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빅버드에서 가장 핫한 스타는 바로 양은우 군이다. ⓒ양상민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요즘 K리그에서 가장 핫한 아이는 양은우 (4세)군이다. ‘대박이’ 이시안(5세) 군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달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경남FC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하프타임 이벤트에서 은우 군을 본 팬들은 다들 그의 귀여운 매력에 흠뻑 빠졌다. 선수 10명과 아이들 100명이 치르는 이벤트 경기에서 한 쪽 그라운드를 전부 책임지며 아장아장 뛰어다는 은우 군은 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작은 아이가 페널티 스폿에 공을 찍고 페널티킥을 차고 관중의 환호에 배꼽인사를 하는 장면은 이날 모든 경기 내용 중 가장 하이라이트였다.

‘빅버드 셀럽’ 은우 군의 치솟는 인기

‘빅버드 최고의 셀럽’ 은우 군의 부친인 양상민 씨(34세. 수원시 영통구 거주)는 요즘 아들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양 씨는 “나보다 인기가 더 많아서 큰 일이다. 나는 잊혀져 가고 있는데 아들은 뜨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요즘에 나는 그냥 은우 아빠로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부터 경기장에서 관중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은우 군은 지난 경남전 하프타임을 통해 데뷔(?)한 뒤 더 큰 사랑을 누리고 있다. 부친 양 씨는 “요즘 SNS에 은우 사진을 많이 올려주시는 걸 보면서 은우가 나보다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양 씨보다 은우 군을 먼저 알아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아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다가 길거리를 지나가는 시민이 “어? 은우네?”라며 반가워 한 일도 있다. 수원에서 오랜 기간 지역 유지로 살아온 양 씨에게는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양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들의 인기에 많이 밀렸다.” 그의 아내 역시 남편보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면 한참을 웃었다. 2015년 12월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네 살이지만 아직 28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은우 군이 수원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은우 군은 아버지인 양 씨의 피를 물려 받아 축구에 재능을 뽐내고 있다. 양 씨는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축구공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축구공과 함께 끝낸다”면서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했다. 아들 자랑을 아끼는 모습이었지만 경남전을 통해 데뷔한 은우 군의 볼 트래핑은 베르바토프의 전성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공을 발에서 멀리 떨어트리지 않고 하는 드리블 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케 했다. 다만 슈팅력이 이청용급이었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왼발잡이인 은우 군 부친 양상민 씨가 은우 군으로부터 오른발 슈팅에 대해 배우고 있다. ⓒ양상민 제공

4년 평생 처음 느껴본 잔디와 관중의 함성

부친 양 씨는 왼발잡이다. 하지만 아들 은우 군은 오른발로만 공을 찬다. 양 씨는 몇 번이고 아들의 왼발 수업을 시켜본 적이 있다. “몇 번 왼발로 공을 차 보라고 했는데 해보다가 잘 안 되니까 짜증을 내더라. 지금은 오른발로만 공을 차고 있다.” 양 씨는 이날도 아들 은우 군이 야외에서 공을 차고 싶다고 해 실컷 축구를 즐기는 홀로 앉아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 씨는 “은우가 축구를 하고 싶어 아빠 퇴근 시간만 기다린다”고 했다. 부친 양 씨는 현재 가장 ‘핫한’ 은우 군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양 씨는 그러면서 요즘 “아들이 스타병에 걸렸다”고 걱정했다. 경남전 하프타임에 푹신한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를 밟은 뒤 과중의 환호를 느껴본 은우 군은 4년 평생 인생에 이런 감정을 처음 경험했다. 요즘도 툭하면 경남전 빅버드 데뷔 때를 떠올리고 있단다. 아직은 어눌한 말투로 “아빠, 회사, 잔디, 축구, 수원”을 외친다. 부친 양 씨는 “애가 빅버드 잔디에 맛을 들였다. 벌써부터 천연잔디에서 공 차는 맛을 안다. 거기에 평생 느껴보지 못할 관중 함성의 맛까지 느껴 계속 축구장에 가자고 한다”면서 “아내와 둘이서 ‘아들이 스타병에 걸린 거 아니냐’는 농담을 한다”고 밝혔다.

양 씨는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다. 그는 “홈에서 열리는 경기는 대부분 아들과 함께 가려고 하는데 경남전 이후 관중과 잔디의 맛을 안 아들이 자꾸 그라운드로 가자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날은 하프타임 이벤트도 있었고 날씨도 괜찮았다. 전반전을 2-0으로 이기고 있어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아들을 데리고 내려갔다”고 했다. 이어 “내가 경기에도 나가지 못하는데 거기에 팀 분위기도 좋지 않고 결과도 나쁘면 이런 모습을 불편하게 보실 분들도 있다”며 “다 우리 아들을 예쁘게만 봐주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아내와 늘 조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왼발잡이인 은우 군 부친 양상민 씨가 은우 군으로부터 오른발 슈팅에 대해 배우고 있다. ⓒ양상민 제공

‘은우 아버지’ 혹은 ‘축구선수 양상민’

양 씨는 “경기에서 이기면 다 끝나고 그라운드로 한 번씩 내려가는 건 좋은데 자꾸 아들이 경기 도중에도 그라운드로 내려가고 싶어해 난처하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살인적인 경기 일정을 소화 중인 수원은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은우 군 역시 서정원 감독의 눈에 들어 출장 기회를 늘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모양이다. 이미 은우 군은 수원에서 양 씨 이상으로 팬층을 보유해 전폭적인 응원을 받고 있다. 은우 군의 부친 양 씨는 “은우가 워낙 경기장에 나가고 싶어 한다. 벌써 잔디의 매력을 알게 돼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은우 군 부친 양 씨는 현재 대기업에 근무 중이다. 수원삼성 블루윙즈 축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재해(?)를 입고 휴직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동계훈련 마지막 날 내측 무릎 인대가 끊어져 3개월 동안 근무하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던 양 씨는 최근 들어 복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일과 오는 5일 열리는 울산전, 서울전 출장에 욕심을 두고 훈련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사타구니 근육 부분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양 씨는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 정도 쉬고 바로 복귀하고 싶은데 일단은 통증이 가셔야 한다. 다시 부상을 당한지 사흘이 됐는데 오늘도 숙소에 갔다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안타까워 했다.

양 씨는 하루라도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은우 군에게 ‘셀럽의 아버지’가 아닌 ‘축구선수 양상민’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양 씨는 “아직 이번 시즌에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복귀하려는 시점에 다시 부상을 당해 미안한 마음 때문에 코치진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복귀해 아들과 팬들에게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최근 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은우 군을 보며 많은 수원 팬들은 언젠가 ‘양상민 주니어’가 성인이 돼 수원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실현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양 씨 역시 빅버드를 안방처럼 누비는 아들을 보며 이런 꿈을 조금씩 꾸기 시작했다.

또 다시 은우가 빅버드에 설 수 있길

양 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훈이 아들 선우도 공을 잘 찬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데 또래 아이들에 비해 피지컬도 좋고 축구도 잘 한다고 들었다. 요즘 들어 가끔 기훈이 아들과 내 아들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에 서게 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내와도 몇 번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다. 내 아들이 정말 빅버드에서 경기를 한다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은우 군 부친 양상민 씨가 과연 이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은우 군이 지금 빅버드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셀럽’이라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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