난 시즌 대구의 분위기는 이토록 침체되어 있지는 않았다. 올해는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대구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주전 선수를 가동하기 힘들다

이제 우리는 대구 홈 경기장에서 레드벨벳의 노래 ‘빨간 맛’을 다시는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구는 올 시즌 빨간색과 인연이 없다. 경고누적 2회에 직접 퇴장 4회를 합쳐 총 5명이 경기 중 그라운드를 떠났다. K리그의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도입으로 인해 판정이 더욱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퇴장이 너무 많다. 게다가 퇴장 선수들 대부분이 공격수다. 선발명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안드레 감독은 지난 상주 상무전과 제주전 당시에 수비수 김진혁을 최전방에 세우는 모험까지 감행했다. 그런데 김진혁 마저 제주전에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브라질 출신 공격수 지안까지 부상으로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하게 되면서 대구의 공격진은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 빠졌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은 선수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그만큼 스쿼드가 무척 얇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1군 전력에서 공백이 생긴다면 순위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득점력의 부재

기용할 수 있는 공격수가 부족하게 되자 이는 자연스레 득점력 부재로 이어졌다. 두 골 이상 터뜨린 선수가 없다. 그리고 공격진이 아닌 수비진에서 세 골로 득점이 가장 많이 나왔다. 공격진에서는 임재혁과 김경준이 각각 한 골씩 터뜨렸을 뿐이다. 또한 대구는 올 시즌 마무리 능력이 상당히 아쉽다. 지난 전북 현대전까지 대구가 시도한 총 슈팅 숫자는 142회로 이는 리그 3위에 해당한다.

유효 슈팅 숫자는 59회로 리그 중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유효 슈팅 대비 득점률 0.12%에 불과한 단 7골 밖에 터뜨리지 못했다.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대구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겼고 비길 수 있는 경기를 패배했다. 이처럼 대구의 초반 부진은 결정력 부족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슈퍼 루키' 임재혁은 대구 공격의 희망이다. ⓒ 대구FC

수비 전술의 유연성 부족

대구는 두 명의 스토퍼와 한 명의 스위퍼를 중심으로 운영이 되는 백 스리 전술을 즐겨 사용하는 팀이다. 대구의 백 스리는 한희훈과 김진혁을 주축으로 하는데 지난 시즌 이들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대구의 잔류를 이끌었다. 올 시즌은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투지 있는 플레이로 대구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대구는 백 포 라인을 사용할 때면 계속 약점을 노출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세 명의 수비수가 모두 중앙 수비의 임무를 맡고 있는 백 스리에 비해 백 포는 기본적으로 두 명의 중앙 수비수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 포에서는 중앙 수비수가 안정적이여야만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김진혁은 지난 시즌 대구가 백 스리 체제를 구축할 때 포지션 변경을 했기 때문에 백 포 전술에서는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한희훈 또한 백 포 전술에서 만족스러울 만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술적인 유연성은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백 스리와 백 포 전술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유기적인 축구가 가능해지고 각 전술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경기 중에 보완할 수 있게 된다. 한 시즌을 책임질 전술적 체계가 잡힌다면 시민 구단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외인 영입의 실패와 시민 구단의 한계

그동안 대구는 ‘외국인 선수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외국인 선수를 잘 영입해왔다. 비록 만년 하위권에서 맴도는 팀이지만 용병을 키워 다시 판매해 꽤 많은 이적료를 챙겼다. K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외국인 선수 중 대구 출신이 꽤 많다. 전북에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다 경기, 득점, 도움 기록을 세웠던 에닝요, 그리고 수원 삼성을 거쳐 중국 슈퍼리그의 텐진 테다에서 뛰고 있는 조나탄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카이온과 지안은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결구 카이온은 5경기만 뛰고 대구와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0’이다. 이러한 문제는 시민 구단의 한계와 연관이 있다. 시민 구단은 재정적인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대표 급의 뛰어난 국내 선수들을 영입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이 실패하게 되면 팀 성적도 따라서 하락한다. 대구가 지난 시즌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주니오, 에반드로가 필요할 때에 득점을 터뜨려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슈퍼 루키' 임재혁은 대구 공격의 희망이다. ⓒ 대구FC

지켜볼 여지는 있다

대구 입장에서는 월드컵 휴식 기간이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대구는 퇴장 등으로 인한 변수로 11라운드 대부분을 온전한 전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월드컵 기간 이후 지안이 돌아온다. 지안이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가 돌아옴으로써 안드레 감독의 복잡한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정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 전북전에서 대구의 경기력이 상당히 괜찮았다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역습 축구를 보여준 대구는 전북의 무실점 행진에 제동을 거는 등 리그 1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 대등한 경기를 치른 대구는 전북전을 계기로 팀 분위기 면에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중원의 황순민과 전방의 임재혁은 대구가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휴식 기간 동안 대구는 초반 부진의 원인이 되었던 여러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야만 한다. 지난 시즌 대구는 주니오와 김동우의 영입을 통해 중반기 이후 공-수 양면의 강화를 이뤄냈고 안정적으로 1부 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 대구는 현재 카이온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며 이를 대체할 자원을 물색 중에 있다. 지난해의 에반드로, 주니오와 같이 결정력이 뛰어난 용병이 영입 된다면 대구는 리그 잔류 경쟁에서 조금이나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구의 올 시즌 미래는 이번 월드컵 휴식기에 달렸다. 닥쳐온 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처하게 된다면 대구는 순위 상승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또 다시 실패를 맛보게 될 경우 속절없이 추락하게 될 것이다. 안드레의 지휘 능력 또한 지켜봐야 한다. 안드레는 지난 시즌 초반 손현준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지휘봉을 넘겨받아 팀을 지휘했다. 지난해 9월 전북과의 경기에서 ‘VAR 취소’ 사건을 포함해 많은 고비들이 있었지만 안드레는 안정적으로 팀을 잘 이끌었고 ‘1부 리그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미 팀을 위기에서 탈출시킨 바 있는 안드레는 지금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악재를 떨쳐 낼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구는 다음 시즌을 새로 건설 중인 축구전용구장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 스타디움은 올 시즌이 마지막이다. 대구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남은 투지를 불태워 K리그1 잔류를 이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을 추억을 강등으로 장식한다면 있던 팬들마저 떠나게 될 것이다.

대구는 지난 3월 10일 수원전 13,351명, 31일 전남전 1,650명 이후 네 경기 연속 세 자리 관중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대구의 부진한 성적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대구는 지금 당장은 강등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대구는 끈질긴 팀이다. 강팀을 만나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만큼 팀의 색깔이 뚜렷하기 때문에 쉽사리 추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처해진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해결책을 팀에 알맞게 적용시키지 못한다면 대구는 강등 열차에 가장 먼저 탑승할 수밖에 없다. 대구는 지금 추락과 반전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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